헤이즈진

삶이 버거운 날, 우리가 찾는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25.12.11 | 조회 23 |
0
|
NCHART의 프로필 이미지

NCHART

특별한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N CH_ART와 함께하는 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여러 이야기를 콘텐츠로 제작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철학서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가볍게 읽히는 책들도 좋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깊게 ‘사유’할 순간은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사고가 쉽게 굳어지기 때문에, 철학서는 제 생각의 틀을 흔들고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해주는 고마운 장르입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철학서를 읽으며 스스로를 점검하고 사고의 방향을 새로 잡아보려 합니다.

연말이 되니 자연스럽게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의 계획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요, 그런 시기에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 바로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입니다. 많은 이들이 ‘인생 책’으로 꼽을 만큼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단순한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조금의 사유가 필요한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죠.

N CH_ART 여러분께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이번 기회에 저 역시 이 작품의 핵심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첨부 이미지

 

 

1. 줄거리 ― 프라하의 봄 속 네 사람의 흔들림

작품의 배경은 1968년, 체코의 뜨거운 역사적 순간인 ‘프라하의 봄’입니다. 자유를 향한 열망, 군사적 억압, 망명과 귀환… 이 소용돌이 속에서 네 인물의 삶이 교차합니다.

 

👨 토마시 - 가벼움을 추구하는 남자

천재 외과의사이지만 관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인물. 그에게 사랑은 책임이 아니라 ‘영혼 없이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접촉’일 뿐입니다.

 

👩‍🦰 테레자 - 사랑의 무게를 견디는 여자

사진가이자 토마시를 운명처럼 사랑하는 인물. 사랑을 책임과 헌신으로 받아들이기에, 그 무거움 때문에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 프란츠 - 의미를 추구하는 지식인

사비나의 연인이자 진지함을 삶의 방식으로 삼는 남자. 삶에는 ‘위대한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그 진지함이 오히려 파국을 부릅니다.

 

👩‍🦰 사비나 - 가벼움의 극단에 선 예술가

전통·도덕·관습을 억압으로 느끼는 화가. 삶은 배반의 연속이라 믿으며, 약속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선택합니다.

 

 

2. 작품 속 핵심 철학 개념

이 소설에는 여러 철학적 개념이 자연스럽게 엮여 있습니다. 그중 특히 중요한 세 가지입니다.

 

🔷 니체의 '영원 회귀'

인생은 단 한 번뿐이고 반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무겁기는커녕, 오히려 너무 가벼워 견디기 어려운 역설을 낳습니다. 이 개념이 제목의 핵심을 이룹니다.

 

🔷플라톤의 '이데아' 

손에 닿지 않는 완전성에 대한 갈망. 테레자가 꿈에서 그리는 이상적 세계는 그녀가 결코 완전히 가질 수 없는 안정된 사랑의 상징입니다.

 

🔷 " Es muss sein" -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

사랑이라면, 남편이라면, 예술가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 쿤데라는 이 당위에 균열을 내며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질문을 던집니다.

 

 

3. '가벼움'과 '무거움'의 의미

책 제목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인 만큼, 저는 읽는 내내 “무엇이 가벼움이고 무엇이 무거움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작품 속에서 말하는 ‘가벼움’은 단순한 자유가 아니고, ‘무거움’은 단순한 억압도 아닙니다.

 

🔗 가벼움: 책임의 부재, 자유, 허무

🔗 무거움: 책임, 헌신, 의미

 

하지만 이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옳거나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토마시는 가벼움을 추구했지만 결국 테레자라는 ‘무거움’을 놓지 못했고,

테레자는 무거움을 사랑이라 믿었지만 그 무게 때문에 깊은 고통을 겪습니다.

사비나는 가벼움 속에서 자유를 누리지만, 그 자유는 결국 극도의 고독으로 이어지고,

프란츠는 의미를 좇는 무거움 속에서 결국 허무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결국 쿤데라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주 단순합니다. 가벼움도, 무거움도 삶의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모순된 공간을 살아가며 흔들리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4. 왜 이 책은 어렵고도 특별한가 ―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질문

 

이 작품이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철학 때문만은 아닙니다.

✔️ 서술 중간에 작가가 직접 개입하고,  ✔️줄거리보다 사유가 앞서며,  ✔️인물들이 성장하는 대신 각자의 ‘한계’를 드러내죠.  ✔️서사는 비선형적으로 흐르고,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이라는 도구를 통해 ‘존재’라는 개념을 실험합니다.

 

바로 이 독특함 덕분에 우리는 등장인물의 감정뿐 아니라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책을 덮고도 이런 질문을 남기곤 하죠. “무거움이 더 옳은가?” “가벼움이 더 자유로운가?”

 

 

5. 마지막 질문 ― 가벼움 vs. 무거움, 당신의 답은?

 

저는 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가벼움’ 쪽으로 마음이 기웁니다. 왜냐하면, 실제 제 삶에서는 쉽게 무거움을 놓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느낀 건, 가벼움이란 무책임이 아니라 삶이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때때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힘 말이죠.

 

 

삶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

그 무게와 가벼움 사이에 존재하는

‘틈’을 바라보고 그 모순을 품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쿤데라가 말하는 ‘가벼움의 미학’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번 글이 잠시라도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결국 정답은, 여러분 마음속에 있으니까요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NCHART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NCHART

특별한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N CH_ART와 함께하는 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여러 이야기를 콘텐츠로 제작합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