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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사물 존대’, 왜 생겨난 걸까?

2025.10.30 | 조회 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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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내용과 관련 없음 / @헤이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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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커피 나오셨습니다”, “주문하신 파스타 들어가셨어요” 같은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처음엔 그저 친절한 표현인가 싶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딘가 어색합니다. 커피가 어떻게 ‘나오고’, 파스타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요?

 

이런 말을 두고 흔히 ‘사물 존대’라고 부릅니다. 본래 우리말에서 존댓말은 사람에게만 쓰이는 게 원칙이지만, 요즘은 음식이나 물건에도 존대 표현이 붙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보며 “우리말이 망가진다”, “서비스업의 과한 친절 경쟁이 낳은 부작용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사물 존대’라는 표현이 조금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커피나 파스타를 높이려는 게 아니라, 그걸 주문한 손님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하면 왠지 딱딱하게 들릴까 봐, 조금 더 부드럽고 공손하게 들리도록 “커피 나오습니다”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어떤 언어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사물 존대’ 대신 ‘상대 존대의 확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직접적으로 손님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와 관련된 행동이나 대상을 높이는 방식으로 존중의 뜻을 표현한다는 겁니다. 다만 문법적으로 보면 여전히 “커피 나오셨습니다”는 ‘커피’를 높이는 문장으로 해석되죠. 의도는 손님을 향하지만, 문법상으로는 ‘사물’이 존대의 주체가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말을 쓰게 되었을까요? 아마 그 배경에는 ‘감정 노동’이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를 반복해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늘 웃는 얼굴과 공손한 말투를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요구하죠.

 

그래서일까요.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덜 힘들이면서도 정중하게 들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말 속에 공손함을 덧입히는 것’입니다. “커피 나왔습니다”보다는 “커피 나오셨습니다”가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게 들립니다. 표정이나 제스처를 과하게 하지 않아도, 말에 ‘시’ 하나만 붙여도 손님이 예의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사물 존대’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우리 말 속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우리말의 체계에는 작은 균열을 남기고 있습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한 사회의 생각과 문화를 비추는 거울이니까요. 말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결국 문화도 달라집니다. 손님에게 더 친절하게 보이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표현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말의 존대 체계가 조금씩 흐려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건 ‘틀린 말’을 비난하거나 ‘올바른 말’을 강요할 문제는 아닙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겪는 감정 노동의 무게, 그리고 손님이 기대하는 친절 사이에서 생겨난 언어적 타협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예요.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좋은 변화는 아니죠.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들리는 지금, 우리가 한 번쯤 돌아봐야 할 건 ‘얼마나 공손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그리고 ‘얼마나 우리말다운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직원이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더라도 우리 N CH_ART 여러분들은 절대 불친절하다고 느끼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건 예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지키려는 표현일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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