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트러사이트는 왜 호불호가 갈릴까

좋음과 싫음이 분명하게 나뉠 때 ‘호불호가 갈린다’는 표현을 씁니다. 그런데 이곳은 ‘호불호를 가른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바로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입니다.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은 어떻게 호불호를 가르고 있을까요? 불호를 안고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요? 인플루언서 히세댓, 이놈식기 님과 함께한 <오프라인 그라운드>의 첫 현장 스터디,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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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러사이트는 왜 호불호가 갈릴까

앤트러사이트는 스페셜티 카페 브랜드입니다. 2009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폐업한 구두 공장을 리모델링해 창업하며 반향을 일으켰죠. 이후 한남, 서교, 연희, 제주 한림까지 지점을 확대했다가 현재는 3개 매장(합정, 서교, 연희)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가을비 내리는 어느 날, 오프라인 디깅 멤버 4인은 특별한 주제를 갖지 않고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에 모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주제를 도출하기 위해서였죠. 제법 쌀쌀한 날씨와 모기향 냄새, 그리고 특유의 고요. 누군가는 반색했고 누군가는 눈치를 살폈습니다.

호불호 갈리는 지점1 - 고요

앤트러사이트는 대체로 조용합니다. 망원동 오래된 저택을 개조한 서교점은 어쩐지 스산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죠. 그리고 그 특유의 고요는 매력으로, 또 불편함으로 다가옵니다.

Q.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에 대한 인상을 들려주세요.

공지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사실 좀 특이한 카페죠. 을씨년스럽다는 이야기도 많고요. 대화 나누기에 적합지 않은 곳이기도 해요. 공간이 만들어내는 바이브가 사람들로 하여금 침묵하게 한다고나 할까요? 이 카페를 기획했을 때의 의도일 거예요. 그러니까 아주 대단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히세댓: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요. 조용함을 강제하지 않았는데 조용하잖아요. 처음 오거나 오랜만에 온 사람은 ‘내가 잘못 왔나?’ 생각할 수 있는 정도예요. 굉장히 개성 강한 공간인데, 사실 이 정도의 조용함은 개인적으로 조금 부담스러워요.

이놈식기: 앤트러사이트는 매장의 결이 같아요. 대개 어두침침하고 조용해요.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달까요? 예전 아베크롬비 같아요. 디마케팅(수요를 의도적으로 줄여 장기적 수익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하죠. 초반에는 통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서울 전역에 힙한 카페가 많아지면서 진짜 이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만 남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보다 더 조용해진 게 아닐까 해요.

공지온: 몇 년 만에 왔는데 확실히 더 조용해진 듯해요. 그 맥락에 동의가 돼요.

히세댓: 결국 암묵적인 룰을 사랑하는 분들이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을 돌리고 있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규모가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이놈식기: 저도 또 방문할지 모르겠어요.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집중해야 한다거나 독서를 한다거나 하면 언제든지 오기 좋은 곳인데, 한 명이라도 같이 와야 한다면 선택에서 제외하지 않을까 해요.

Q. 각자 전문 영역에서 본 감상도 궁금해요. 공간과 공간 음악, 공간 사진에 집중해서 들여다 본다면요?

히세댓: 전 브랜드 음악을 선곡하는 음악PD로 10여 년간 근무했어요. 현재도 공간 음악을 셀렉하거나 컨설팅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공간에 가면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 살피게 되는데요.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은 음악이 없어요. 의도적이라면, 저는 이 공간에 높은 점수를 줄 것 같아요. 90점 이상으로요. 다만 이런 고요한 요소가 1층부터 호불호를 나누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기도 해요.

공지온: 전 그걸 설계에서 의도했다고 봐요. 공간을 15년 정도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앤트러사이트는 참 재밌어요. 주문을 1층에서 안 받거든요. 굳이 2층으로 올라가게 하죠. 1층 바이브를 느낀 사람들이 2층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조용한 1층 분위기가 2, 3층에서도 유지돼요. 보통 카페처럼 입구에서 주문을 받으면 이 공간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도 할 거예요. 근데 앤트러사이트는 공간 자체가 그걸 통제하고 있는 거죠.

이놈식기: 저는 인테리어 포토그래퍼로 일하고 있어요. 음식과 공간 위주로 찍는데요.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은 사진보다 공간 경험이 중요한 카페예요. 전체적으로 보면 차분하고 감성적이어서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지만 막상 카메라를 들면 잘 안 나온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층에 여백이 많고, 작은 원 테이블이 반복적으로 있다 보니 다채롭지가 않거든요.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휑해 보이기까지 하죠.

공지온: 조명 탓도 커요. 집중형 조명을 쓰면 사진이 잘 나오거든요. 근데 앤트러사이트는 간접등으로만 되어 있다 보니까 공간을 경험할 때는 은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사진을 찍었을 때는 잘 담기지 않을 거예요. 근데 그 자체도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히세댓: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을 좋아하는 사람은 조용히 보내는 시간 그 자체에 만족하는 듯해요. 한마디로 카페에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인 아닌 거죠.

호불호 갈리는 지점2 - 서비스

서비스는 고요와 함께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의 호불호를 가르는 중요 키워드입니다. 특유의 무심함은 공간과 궤를 같이 합니다.

Q. 앞서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서비스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이놈식기: 직원 태도가 안 좋다는 말이 실제 많아요. 제가 받은 인상도 같아요. 다들 미소가 없어요.

히세댓: 사실 공간보다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죠. 불친절도 아니고 무친절이에요. ‘기분 안 좋은 일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공지온: 재밌네요. 저는 직원이 친절했는지 안 친절했는지 신경 안 쓰거든요. 혼자 있고 싶어서 온 공간이니까요. 직원을 비롯해서 서비스가 안 좋고, 배려가 없는 곳이라고 하는데 과거 저한테는 사실 엄청난 배려를 해준 공간이기도 해요. 혼자서 오래 일해도 눈치 안 보고 시간 보낼 수 있는 배려랄까요.

이놈식기: 무표정으로 와서 무표정으로 주문하고 무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무표정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러고 싶은 사람한테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앉아 있는 손님들도 그렇게 보여요.

Q. 서비스가 직원에 국한되지는 않을 거예요. 서비스 관련 다른 견해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공지온: 개개인에게 제공하는 면적이 사실 굉장히 넓어요. 진짜 조용하게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보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죠. 문득 세를 내고 매장을 운영하는지 궁금해지기는 하네요. 이러면 수익이 나기 어려우니까요.

히세댓: 참고로 앤트러사이트는 원두 판매가 많아요. 카페는 객단가보다 원두 판매에서 나는 수익이 크잖아요. 근데 앤트러사이트는 브랜드로 인지되니까 ‘앤트러사이트 원두 쓴다’고 하면 커피 잘 모르는 사람도 마셔보고는 하죠. 그러니까 계산이 안 나오는 듯해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서교점뿐만 아니라 연희점도 한 사람이 점유할 수 있는 자리가 엄청 넓어요. 영업점 입장에선 단점이죠. 근데 바꿔 말하면 다른 쪽에서 계산이 있다는 의미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지온: 쇼룸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네요.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코어층을 단단히 하는 전략이라면 설득력 있는 것 같아요.

의도한 호불호,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이 좋은 공간인 이유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은 생각 이상으로 논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고요와 서비스를 사이에 둔 호불호가 꽤 분명했어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이견이 갈리지 않았습니다. 그만의 소구점과 일관성, 그리고 퀄리티를 가진 좋은 공간이라는 거죠.

Q. 좋은 공간이란 뭘까요? 그 관점에서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을 본다면요?

히세댓: 전 소구점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 소구점이 대중에게 통하느냐로 결정된다고 봐요. 이때 소구점은 다 다르고요. 보통 소구점이 없는 공간, 한마디로 심플한 공간은 맛이나 공간 퀄리티 등 다른 면으로 어필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예를 들어 배를 타고 들어가는 공간은 시선을 끌기에 좋잖아요. 그렇지만 얼마나 버티느냐는 또 다른 문제예요. 실제로 1년도 안 돼서 하드웨어만 남기고 다 바꾸는 곳이 많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오래 살아남는 쪽이 핫플레이스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계속 찾게 하는 힘이 있는 공간이 핫플레이스이자 좋은 공간이죠.

이놈식기: 한 단어로 ‘한결같음’ 같아요. 처음 가게를 열면 그 모습에 반해서 찾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하니까 처음과 달라지곤 해요. 만들어 놓은 소구점의 약발이 떨어지면 새로운 소구점을 찾고, 그렇게 첫 모습이 희석되고요. 근데 브랜드로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건지, 아니면 뭐라도 해보자는 식으로 바꾼 건지는 티가 나요. 그래서 대체로 생명력이 긴 공간이 좋다고 생각해요.

공지온: 소구점, 그리고 퀄리티라고 생각해요. 앤트러사이트는 2010년대 상당히 힙한 카페였어요.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퀄리티 때문이라는 거죠. 왜냐면 퀄리티가 진입 장벽이 되거든요. 누군가 이와 같은 공간을 만든다고 해도 전혀 다른 공간이 될 거예요. 혹은 흉내 낸 것에 그치겠죠. 사실 한창 핫했을 때 흉내 낸 공간은 많았어요. 그렇지만 퀄리티가 떨어지니까 소구점이 전혀 없었죠. 그런 면에서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은 진짜 잘 만든 공간이에요. 공간을 통해서 손님을 골라 받았고,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했죠. 공간 디렉팅을 마키시 나미라는 일본 디자이너가 한 것으로 아는데요. 내공이 상당해요. 공간을 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요소가 전반에 깔려 있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커피 머신 소리도 없고요. 아, 주문을 받은 후 직원이 방으로 가지 않았나요? 손님이 내놓은 잔을 가지고도 방으로 가던데요?

이놈식기: 막 검색해서 알게 된 건데요. 설거지까지도 안에서 한다고 해요. 그리고 공간 스토리텔링 테마가 ‘적요’라고요.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큰 창을 내고, 매일 다른 자연의 소리를 담고자 했다. 적적하고 고요하다는 의미의 단어 ‘적요’를 공간 스토리텔링의 테마로 삼았다.” - 앤트러사이트 대표, 2019년 인터뷰 중

공지온: 스토리텔링 테마에 다 연결이 되네요.

히세댓: 그러네요. 하나씩 퍼즐이 맞춰진달까요? 목적성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게… 굉장한 것 같아요.

GUEST  SPEAKER

기획 공지온 ￨ 사진 앤트러사이트 ￨ 정리・글 오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