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구독자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가족이라는 단어가 누구에게나 사랑이나 포근함, 안정감을 상징하지는 않습니다. 늘 힘이 되어주는 부모님, 가끔 투닥거리지만 그래도 제일 가까운 형제자매로 구성된 ‘단란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당연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놀라운 축복이라는 것을 상담가가 되고 나서 깨달았지요.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공포의 대상일 수도, 가장 벗어나고 싶은 감옥 같은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가족의 특징은 오로지 단 하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뿐이지요. 오늘의 사연자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에게 우리는 어떤 말로 힘을 건넬 수 있을까요? 사연 만나보겠습니다.
오늘의 사연
퇴사 후 전문직을 준비하고 있어요. 30대에 이미 접어들어 나이의 압박도 있는데, 빨리 되어서 가족에게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부담감까지 만들어내며 무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와 마주치면 이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극대화되는 것이 느껴져요. 언제나 저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하시면서도 제가 모두 곡해해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시며 날을 세웁니다. 제가 제 할 말을 시작하면 오열하거나 악을 쓰며 소리 지르는 날도 다반사에요. 제가 언제나 눈치를 보며 말 그대로 '설설 기어야' 그나마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는 느낌이에요.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함께하면 할수록 제 삶이 불행해지는 느낌이 청소년기부터 쭉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절만이 답일까요?
by. 계린탁파송송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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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의 답장
계란탁파송송님의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도, 가족 때문에 고민했고 또 힘들었던 많은 구독자 여러분들이 따스한 온기를 모아주셨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다정함과 지혜로움으로 가득했던 독자들의 집단지성, 이 번호에서는 그중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두 분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만나볼까요?
장재열의 답장
계란탁파송송님, 사연 잘 읽었어요. 가족에게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생겨나는 압박감, 거기에 어머니가 전하는 공격적인 언행에서 느끼는 압박감, 그리고 나를 보호하려 조금이라도 반박하면 오열을 해서 ‘내가 나쁜 자녀인가?’ 하는 생각으로 빠지기 쉬운 자책과 혼란까지…. 저는 글을 읽으며 계란탁파송송님이 일상에서 숨 쉴 틈은 있으신 걸까 조금은 걱정도 되는 마음이었어요. 수험생활 같이 긴 레이스를 준비하는 분들일수록 압박감이나 자책감 같은 부정 정서를 틈틈이 빼낼 ‘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단거리 레이스라면 모두 참고 일단 이 악물고 달려서 합격하고 경제력이 다시 생겨남과 동시에 공간의 분리를 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습니다만, 장거리 레이스일수록 ‘지금의 상황’ 안에서 내가 숨 쉴 수 있는 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분리를 목표로 하는 것을 빼면 안 되겠지요. 집에서 나와 혼자 사는 공간적 분리이든, 정서적 분리이든 무엇이든 말이에요. 사실 공간적 분리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정서적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공간 분리는 미봉책일 수 있어요. 쉽게 말해 집을 나가려 할 때, 어머니가 분가를 반대하며 악을 쓰고 오열하고 쓰러지신다면? 그때는 ‘나가 살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어떻게 되실까 봐 머물러 살기로 선택한다면? 수험생활만 끝날 뿐 달라지지 않습니다. 잠시 평화롭더라도 결혼이나 이직 같은 또 다른 인생의 중요한 시기가 왔을 때, 어머니의 시선에서 계란탁파송송님의 결정이 못마땅할 때 공격적 언행, 곡해한다고 책임 전가하기, 오열, 혼절 등의 카드를 무차별적으로 내놓으시며 ‘통제’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통제 욕구가 더 이상 자녀인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에요. 오열과 혼절, 심지어 머리에 흰 띠를 싸매고 누우신다고 한들 그것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맞추어드린다면 정서적 독립은 요원해집니다. 어머니의 말씀 중 내가 동의할 수 있는 것만 동의하고,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게 거절하고, 어떤 가스라이팅적 액션에도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것. 이것은 굉장히 강경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린 새들이 알껍데기를 깨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듯이, 통제 욕구가 높은 부모와의 강한 충돌 없이는 어떤 자녀도 독립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머니에게도 계란탁파송송님에게도 어려운 과정이 될 거예요. 하지만 부모와 자녀가 성인 대 성인으로 마주하기 위한 충돌의 순간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불효도 반항도 아닌 성장의 순간이니까요.
다음달 사연 미리보기
:: 학점이 망하면 인생이 망할 것 같아요.
다음 달 사연을 선공개합니다. 여러분도 일일 상담가가 되어 답변을 남겨주세요. 응원, 위로, 공감, 조언 무엇이든 좋습니다. 답변 선정되신 분들은 다음 달 집단지성 상담소에서 소개합니다.
이제 곧 대학교 3학년이 됩니다. 지난 2년간은 학점이 어중간했어요. 3학년이 되면서 더 많은 전공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자꾸만 두려움이 앞서서 휴학하고 싶어집니다. 지난 2년간 시험과 과제에 미친 듯이 매달려 밤새 코피를 쏟아도 늘 중간 정도의 성적이었거든요. 압박감이 너무 심해져서 도망치고 싶어요. 아무도 저한테 학점이 낮으면 취업을 못 한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데, ‘학점이 낮으면 취업이 안 될 것이고, 인생이 망할 것이다’라는 제 프레임에 갇혀서 불안해하고, 시험기간만 되면 매일 밤 울고, 그러다 보니 더 기력이 없고 악순환의 반복이에요.
부모님께선 장학금 받을 필요도 없고, 성적이 낮아도 괜찮으니, 포기만 하지 말아라. 도망치지만 말라고 하세요.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안 나오는 것보다 열심히도 안 하고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이 더 안 좋은 일이니, 최선만 다해보라고 하세요. 그런 말을 들으면 잠시 잠깐 위로를 받았다가도 금세 다시 불안감에 잠식되곤 합니다. 이런 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이 성격도 바꾸고 싶어요.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전?by. 은경
은경님의 고민에 아래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집단지성 상담소의 소중한 지혜가 됩니다
brand story
장재열의 월간 마음건강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레터는 매거진, 워크숍, 컨설팅을 통해 스스로 온전히 멈출 수 있는 마음의 자생력을 기르는 브랜드 오프먼트 offment의 뉴스레터입니다. 뉴스레터에 소개된 다양한 가치를 다양한 매개체로 개발하고, 전달합니다.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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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사연자님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공감되었습니다. 그리고 재열작가님의 답장을 보면서 제가 아직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는 부모든, 주변 사람에게든 아직 '단호하게' 대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저 자체가 수용적인 사람이다보니 최대한 타인의 주장을 많이 존중하는 편이라 딱 잘라 거절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니 점점 그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성격 때문에 어렵더라도 올바르게 거절하는 연습, 내 마음을 알리는 연습,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하는 연습 등을 이제는 실생활에 정말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요즘에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줄이고 있는데요ㅎㅎ 상대방의 기분이 많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정중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려고 합니다. 어제보다 한 뼘씩 성장해보려고요. 오늘도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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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왕
저도 딱 재열님이 하신 말씀을 하고 싶었어요. 불효 아니고 이건 성장을 위한 당연한 통과의례니까 절대 죄책감 갖지말라구요. 제가 최근에 느낀 게, 부모도 단번에 부모가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몇십년에 걸쳐 서서히 부모되기를 끊임없아 좌충우돌 연습하며 그 자리를 빋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건데 그 순간, 이제 성인이 되어버린 자녀가 이 역학을 흔드니까 익숙함에서 벗어나 또 성장을 위한 과정을 거친다는 자체가 부담스럽고 싫겠구나.. 그래서들 버텨보는구나.. 아홉살 저희 아들이 독감에 걸려 애를 싸매고 환자로 가득찬 병원에서 세 시간을 보내며, 얘는 아직도 내가 없으면 안되는구나. 잊지말자 내가 엄마라는 거. 스스로 계속 되뇌이는 저를 보며 나는 아직도 엄마라는 자리가 버겁고 익숙하지 않아 계속 훈련중이구나 싶었거든요. 이렇게 애써 훈련해서 완성형 자아상을 만들어놨는데 이제 그거 아니라고 하면 누가 좋겠어요. 하지만! 그게 인생이죠. 끊임없는 변화를 그저 수용하고 다음 단계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재열님이 축복이라 하신 그 화목한 가정 출신인데 사연자님의 나이대에 엄마랑 일년간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제 아들과 저 사이에도 그런 순간이 오겠지요. 성장통이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너무 버텨보는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갰고 지금의 저는 그때 힘들까봐 지금 너무 거리두는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뇌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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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저는 세상의 전부일때도 있지만 더없이 잔인한 존재가 되어 날 힘들게 하는 순간도 있는 그런 아이러니한 존재가 가족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칼로 무 자르듯 완전히 잘라버릴수도 없고 또 가만히 두자니 내가 너무 힘든 그 마음이 매번 갈등인 것 같아요. 그 갈등의 끝에 저는 너무 힘들어서 칼로 무 자르듯 절연까지 생각하며 가족과 선을 그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결코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고 오히려 저도 많이 휘청이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은 필요했던 일이라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나를 다독일 수 있는 이유는 30년 넘게 완고했던 틀을 단번에 와장창 깨고 나니 모두가 새로운 변화의 판 위에서 적응하기 위해 서로 긴장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그 한가지였어요. 급진적인 변화가 잘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수 없지만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중요한 것은 사소한 변화라도 과거와 다른 부분이 지금의 나라는 것을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그런 변화를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과거의 나는 당근을 못먹지만 지금의 나는 당근 라페를 매우 좋아해서 당근김밥이 최애음식이 되었다면 “그때의 나는 당근을 싫어했던 것이 맞아.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라고 분명하게 지금의 나를 표현하면서 가족들이 알고 있는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어필해보는거죠. 만약 이러한 나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족의 모습이 속상하겠지만 그것을 하나의 방법으로 보고 “그렇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지금의 내가 달라지는 건 아니야!”라는 분명한 의사를 행동과 메시지로 전달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과거에는 회사원이었던 사연자님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전문직을 위해 도전을 선택한 것처럼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변화를 잘 이겨낼 힘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사연자님의 밝은 앞날을 마음깊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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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캔두잇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 오늘 사연을 읽으면서 제가 해주고 싶었던 말을 재열 작가님이 마지막에 정리해두셨네요. "부모와 자녀가 성인 대 성인으로 마주하기 위한 충돌의 순간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불효도 반항도 아닌 성장의 순간이니까요." 정말 맞는 말이에요. 자녀는 부모를 한 번쯤 제대로 건강하게 잘 이겨보는 '올바른 경험'이 삶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이 절대 쉽지 않을거에요.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이 많이 다칠거고 부모님도 마음이 많이 아프실거에요. 모든 것을 다 부정하고 싶을만큼 힘들겠지만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용감하게 성장해나가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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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댄서
이글을 읽고써 저또한 이런경험이 있었기에 공감이되면서 한편으론 답답한 마음이 올라왔네요. 데미안의 책속의 이야기에 나온 어린 새들이 알껍데기를 깨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듯이, 통제 욕구가 높은 부모와의 강한 충돌 없이는 어떤 자녀도 독립하기가 어렵습니다. 라는 재열님이 말처럼 잘 풀렸으면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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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누나
요즘들어 저도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이라 더 많이 공감이 됐습니다 가족끼리~! 가족이니까~! 이런말로 너무도 무책임하게 상처주고 서로를 아프게하죠 ㅠㅠ 모든 인간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살아오면서 아프고 다치고 하면서 깨달은건데요 적당한 거리에서는 관계가 더 평온하고 윤택해지더라고요! [계란탁파송송님]이 어머니에게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하는것이 재열작가님 말씀처럼 불표도 반항도 아닌 성장의 순간이라는 걸 믿어보시길 바랍니다 2025년에는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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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하루
정서적 독립을 위한, 성장을 위한 단호한 메세지 전달하기...! 차분히 한걸음씩! 저도 나아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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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가족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존재가 맞지요. 배우자만이 내가 선택한 유일한 가족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재열님 말씀대로 단호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명확한 경계선을 긋는것이 필요해보입니다. 우리네 삶, 우리네 건강한 가족과의 건강한 경계선 짓기,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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