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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기엔 용기도, 에너지도 없는 당신에게

5월 16일 :: 집단지성 상담소

2025.05.16 | 조회 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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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재열

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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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의 대표곡 <수고했어 오늘도>의 가사에 이런 말이 있지요.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오늘 사연이 딱 그런 시기를 겪고 있는 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독자님의 인생에도 그런 순간이 있으셨나요? 나쁜 일이작정한 듯 몰려와 도무지 이겨낼 힘이 없는 순간 말이에요. 그런 때 우리는 자의로 나를 지키기 위해서든, 아니면 내 의지와 상관없든 동굴로 들어가 혼자의 시간을 겪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세상사 너무 지칠 때 혼자가 되는 건 어쩌면 나를 위한 잠시 멈춤일지도 모릅니다만, 문제는 그 삶에 젖어버려 빠져나올 힘을 잃어버렸을 때 일 거예요. 오늘의 사연자 역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방법을 몰라 고민인 분입니다. 한번 만나볼까요?

 


 

오늘의 사연

 

 퇴사와 이별이 한 번에 몰려와서 잠시 주변과 연락을 끊고 잠적하듯 지냈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점점 가라앉으면서 그 세월이 길어졌습니다. 3년 정도가 됐어요. 주변에 조금씩 돈을 빌리며 살다가 약 800만 원 정도의 빚도 생겼습니다. 나가서 이제는 벌어야 할 때라는 걸 아는데. 너무 오래 사람들과 교류도 없었고, 계속 무기력한 상태이고 약간 기력이 생기면 그 기력을 불안한 생각과 걱정을 하는데 다 써버리고 다시 무기력해집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방에 있자라고 합리화하고 있을 때 보다 더 괴롭습니다. 나가야지 나가야지 하는데 못 나가니까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스펙도 없고 경력도 너무 오래 단절돼서 그냥 막연하고 계획 없이 하루하루 살기만 합니다.

by. 익명 요청 님

 

* 구독자 누구나 아래의 링크를 통해 사연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의 답장

 

 익명 요청 님의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이런 순간일수록 누군가의 작은 한 마디도 큰 변화의 시작점이 됩니다. 익명 요청님의 삶에 변화의 씨앗이 되어줄 온기 가득한 답변들, 한번 살펴볼까요?

 

@유아미_저랑 너무 비슷한 사연이셔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네요. 저도 3년 전까지 사연자분과 비슷한 상황에서 하루하루 자기를 자책하면서 살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 건 정말 사소한 이유였는데요. 세수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내 얼굴이 너무 좀비 같다고 생각이 들면서 생기가 하나도 없고 푸석푸석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살아있는 시체 같다고 할까요? 거울을 신문지 붙여서 가리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대학시절에 너는 웃는 얼굴에 복이 있다고 말했던 교수님 말씀이 생각났어요. 웃어봤죠. 그런데 하나도 안 예쁜 거예요. 억지로 웃는 모습이 너무 짠할 정도로요. 그래서 무심코 예쁘게 웃는 법이라고 유튜브에 쳐서 보다가 히죽히죽 연습을 하게 됐어요. 다음날부터 세수하기 전에 한 번씩 히죽, 히죽 웃었는데 어느 날부터 얼굴근육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더니 예전의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더라고요. 저도 늘 불안과 걱정에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처음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니까 '그래 꾸준히 뭐라도 하면 되겠지'라는 마인드가 생겼어요. 그때부터 서서히 걸어 나오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 사연자분도 거울을 보고 매일 한마디라도 나 자신에게 해주거나, 웃는 얼굴을 나 자신에게 보여주면 어떨까요?

@성일_인생에서 힘든 순간에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내는 거더라고요. 일단 빚이라는 게 있으면 다른 무엇을 해도 계속 이 부분이 걸려서 뭔가 도전하고 싶은 게 있어도 못하고, 준비하고 싶은 게 있어도 못 했던 것 같아요. 사연 주신 분의 성별은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일용직과 마트 단기 알바부터 시작했던 기억이 나요. 바로바로 입금을 해주기도 하고 일하는 기간이 짧으니까 도무지 나갈 기력이 없을 땐 쉬었다가 다시 할 수 있어서 우리 같이 아직 사회로 완전히 나가지 못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더라고요. 재취업은 하게 되어도 퇴사하거나 적응 못하면 자책이 너무 심해져서 저는 단기 일자리로 빚을 없애는 것부터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하나 떨궈내고 나니까 다음이 보이더라고요!

@조대왕_재열님의 책 <마이크로 리추얼> 혹시 읽어보셨을까요? 그 책에서 저는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방 밖을 나서지 못하는 청년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재열 님이 그분께 미션을 주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분이 나중에 방 밖으로, 집 밖으로, 사회로 나오시더라고요.
그 미션이라는 건 전혀 거창하지 않은, 심지어 의미랄 것도 없는 것이었어요(종이에 선 하나 긋기부터 시작). 요지는 미션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부담감이라는 장벽을 확 낮춘 미션을 스스로에게 주고 그걸 성취하면서 서서히 자존감을 회복하고 그 자존감을 바탕으로 일어서는 거더라고요.
익명 요청 님의 마음엔 지금 아마도 두려움과 불안 자책 자괴감 이런 것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상태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여봐야 남는 게 없더라고요. 이렇게 사연을 적어주신 걸 보면 정말 에너지가 없는 상태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있는 그 에너지의 불씨를 키울 수 있게 매일 하나씩만 전혀 부담 없는 미션을 스스로에게 주면 어떨까요? 그리고 마구마구 칭찬해 주세요. 내 갸 하겠다고 하고 그걸 해냈네! 정말 잘했다! 어느 순간 그럼 좀 더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거예요. 몰아붙이기보다는 스스로를 예뻐해 주세요. 1년 뒤쯤엔 여기에 다시 바쁘게 지내는 근황을 공유하시지 않을까요?

 

 


 

장재열의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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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요청님, 보내주신 사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일단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시작하고 싶은데요.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라는 말씀이요. 늪에 빠진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첫 스텝은 "여기 사람 있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것일지도 몰라요. 혼자 빠져나올 수 없다면 일단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익명 요청님은 바로 그 가장 어려운 첫술을 뜨셨네요.

 

이번 사연은 위로나 공감보다, 저는 솔직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하나 드려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저는 상담가의 역할 중에 위로 공감, 지지만큼이나중요한 게  "연계자"라고 늘 말하곤 하는데요. 어떤 고민은 정서적 지지와 좋은 상담으로 해소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고민은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에서 시작되어서 '그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감정도 나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서류심사 200번째 떨어진 취준생 청년에게 위로나 응원, 지지도 도움은 되겠지만 알고 보니 그 청년의 지원서가 소위 '개판'이었다면? 그래서 300번째 탈락을 경험한다면? 잘될 거야, 넌 할 수 있어라는 말이 해답은 아닐 겁니다. 지원서를 손봐줘야죠.

 

마찬가지로 익명 요청님의 사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회 재진입을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 저는 청도지라는청년 지원 사업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청도지는 <청년 도전 지원 사업>의 줄임말인데요. 만 39세 이하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수원도 지금 수원 청년 도전 지원 사업을 모집 중이더라고요. 이건 모든 지자체에서 동일하게 실시하는 사업인데요, 도전 지원이라고 하니 창업이나 창작자 지원 사업 같지만 그렇지 않고요. 일 경험이 없거나, 일 경험이 단절된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게 일 경험을지원해 주고, 나아가서 취업할 수 있도록 연계 또는 지원을 해주는 6개월 정도의 과정이에요. 지역별로 더 짧게 3개월 단위로 기수제 운영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연중 쭉 함께 가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핵심은 익명 요청님처럼 삶에서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거죠.

 

아, 나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구나. 그리고 이전 기수와의 만남 또는 소식을 통해서 나 같은 시기를 겪던 사람도 이제는 저렇게 잘 살고 있구나.라는 희망의 증거들을 발견해나간다면 말로 듣는 위로보다 훨씬 더 큰 힘이 될 거예요. 나의 미래상을 실질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이렇게 혼자서 일어나기 어렵다면, 때로는 나의 등을 살짝 밀어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들이 생각보다 많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청년센터를 찾아가서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적합한 지원을 추천받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작은 시작점들이 훗날 익명 요청님의 삶에서 큰 변화의 포물선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해요! 응원합니다.

 

 


다음달 사연 미리보기

 

:: 혼자인 게 익숙해진 마흔살, 이래도 될까요?

 

다음 달 사연을 선공개합니다. 비혼과 비출산에 이어서 비연애가 흔해진 사회. 하지만 정말 혼자가 좋아서인 사람도 있는 반면, 많은 것을 포기하다 보니 혼자가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 사연자는 어느 쪽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으세요? 한번 만나보시죠.

 

 

올해 딱 마흔이에요. 혼자된 지는 4년 정도 되었습니다. 여자는 나이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말,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하며 무시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종종 생기기 시작했어요. 30대 후반부터 정말 누구와도 잘 안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점점 혼자의 삶도 그럭저럭 괜찮구나. 오히려 머리 아프지 않아서 좋다며 즐기는 상태까지 왔습니다. 그러다가도 문득 헛헛하고 불안한 마음이 드네요. 주변에선 '다 자기 짝이 있다. 너무 애쓰지 마라.'라는 말을 하시는데, 솔직히 모르겠어요.

애 쓰려다가 잘 안되는 건 자존감이 떨어져서 힘들고, 반대로 애쓰지 않고 흘러가게 두다 보면 그냥 이 상태로 쭉 늙어갈 것만 같고... 지금은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지만, 과연 60대, 70대에도 혼자인 삶은 괜찮을까. 그리고 노년기가 되어 결국 평생 나는 짝을 못 찾은거였다는 생각이 헛헛하게 다가오진 않을지. 이대로 혼자인 삶을 지내도 될지 모르겠어요. 기혼인 분들, 커플인 분들, 정말로 다 자기 짝이 있다는 말이 진짜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by. 라탄바구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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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시

    1
    11달 전

    익명 요청님,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 해주셔서 익명 요청님의 마음이 끌리시는 것부터 하나씩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정말 정부에서 지원을 잘해줘서 지자체마다 다양한 사업이 있습니다. 밥상을 차려놨으니 떠 먹기만 하면 되는데요. 그러기엔 밥상 있는 곳을 찾아가야겠죠? 요즘 날도 좋으니 익명 요청님 자택 근처에 있는 청년센터를 검색해서 밥 든든하게 드시고 평일 낮 시간에 한번 산책삼아 다녀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정말 생각보다 더 잘 갖춰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정보수집러로써 매우매우 추천하니 속는셈치고 한 번 다녀와보세요ㅎㅎ 익명 요청님의 용기있는 한 발자국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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