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연

저는 올해 29살, 입사 3년 차 직장인 정민경입니다.
지금 회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든 건 상사와의 관계인데요. 저희 팀장님은 성격이 차갑진 않으신데 과하게 무덤덤합니다. 제가 보고서를 상신해도 봤어 한마디로 끝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차질이 생겨서 보고드려도 "알았어"라는 짧은 답만 돌아옵니다. 좋은지 나쁜지, 잘했는지 부족했는지 뭘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회사 조직 전체의 분위기는 성과 중심인데, 저는 성장이나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없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친구나 지인들은 "꿈의 상사 아니냐"라고 말하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보내는 직장 상사와 소통이 막혀 있으니 저는 매일매일 답답합니다. 그리고 방치된 채 고여가는 기분도 듭니다.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팀장님에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달라고 요청하는 게 맞을까요? 그런데 천성이 저런 분이면 가능은 할까요? 아니면 그냥 익숙해져야 할까요? 회사 생활에서 상사의 피드백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저보다 경험 많은 분들의 조언이 듣고 싶습니다.by. 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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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의 답장
정민경님의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이번 달은 상사 입장이신 독자분들께서 많은 답변 보내 주셨습니다. 읽으며 '내 사회 초년생 시기에 이런 분 계셨다면...' 싶은 마음도 들 정도로 정성이 느껴졌는데요. 함께 살펴볼까요?
장재열의 답장

민경님, 글을 읽으면서 제가 오래전 회사 생활을 하던 때가 떠올랐어요. 제 첫 사수도 돌부처 스타일이셨거든요. 쓸데없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답을 아예 안 하시고, 말수 자체가 워낙 적은 분이었어요. 한참 긴장하는 신입 시절,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그 답답함이 얼마나 크던지요. 일이라는 건 결국 성과와 사람이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굴러가는 건데, 신입이 뭐 성과를 얼마나 내겠습니까. 사람이 참 더 어렵더라고요. 초행길인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막막함이 참 외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어요.
민경님도 비슷한 상황이 아니실까 싶네요. 다만 저는 그때 "그냥 대~충 하면 반응이 어떠려나? 보긴 보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는 좀 '삐딱선을 탄' 직원이었지만, 열심히 성장하려 애쓰는 민경님은 아마 그런 생각도 않으실 거예요. 오히려 상사의 무 반응 때문에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모르니, 최대한 부족한 점이 없게 준비하려고 매번 스스로를 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제가 퇴사 후 12년을 리더로 살아왔잖아요? 그러고 나서 깨달은 게 있어요. 상사가 짧게 답하고 별말을 않는 태도는 대체로 무관심보다는 신뢰에 가깝다는 겁니다. 단, 그 상사가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요. 그리고 정말 요즘은 팀장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팀장이 힘듭니다. 우리 부모 세대처럼 '장'을 단다고 해서 본인은 놀면서 아래에 일을 떠넘길 수 있는 시대가 끝나버렸죠. 오히려 '갓난아기를 업은 채로 요리를 하면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초등학생 큰아이 가방 챙겨 보내는 초 슈퍼맘' 같은 정신없는 멀티태스킹으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렇기에 한 명이라도 제 몫을 하고 있는 부하직원은 너무 고마운 거죠. 폭탄 터진 빌런 후배 수습하기도 정신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그러려니 할 수는 없겠죠. 민경님은 분명히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 것은 삶의 결핍 요소인 건 확실하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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