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오늘은 앞선 인터뷰에 이어,여러분이 보내주신 질문에 김지용 정신의학전문의가 직접 답을 하는 코너, <오프더레코드>입니다. 이번달에는 많은 분들이 지난 인터뷰를 보고 김지용 선생님의 책에 대한 관심어린 질문도 보내주셨고요, 불안과 강박에 대한 고민, 주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을 때 어떡하면 좋을지 등등 다양한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그중에서 저의 인터뷰와 겹치지 않으면서, 또 여러분이 공감하실 수 있는 질문으로 총 7개 준비해 봤습니다. 정성껏, 그리고 솔직히 답을 보내주신 김지용 전문의와 질문 보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시작해 볼까요?
1. 유퀴즈에서 뵈었을 때와는 또 다른 선생님의 솔직함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기대치를 낮춘다는 게 쉽지만은 않네요. 혹시 선생님은 어떻게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받아들이려 하시나요? 자칫 잘못하면 자기를 폄하하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by. 윤디님)
꽤 많은 분들이 제가 드리는 메시지의 일부만 받아들이고 오해하시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그럼 노력하지 말라는 거냐, 남들에게 뒤처지라는 거냐, 그런데 저는 노력하지 말라는 것 아니에요. 노력을 통한 성취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열심히 살아야 하고,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기준이 너무 높아 버리면, 모든 것을 다 경쟁으로 보고 비교하는 마음에 빠져들면 삶이 너무 힘들어져요. 그 기준 설정에 있어서 현실적이어야 된다고 말씀드리는 거죠.
요즘 ‘육각형 인간’에 대한 언급이 많더라고요. 모든 분야에서 남들과 비교하며 다 우월해야 하고, 그러지 않은 부분에만 집착하면서 자괴감에 빠지는 분들이 많아요. 저 역시 저의 성취에 집중해서 보면 꽤나 많은 걸 이룬 사람일 텐데, 남들과 비교하면 끝이 없거든요. 제가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은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못 올라갔고, 유튜브 조회수는 잘 나가는 채널들에 비해 처참하고, 병원과 진료실은 굉장히 작고 초라해요. 내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잘 보완하는 것, 모든 면에서 남들과 비교하면 영원히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나와 비교하며 꾸준히 발전해 나가는 것, 그게 필요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2. 선생님이 처음 진료를 시작하실 때와 지금 2024년도에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조금 더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달라졌다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by. 마리카나님)
개인병원 진료실을 연 것이 2017년도인데요, 생각을 해보면 그때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불안 수준은 확실히 더 높아졌다고 느낍니다. 점점 더 저성장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에 활력이 없어지고, 미래에 대한 걱정은 늘어나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경쟁은 점점 더 심화되고, SNS와 커뮤니티 이용 시간 및 뉴스 노출 빈도는 점점 더 늘어나면서 부정적 소식들은 더 많이 접하고…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런 불안이 높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은 점점 더 심화되다 보니 번아웃은 늘어나고, 자신이 ADHD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죠. 7년 전엔 분명 공황장애를 의심하면서 찾아오는 분들이 가장 많았다고 기억하는데, 요즘은 집중력 부족과 무기력이 주된 이슈에요. 불안으로 인한 급성 반응은 지나가고, 만성적인 반응을 겪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 와중에 다행인 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문턱은 더 낮아졌고, 정신건강 분야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마음건강 분야의 활동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가, 명상, 북클럽, 러닝크루 등 마음을 챙기기 위한 활동들이 전반적으로 다 증가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어요. 이런 모임들이 한창 싹 틔우는 시기에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은 것이 굉장히 아쉬었었는데, 다시 또 살아나는 것을 보니 우리 사회의 자생적 노력 아닌가 싶어요.
3. 농구는 신체활동이니까 어쨌든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이 있을 수 있잖아요(시간이 엄청 많다고 하셨지만...), 농구 외에 김지용님의 틈이 되는 것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by. 돌핀님)
핸드폰을 덜 하려고 나름의 노력은 합니다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꽤 하는 편이기는 해요^^; 또한 질문 주신 것처럼 효율적인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매일 보는 여러 웹툰들이 제 삶의 빈틈, 숨 쉴 틈이 되는 도구이고요, 이것들이 제 삶의 다음 날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하죠. 아주 사소하지만, 어쨌든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로 제게 작용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이걸 지나치지 않게 적당한 정도로 관리하는 것이 제가 계속 안고 가는 숙제이고요.
4. 7년 차 직장인입니다. 집에만 오면 녹초가 되어서 쓰러지기 십상이고, 출근 직전까지 몸이 일으켜지지 않아요. 시간은 많지만 움직일 수 없는 건 핑계일까요? 저 같은 사람은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by. 익명님)
저도 궁금하네요. 기본 체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직장 업무에서 받는 심리적 & 신체적 스트레스가 과도한 것일 수도 있고요, 전반적인 불안 정도가 높아서 체력 소모가 남들보다 훨씬 더 빨리 되는 것일수 도 있고요. 이미 번아웃이 와서 뇌호르몬이 부족하고 뇌가 너무 지쳐버린 상태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죠. 가능성은 너무 다양합니다. 또한 충분한 시간을 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을 수도 있죠. 그게 심리적인 요인일수도, 수면무호흡 같은 신체적 원인을 수도 있고요. 또한 퇴근 후 피곤을 이기지 못해 쭉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계신데, 어쨌든 간에 누워 있는 총시간이 길어지면 수면 효율은 그만큼 떨어지거든요. 병원은 다니시는지 모르겠어요. 아직 안 들려보셨다면 정신건강의학과든, 가정의학과든 의사와 한 번 상담을 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저는 이미 많이 들으셨을 수도 있는, 굉장히 기본적인 조언을 3가지만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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