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구독자님도 언젠가 '내 인생은 망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셨던 적이 있나요? 앗, 과거형이 아닌 현재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요? 가끔은 다른 사람의 사연을 보면서 거울효과처럼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저게 저럴 일까지는 아닌데'라고 명료하게 보이는 것도 내 문제가 되면 너무 거대한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눈 앞에 있는 사물이 크게 보이고, 그 사물이 눈에서 멀어지면 작게 보인다고 해서 그것의 실제 크기가 크고 작아진 것은 아닌데도 말입니다. 오늘의 사연과 답변을 읽으시다 보면, 아마도 각자 자기에게 맞는 테마로 변환해서 해석이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만나볼까요?
오늘의 사연
이제 곧 대학교 3학년이 됩니다. 지난 2년간은 학점이 어중간했어요. 3학년이 되면서 더 많은 전공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자꾸만 두려움이 앞서서 휴학하고 싶어집니다. 지난 2년간 시험과 과제에 미친 듯이 매달려 밤새 코피를 쏟아도 늘 중간 정도의 성적이었거든요. 압박감이 너무 심해져서 도망치고 싶어요. 아무도 저한테 학점이 낮으면 취업을 못 한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데, ‘학점이 낮으면 취업이 안 될 것이고, 인생이 망할 것이다’라는 제 프레임에 갇혀서 불안해하고, 시험기간만 되면 매일 밤 울고, 그러다 보니 더 기력이 없고 악순환의 반복이에요.
부모님께선 장학금 받을 필요도 없고, 성적이 낮아도 괜찮으니, 포기만 하지 말아라. 도망치지만 말라고 하세요.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안 나오는 것보다 열심히도 안 하고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이 더 안 좋은 일이니, 최선만 다해보라고 하세요. 그런 말을 들으면 잠시 잠깐 위로를 받았다가도 금세 다시 불안감에 잠식되곤 합니다. 이런 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이 성격도 바꾸고 싶어요.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전?by. 은경님
* 구독자 누구나 아래의 링크를 통해 사연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의 답장
은경님의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대학생, 청소년기일수록 '망했다'라는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한다는 연구 논문도 있답니다. 어릴수록 말을 너무 함부로 해서일까요? 아닙니다. 난관 하나 하나가 미칠 여파를 더 크게 느끼는 건 생의 경험이 적은 존재들의 자연스러운 특징인 거지요. 그래서 우리는 더욱 그들에게 마음이 쓰이게 되고요. 이번에도 역시 구독자 여러분들이 따스한 온기를 모아주셨습니다. 선정되신 분외도 보내주신 모든 답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만나볼까요?
장재열의 답장
은경 님, 어서 오세요. 사연 잘 읽었습니다. 따듯한 이야기를 많은 구독자 언니·오빠들께서 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조금 솔직한 이야기를 드려도 될까요? 아시다시피 '좀 놀아본 언니들' 상담소 출신이라 그런지, 위로와 공감을 드리는 상담도 하긴 하지만 때로는 직언이 필요할 때는 직언을 해 드리는 게 더 상대를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피할 수가 없네요. 그럼에도 음…. 직언보다 위로와 따듯함이 필요한 시기라고 느껴지신다면 여기서 더 스크롤을 내리지 않고 마음의 준비가 된 훗날에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요. 그럼, 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점이 망한다고 인생이 망하지는 않아요. 이건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전직 인사 담당자로서, 또한 지금은 기업의 현직 외부 면접관으로서 계속 지원자들의 합격과 학점을, 상관관계를 눈으로 보고 있는 이성적 관점입니다. 절대 감성적 위로가 아니에요. 학점이 중요하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학점이 탑이면 인생도 잘 풀려나가야 할 텐데,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학벌이 낮으면 인생이 망하는 건 줄 알았던 극단적인 사고방식의 수험생 시절에 서울대에 붙을 때까지 수능을 보겠다며 7수까지 계획을 하고 계속 수능을 쳤지요.
그리고 서울대에 합격하고, 삼성에 입사한 뒤 멘붕이 왔던 게 뭔 줄 아세요? "뭐야? 왜 이렇게 낮은 학교 출신들이 많아? 난 왜 서울대를 다닌 거지? 이렇게 낮은 학벌로도 이렇게 좋은 회사에 많이들 들어오는 거였어?" 라고요. 참 어리석죠? 그때의 제가 그렇게 어리석었습니다. 학벌이 다가 아니라고들 주변에서 말했지만, 아닐 줄 알았어요. 학벌대로 보상받을 줄 알았어요. 학벌이 낮은 사람은 인생이 덜 잘 풀리고, 높을수록 더 잘 풀릴 줄 알았어요. 그래서 기를 쓰고 내 인생 망하지 않기 위해 학교를 더 높이고 높이려 수능을 몇 번이나 쳤는데, 웬걸.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은경 님, 학점이 망한다고 인생이 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요. 인생이 망한다고 계속 생각해 버릇하고 믿어 버릇하면 인생은 정말로 망합니다. 인생이 잘 풀리고 망하고의 분기점은 학점, 학벌, 회사 규모, 연봉 같은 '외형적 조건'에 달려있지 않아요. '관점', 즉 퍼스펙티브에 달려있습니다. 연애로 비유해 보면 쉬워요. 연애를 잘하고 망하는지가 오로지 '미모'에만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다이어트 실패하면 인생 망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은경 님 옆에 있다고 칩시다. 그거, 정답인가요? 아니요. 아무리 예뻐도
"나 연애 망했나? 나 말실수 했나? 오빠가 나 떠나가나? 나 망했나?"
라는 생각을 매일 달고 살면 연인은 "아니야 자기야 그런 생각 마. 아니야 아니라니깐"이라며 위로하다가도 질려서 떠나가기 십상입니다. 즉, 미모보다 관점이 연애를 망치죠. 그러나 그녀는 내가 덜 예뻐서일 거라며 더 살을 빼고 더 코를 높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관점은 바꾸지 않은 채로요. 은경 님은 그 친구에게 무어라 말해주고 싶으신가요?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말을 거울 앞으로 다가가 스스로에게 그대로 해 주세요. 답은, 의외로 은경 님 안에 있을 테니까요.
다음달 사연 미리보기
:: 내 인생에 정작 내가 없는 것 같아요.
다음 달 사연을 선공개합니다. 여러분도 일일 상담가가 되어 답변을 남겨주세요. 응원, 위로, 공감, 조언 무엇이든 좋습니다. 답변 선정되신 분들은 다음 달 집단지성 상담소에서 소개합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성격이에요. 말을 하기 전에나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보일지가 그려지지 않으면 뭘 하지를 못합니다. 심지어 게임을 할 때 게임 속 다른 유저들 한테도 그래요. 현실에서는 더 심합니다. 직장 생활 중에 실수하거나 질문에 대답을 못하거나 하면 너무 부끄럽고 쥐구멍에 숨고 싶어요. 특히 "저 연차에 왜 모르지?"라고 다들 생각하실거라는 마음이 들어 너무 신경쓰입니다. 실제로 사회생활 초년생때 인턴을 하면서는 사수분께 "이건 기본아니냐"라는 지적을 받은 뒤로 결국 인턴쉽을 중도하차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게 편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건 제 성격을 고쳐야 되는 거지 혼자 있는 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건가 싶기도 하고 어렵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도 "솔직히 나는 공감못한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같은 생각들이 들면서 억지로 맞장구를 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제대로 즐기지를 못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는 뒷전이고 항상 다른사람 생각만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세상에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자신조차요.by. 하루다
하루다님의 고민에 아래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집단지성 상담소의 소중한 지혜가 됩니다
컨트리뷰터 커뮤니티에 함께 해 주세요
월간 마음건강 컨트리뷰터로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컨트리뷰터 여러분들께 빠르고 정확하게 새 소식과 혜택을 전하기 위해 <오픈 카톡방> 형태의 컨트리뷰터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내 글을 매거진에 투고하는 것도, 오프라인 살롱을 안내 받고 신청하는 것도 앞으로 차차 공지용 오픈채팅방인 컨트리뷰터 커뮤니티에서 전해드리게 됩니다. 아직 함께하지 못한 분들께서는 아래의 버튼을 통해 함께 해주세요.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말하는댄서
30대인 지금 20대의 저를 돌이켜보면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막연히 나도 해야하는데..라며 걱정만 했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왜 나는 하고 싶은 지, 해야 하는 지” 구체적인 방법과 이유를 고민해보지 않았더라고요. 와 이글 너무 공감되요. 정말 위에글 뼈가되서 살이되는글이에요. 알고있지만 알고있기에 더 간과하기 쉬운것같아요. 저도 불안도가 높아 가만히 쉬지않고 뭔갈 계속하는데 또 이게 잘하고있는건거 내내 불안하더라고요. 어쩌면 저에게 필요한건 다시 되돌아보며 더 욱 체계적인 준비와 실천이 필요한것같습니다. 내내 불안한것보다 1시간만 불안해보자라는 자세도 좋은것같아요. 뭐 어떻게든 되겠죠. 죽기야하겠어 ㅎㅎ.. 다시한번 제 자신을 돌아보게되었네요. 고민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ㅎㅎㅎㅎ 고민을 남겨주신분의 용기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요! 늘 느끼지만 우린 서로를 돕고있는거같아요 ㅎ
의견을 남겨주세요
도로시
그렇습니다. 학점 망한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좋은 학벌이 아님에도 돈은 벌어가며 살고 있어요. 훌륭한 직장, 그 직장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 사연자님의 사연을 봤을 때와 지금 다른 답변들도 함께 보면서 저 또한 더욱 깨닫는 시간이 되었어요. 학벌이 다가 아니구나. 그리고 생각해보니 저희 직장에도 정말 다양한 학벌의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많은 직장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사연자님의 여러 답변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셨으면 좋겠네요.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저도 늘 주변에 농담처럼 ㅎㅎㅎ 학벌 학점 다 월등히 높은 저보다, 학교도 학점도 덜 좋지만 배짱하나 좋은 제 여동생이 훨씬 더 잘산다고 ㅎㅎ
의견을 남겨주세요
사랑이누나
함께하는 구독자님들의 삶의 경험과 찾아주신 방법들로 저도 덩달아 배우게 되네요 무엇이든 알고자하면 길이 있듯이 뭔가 방법을 찾고 싶다면 그걸 파고드는게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장재열상담가님의 직언이라는 경고(?)에 마음을 다잡고 스크롤을 내렸지만 날카로운 직언이 아닌 따뜻한 직언이었네요 ㅎㅎㅎ 사연자님~! 학점 그까이꺼 학려벌 그까이꺼 사회 나와보면 진짜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망하지 않는 길은 어떤 것이든 임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더라고요 이미 충분히 강한 정신력을 소유하신 사연자님을 저도 함께 응원합니다😊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완전 완전 동의합니다 !!!! 그까이꺼!
의견을 남겨주세요
밀리
그러게요... 사소한 일이 일어난다고 망하지 않는데. 망한다고 생각하는 그 사고가 우리를 망하게 하는 것 같아요. 어떤 한 문장이 생각나요. 연인관계에서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헤어질 듯이 싸운대요. 사소한 일에도 이혼할 듯이 싸우는 그 태도가 문제라던 문장이 생각나요. 사소한 일은 사소한 일로 넘길줄도 알아야한다던 문장이요. 저도 사소한 일은 사소하게 넘기고, 정말 심각한 일에만 심각하게 에너지를 쏟는 강강약약의 에너지 배분을 연습하는 삶의 태도가 연습되었으면 합니다,,,!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망한다고 생각하는 그 사고만 덜어내도 훨씬 우리는 덜(?)망하겠죠? 강강약약 좋네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유캔두잇
안녕하세요. 저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나서 댓글 남겨봅니다. 인생의 성공은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 이루어지더라구요. 물론 공부를 잘하면 유리한 점이 많지만, 성적이 곧 행복이나 성공과 비례하는 건 절대 아니더라구요. 저는 직업상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거든요. 하지만 공부는 성공과 행복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일부분'일 뿐이더라구요. 중요한 것은 관점과 더불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 예를들면 강점과 약점을 아주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아는 것.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꺠닫는 것 등등.. 20대에 반드시 성장시켜야 할 부분은 참 다양한 것 같아요. 공부도 좋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빛나고 푸르른 20대를 다양한 색깔로 가득 채워나가시길 바랄게요. 파이팅입니다! :)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유캔두잇님이 만나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 덕에, 늘 참 풍성하게 좋은 댓글로 우리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주시는 거였군요! 감사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