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구독자님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시나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고요? 그러면 살짝 바꾸어서 질문을 해 볼게요.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한 만큼, 자신에게도 충분히 관대한가요? 예를 들어 누군가 실수하거나 실패해서 좌절하고 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을거라고 우리는 위로하고 다독일 때가 있지요. 하지만 자기 자신의 실수에는 자책하고 채찍질 하는 것이 더 익숙하지는 않나요?
"왜 이것도 못하지?"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하는 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타인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분들일수록 의외로 그 기저에 자기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에게 사랑받고, 또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면 더욱 그렇지요. 사랑받고 싶기에 타인에게는 더 많은 관심과 관대함이 표출되지만, 또 사랑받고 싶기에 나라는 사람은 더 더 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도 해요. 그래서 때로는 나를 얼마나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지요. 그러면 저는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내 주변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나는 나를 몇위로 생각해요?"
당연히 나 자신이 1위라고 생각하는 분들 조차도, 제가 조목 조목 물어보다보면 서서히 순위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부모님이 실망하실까봐 이런 이런 속얘기 못하신다면서요. 그럼 정말 부모님 보다 윗 순위에 두시는 게 맞을까요?" "친구분들이 멀어지는 게 싫어서 늘 먹고 싶은 것 이야기 하지 않으신다면서요. 그런데도 친구보다 내가 우선순위 상위권인게 맞아요?" 이런 식이죠.
그렇게 순위를 재 조정, 재 조정 하다보면 의외로 나 자신은 5~7위 권에 가 있는 모습을 보고 허탈한 웃음을 짓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곤 제게 묻죠.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사실 정답은 저도 잘 모른다고 말하곤 했어요. 솔직히 저도 제 자신이 한 4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거든요. 가족에게 늘 양보하거나 중재하는 입장이라 가족보다는 낮은 것 같은데, 연애를 하면 온통 그 사람에게 관심이 쏠리고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에 희노애락이 너무 많이 결정되는 모습도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한 해외 시상식 수상소감 영상을 봤어요. 아주 당당한 모습의 여성 흑인 배우가 카메라 앞에 손가락질을 하며 수상소감을 하고 있었지요.
22초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영상에 저는 얼얼 해졌어요. 이 말을 한 배우는 1956년 생,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70을 앞둔 셰릴 리 랠프(Sheryl Lee Ralph)입니다. 저는 깜짝 놀랐어요. 너무 당당하고 멋진 애티튜드에, 힘있는 말투가 합쳐져서 40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녀는 평생 주연급 보다는, 주로 조연급으로 활동해온 배우입니다. 언제나 자기 자리에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온 원로 배우이지요. 아마도 그녀의 삶에서 꽤 많은 순간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사람의 몫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거울 속에 비친 사람을 가장 사랑하면서 살아왔다는 그녀를 보며, 일본의 아이돌 AKB48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올랐어요.
우리나라 프로듀스 101의 시초이기도 한 AKB48은 매년 투표를 해서 1위 부터 100위까지 멤버들을 줄세우고 상위 16위 까지만 새 앨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발 하지요. 매년 예쁘고 재능있는 상위권 멤버들이 붙박이로 순위를 고정해오던 고인물 파티 속에서 갑자기 '부스(일본어로 못생긴이라는 뜻) 멤버' 하나가 16위에 턱걸이를 합니다. 스다 아카리(須田 亜香里) 인데요. 예쁘지 않고, 노래도 잘하지 못해서 언제나 가장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가 되곤 했던 멤버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번이라도 사인회나 악수회를 찾아온 팬은 모두 노트에 기록해서 다음번에 찾아올 때는 먼저 이름을 불러주는 노력으로 점차 인정받기 시작했고 마침내 16위, 선발 끝자락에 올랐지요. 언제나 코러스 위치에 있다가 처음으로 TV에도 출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16위로 불리었을 때 그녀의 선발 소감은 다음과 같았지요.
셰릴 리 랠프와 스다 아카리의 공통점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마치 현실의 우리와 같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은 자신 눈동자에 비친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을 눈동자에 담아주는 사람에게만큼은 빛난다고 믿으며 자신을 북돋았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해온 그녀들은 각기 69세에 시상식 무대에서 전세계인을 울린 수상소감을 전하고, 30세를 앞둔 나이에 선발 2위라는 탑클래스 아이돌이 되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타인에게서 찾고 있지는 않나요? 그녀들의 삶과 메시지에서 저는 다시금 되뇌이게 됩니다. 지금 아주 대단치 않은 나라도, 이런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하는 것,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내 곁에 있는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는 걸요.
이번주의 추천
:: 셰릴 리 랠프 - 크리스틱스 초이스 수상 소감
긴 말 않겠습니다. 제가 글로 쓴 것보다 영상으로 보시면 확실하게 더 그녀의 에너지가 전해지실 거에요. 여러분에게도 제가 느꼈던 생생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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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의 월간 마음건강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레터는 매거진, 워크숍, 컨설팅을 통해 스스로 온전히 멈출 수 있는 마음의 자생력을 기르는 브랜드 오프먼트 offment의 뉴스레터입니다. 뉴스레터에 소개된 다양한 가치를 다양한 매개체로 개발하고, 전달합니다. 더 많은 정보, 문의 사항은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댓글 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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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이거 처음 볼 땐 웃기다고 생각만 했는데, 자존감이 낮아진 지금 보니까 와닿네요. 제가 몇 순위인지도 생각해보니 1위가 아니었던 것도 깨달았어요...! 이번 주말에는 저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하고 갑니다.
장재열의 오프먼트 (1.22K)
ㅎㅎㅎ 맞아요 자신에게 관대하기 힘든 한국 사회에선 내가 1위 아닌 일이 참 흔한거 같아요. 한나님을 위한 주말 보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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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 사용자
저도 당연히 1위라고 생각했는데.. 조목조목 따져보니 점점 밀리네요~ 요즘...나를 왜 존중해주지 않지? 하며.. 작아지던 요즘이었는데..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타인이나 주변 환경에서 찾았던것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드네요 여배우의 수상소감을 영상으로 접하니 당장 거울 앞으로 가서 나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지? 타인에게만큼 내 자신에게도 관대한지? 되물어보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장재열의 오프먼트 (1.22K)
거울 속 나에게 꼭 말해주자구요!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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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저도 머릿속으로는 당연히 내가 1순위 아니야? 내가 나를 사랑해야지 했는데.. 조목조목 따져보니 순위가 밀리는 저를 발견하게되네요 나는 왜이렇게 주변에 영향을 많이 받을까?하며 작아지는 저를 발견했는데.. 셰릴 릴 래프 배우의 수상소감과 글을 읽으니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타인에게서 찾은건 아닌건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거울 속의 나 자신부터 사랑하고 존중해줘야 겠단 생각도요 ❤️
장재열의 오프먼트 (1.22K)
맞아요 우리는 타인의 인정이나 타인의 사랑에서 찾아온 걸지도요! 저도 아!!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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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댄서
요즘 일이안풀려서 자존감이 저도모르게 떨어지게됬는데,이렇게 좋은글 올려주셔서 다시한번 다짐하고 가네요. 나를 사랑하자.나 자신에게도 관대하자.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지금 내자리를 조연이아닌 주연이라고 생각하고 힘껏 내 자신을 뽐내보자라고 말이죠!
장재열의 오프먼트 (1.22K)
그럼요 내 인생에선 언제나 영원히 내가 주연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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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누나
당연히 나 자신이 1위!!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고 있었는데요....띠로리..... 조목 조목 따져보니 1위 맞나? 아닌가? 하하하 헷갈리네요 난 진짜 나에게 몇위려나?? 저도 저 여배우분 수상소감 보면서 와우~! 너무 멋있다 생각했었어요 자기가 자기를 인정하고 사랑하는게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저도 점점 알아가는 중이거든요 오늘도 이렇게 저를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재열의 오프먼트 (1.22K)
저렇게 멋지고 자신감있으면 어느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아름다운가봐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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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저는 저를 사랑한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내가 나에게 몇 위인가를 생각했을 때 1위라고 생각나지 않는거에요. 정말 놀랍죠. 사랑한다면서 순위를 매겼을 때는 바로 1위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요ㅎㅎㅎㅎ 저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게 중요하고 좋은 사람인데요. 제 자신부터 인정하고 좋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먼저 사랑하자. 그래야 다른 이들도 사랑해줄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장재열의 오프먼트 (1.22K)
나를 사랑하긴 하눈데 최 우선순위가 아니었더라고요 저도 ㅎㅎ 우리 모두 순위 조금씩이라도 올려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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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캔두잇
1. ‘나를 포함한 내 주변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나는 나를 몇위로 생각해요?’ 저는 제 자신이 언제나 우선순위에 있어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내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라서인지 제 선택, 욕구, 감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거든요.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를 존중해야 타인도 나를 존중하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해왔으니깐요. 하지만 아직 인생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셰릴 리 릴프 배우님처럼 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여전히 거울을 보면 저의 결핍과 열등감이 크게 보일 때가 많고 이걸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하며 자신감이 없어지는 날들도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 명상을 하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꽤 공허한 말인 것 같다고요. 누군들 자신을 사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 모두가 이 상태에 도달하길 원하지만 실천하기 참 어려운 말인 것 같기도 해요. 그렇기에 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려는데 저에게 있어 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그저 제가 스스로 좋아하는 걸 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에요. 강한 척 하지 않고 내 안의 연약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가끔 울고있는 내면 아이가 불쑥 찾아오면 껴안아 주고 다독여 주기도 하고요. 2. 저는 주변에서 늘 양보하고 중재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되요. 특히 그런 역할을 자발적으로 해내는 분들이 유독 제 시야에 들어오곤 하는데, 저는 이분들이 이 세상의 '빛과 소금' 같은 존재이거든요. 물론 본인들은 때로 힘들겠지만요. 이분들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사람들 사이에서 꼭 필요한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해요. 오히려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상대방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그리고 돌봐주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 이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사랑을 확인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세상에 꼭 필요하니깐요. 아! 물론 이러한 행동의 동기와 에너지가 건강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LOVE MYSELF’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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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군
여전히 어렵지만 올해 2위까진 도달한 것 같아요 ㅎ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니 나다운 본연의 모습도 찾게 되고, 덕분에 일상이 설레고 즐겁게 느껴져서 신기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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