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마음건강 베이직

쓸모 없는 시간의 쓸모, '회복 생산성'

6월 19일 :: 열두번째

2024.06.19 | 조회 713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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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재열

장재열의 오프먼트

나를 위한 일상 속 잠시 멈춤, 월간 마음건강 매거진

이번주의 편지


비생산적 시간이 아니라,

"회복생산성"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는 삶에서 세 번의 번아웃을 겪었습니다. 첫 번째 번아웃 때는 상담가가 되기도 전 인지라 번아웃이 무엇인지도 몰랐지요. 억지로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그러자 번아웃은 들불처럼 제 마음에 번져 공황장애와 우울증이라는 질환으로 변모했어요.

그래서 상담가가 된 이후 겪은 두 번째 번아웃 때는 눈 딱 감고 고향에 내려가 한동안 쉬어보았습니다. 커리어의 단절을 각오하더라도, 나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시간 동안 저는 계속 ‘비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매일 뒷산 오르기, 꽃 구경, 토끼 사육장 구경만을 반복하고 있었거든요.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간에 일을 했으면 얼마를 벌었을 텐데' '주변 사람들은 이 시간에 뭐라도 하고 있을 텐데' '1년의 휴식기 동안의 에피소드를 책으로라도 묶어 내야 하나? 뭐라도 남겨야 하나?'

하지만 그때, 친구 이항심 교수의 한마디가 떠올랐어요. 저의 책에서도 등장했던, 진로심리학자인 건국대 이항심 교수 말이에요. 그녀는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극도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사회다 보니, 사람들이 쉬면서도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쉬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제대로 쉬질 못한다" 고요. 그래서 눈 딱 감고, '쓸데없는 시간'을 더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쉬고 돌아온 이후, 많은 분들이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시더군요.

“재열님 쉬고 돌아오시더니 글이 훨씬 읽기 편해졌어요”

“예전보다 상담이 한층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저 친구, 말을 저렇게 재미있게 했었나?”

모든 퍼포먼스가 예전보다 분명히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고향에서의 시간은 비생산적인 시간이 아니라, 회복이 제대로 되어 다시 생산적인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 시간, 즉 ‘회복 생산성’이 충만한 시간이었던 거지요. 

 

 비슷한 사례로, 저의 내담자분 중에서 아주 재미있는 분이 계신데요. 스타트업 대표인 정훈씨에요. 그가 꼽은 '가장 회복 생산성 높은 행동'이 뭔 줄 아세요? 바로 새우깡의 주름세기 입니다. 새우깡 봉지를 뜯어서, 한 봉지에 새우깡이 몇 개 들어있는지 세고요. 그다음에는 새우깡을 하나씩 집어서 각각 주름이 몇 개 인지를 일일이 센다고 해요. 정말 쓸데없는 행동 같지요? 좀 괴짜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본업이 스타트업 대표인 정훈씨는 언제나 '생산성 강박'에 시달립니다. 최근 투자를 받고 난 이후, "이게 돈이 돼?" "이게 쓸모가 있어?"라는 질문에 더욱 갇혀 살 수밖에 없지요. 그런 그가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노래방 새우깡에 주름이 몇 개인지, 각각 다 개수가 같은지 궁금해서 세 보기 시작했는데 그 짧은 시간이 놀랄 만큼 평화롭고, 생각이 비워지더라는 겁니다. 

그에게는 이 새우깡을 세는 행위가 ‘off moment’ 인 셈인 겁니다. 적극적인 쉼을 위해서 모든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일 생각을 멈추고, 도파민에서 벗어나는 ‘제대로 쉬는 시간’말이지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진짜 오롯이 생각을 비우는,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행위가 있나요? 꼭 도서관 가기, 좋은 음악 듣기 같은 교양적 생산성을 띠는 행위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이런 건 너무 쓸데없다"라고 스스로 자기검열을 했던 행위들까지도 오롯이 살펴보세요. 가장 편안한 행위가 만약 누워서 천장 보기 라거나 게임하면서 과자 먹기 라면, ‘비생산적 활동’이라는 생각 대신, ‘회복 생산성 높은 활동’이라는 인식으로 조금만 방향을 틀어보면 어떨까요?

쉼에 등급을 매기지 않고,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 진짜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제대로 된 시간의 사용법일지도 모릅니다.


 

이번주의 추천

:: '뽀모도로' 시간 활용법

오늘은 프리랜서 5년차라는 구독자 @조대왕님이 추천한 '뽀모도로' 시간 활용법을 소개하려고 해요.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를 뜻하는데, 프란체스코 시릴로가 대학생 시절 토마토 모양으로 생긴 요리 타이머를 활용해 25분간 집중하고 5분간 휴식하는 시간관리 방법을 제안한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해요.

"저는 뽀모도로를 노션에 위젯으로 설치해서 적극 활용 중이에요. 45분 일하고 10분 동안 쉬어요. 일어나서 서성이기도 하고,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식사 준비도 틈틈이 해요. 알람 소리를 새소리로 해놨더니 귀에 거슬리지 않고 좋더라고요."

@조대왕

원래는 25분 집중하고 5분 쉬는 방법이지만, 자신의 업무 환경이나 내용에 맞춰서 조대왕님처럼 시간을 조정해도 좋아요. Focus To-Do라는 서비스를 활용하면 앱, pc 등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서 뽀모도로 시간 활용법을 적용해 볼 수 있답니다.


 

 

지난주의 off레터 답장을 소개합니다

지난주 질문은 "나는 ______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였어요. 자기만의 소소하고 사적인 off moment를 공유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승엽_ 저는 집안 청소를 끝내고, 특히 이부자리를 정리한 뒤 씻고 나와서 침대에 누울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 시간에 바로 자면 좋은데 그 편안함을 오래 느끼고자 누운 채로 많이 버둥대다가 잠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일어나지 않으려고 AI스피커로 전등과 모든 전자제품의 전원을 관리하게 된 것 같아요. @꾸꾸_저는 오후 8시 이후에 차 + 사람이 많이 없는 공간을 걸어다닐 때 편안한 사람입니다. 저녁 시간의 광교 호수공원이나 행궁동 성곽길을 추천해요. @오리온_저는 더운 여름날 할아버지댁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온종일 책을 읽을 때 행복한 사람입니다. @미끄럼틀_나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을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에서 잊고있던 음악을 우연히 들었을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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