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스피치 학원, 정말 도움이 될까요?

요즘 같이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밖을 걸어다닐 때면 무척 마음이 설렙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도 이런 설레는 마음으로 한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진짜 궁금해하시는, 그리고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에 관해 솔직히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스피치 학원, 정말 도움이 될까요?"

사실 이와 같은 질문은 다양한 커뮤니티에 단골로 올라오는 질문입니다. '내가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스피치 학원을 다녀 보면 도움이 될까?', '근데 가격이 비싼 것 같은데 괜찮나?' 이런 고민에서 비롯된 질문이죠?

저도 현재 스피치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이에 관해서 조금은 객관적으로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먼저 아셔야 할 불편할 진실

많은 분들이 스피치 학원을 가면 나에게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피치 학원은 호그와트 학교가 아닙니다. 즉, 마법이 일어나는 공간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실제 황태연(2017)에서의 스피치 학원을 다닌 사람과 안 다닌 사람을 비교했을 때 아래와 같은 결과를 관찰했다고 합니다.

즉, 스피치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말발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발표할 때 떨림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는 것이죠. 대신,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통해서 자신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이 상대방에서 신뢰감을 주면서 긍정적인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광고 문구 등에서 "단 00일 만에 여러분의 말하기를 바꿔 드립니다 !" 이런 말들은,,, 말을 아끼겠습니다😅)

근데 더 불편한 진실은 실제로 스피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교육을 받기 전에는 '나도 말을 엄청 잘하겠지?'하는 기대감을 갖지만, 교육을 마치고 나면 '음,,, 생각보다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대체 왜 이런 괴리가 생길까요?

스피치 교육의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

스피치 교육의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인 1: 정확한 자기 인식의 부재

대부분 문제의 상황은 인지를 하십니다. 그래서 스피치 학원을 찾는 것이겠죠? 그래서 스스로 '나는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라고 생각은 하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왜' 못하는지 정확하게 모른다는 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스스로가 말을 못 하는 게 발성의 문제(예: 목소리가 작거나 떨림)인지, 발음의 문제(예: 특정 발음을 잘 못함) 인지 아니면 구조의 문제(예: 횡설수설 두서 없이 말함)인지 아니면 그것도 아니면 심리적인 문제(예: 긴장 때문에 버벅)인지 정확히 잘 모른다는 것이죠.

실제로 저를 찾아오신 분 중에 발음이 뭉개져서 사람들이 본인의 말을 잘 못 알아 듣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수강생 분이 계셨는데요, 실제로는 잘못된 발성 습관을 갖고 계셔서 생긴 문제였습니다. 또, 본인의 말하기 속도가 좀 빠른 것 같아서 천천히 하고 싶다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이는 표면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대화에 욕심이 많아서 상대에게 곁을 내 주기 싫어 말을 계속 이어가는 습관이 있으셨던 분이었습니다. 이처럼 본인의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원인 2: 허황된 광고성 메시지에 속아서

"여러분들의 연봉을 N배 올려 드리겠습니다."

"수업 한 번으로 여러분을 바꿔 드립니다."

"수업을 듣고 개선이 안 되면 100% 환불해 드립니다."

아마 이런 광고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 말에 안심해서 '그래, 수업을 들으면 나도 확 바뀔 수 있고 안 되면 환불해 준다니까 마음 편하게 가야지.'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근데 그거 아세요? 목소리 톤이 미세하게 좋아져도, 표정이 조금만 좋아져도 "개선됐습니다."하면 끝입니다. 그만큼 말하기에서 개선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라 반박이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환불 건수가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따라서 이렇게 여러분을 불리한 구조로 두는 광고성 멘트에는 특히나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원인 3: 획일화된 커리큘럼

발성에 문제를 겪고 계신 변호사, 카메라가 두려운 유튜버, 투자 피칭할 때 횡설수설하는 스타트업 대표.

위의 세 가지 문제 사항이 같은 수업 혹은 같은 교재로 해결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가르칩니다. 물론 1:1 수업이 아닌 그룹 수업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게 반의 인원이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든 관계 없이 그리고 몇 년 전에 가르치던 내용을 여전히 지금도 똑같이 가르치고 있는 학원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공교육의 영역에 '말하기' 교육이 없다 보니까, 체계적인 연구가 덜 이뤄져 있는데, 대부분의 커리큘럼이 방송사에서 아나운서나 방송인 등을 도제식으로 가르치던 내용을 정리한 형태로 이뤄져 있습니다. 즉, 방송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의 말하기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스피치 학원이 도움이 되는 이유

이쯤되면 여러분들께서 '그럼 스피치 학원은 쓸모 없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은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1. 정보의 과부하 속에서 '필터' 역할

요즘 세상은 사실 내 손 안의 휴대폰으로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어졌습니다. 지금 당장 유튜브에 '스피치 잘하는 법'을 검색해도 수백 개의 영상이 뜹니다. 근데 그만큼 너무 많은 정보가 있다 보니 어떤 게 맞는지 그리고 어떤 걸 먼저 봐야 하는지 잘 모르시겠죠?

이럴 때 스피치 학원은 불필요한 정보는 걸러내고, 여러분이 아셔야 할 정보 그리고 해야 할 연습의 순서를 정해 줍니다.

2.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역할

어찌 보면 위의 내용과 다소 일맥상통하는데, 혼자 하다 보면 너무 고려해야 할 게 많아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혹여나 잘못된 방법으로 연습을 해 그것이 습관이 되면 나중에 고치기 더 어렵습니다. 몇 십만 원 아끼려고 몇 년을 허비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죠.

학원에 있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여러분이 겪은 과정을 먼저 더 많은 시간 투자를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시행착오를 줄여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빠르게 갈 수 있게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3. 강력한 환경을 설정해 주는 역할

온라인 학습도 그렇고 혼자 하는 학습도 그렇고 가장 큰 적은 '나의 의지'입니다. 그런 경험 많으실 거예요. 유튜브에서 발성 강의 보려고 했다가 어느 새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든가, 아니면 집에서 오늘은 이거 연습해야지 했는데, 잠깐 하고 10분만 누워야지 해서 잠이 들어 다음날이 되어 있는 마법 같은 경험.

사실 우리의 성장은 우리가 괴롭고 힘든 경험을 이겨냈을 때 이뤄집니다. 근데 아무래도 혼자서 그걸 한다고 하면 적당한 상황에 포기하게 되어 성장이 어렵죠. 그래서 강사의 가장 큰 역할은 '스캐폴딩(Scaffolding)' 즉, 학습자가 어려움을 겪을 때, 적절한 도움과 안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강사가 학습자의 수준 및 상황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단계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겠죠?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이 후자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비싼 돈을 내고 학원을 찾는 것이겠죠? 😂

좋은 스피치 학원(강사) 고르는 방법

일단 여러분이 스피치 학원을 다녀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알고 계시면 도움이 됩니다.

1. 먼저 나의 명확한 목표를 설정

막연히 '말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가 ChatGPT에게도 구체적으로 시킬 수록 좋은 답변을 얻을 확률이 높잖아요? 그처럼 나의 목표를 아래와 같이 구체화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목표가 명확해야 내 문제에 맞는 코치 또는 학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내가 받은 교육 서비스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도 있고요.

2. 강사의 '피드포워드(Feedforward)' 능력 확인

아무래도 수업료가 고가이다 보니 덜컥 수강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있으실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리는데, 상담을 통해서 강사가 나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그리고 그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지(피드포워드)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여러분께서 "제가 미팅에서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셨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단순히 긴장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는 식의 뜬구름 잡는 답변을 한다면 경계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긴장하시는 원인을 일단 파악하셔야 하는데, 그게 준비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과거 부정적 경험인지, 완벽주의 성향인지에 따라 해결하는 방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문제 상황을 같이 고민해 주고 해결 방안을 도출해 가는 강사를 알아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3. 개인 맞춤화 수준 확인

요즘 시대의 교육의 트렌드는 '학습자 중심 맞춤형 경로'입니다. 기본적인 커리큘럼이 설계가 되어 있지만 그게 나의 상황 그리고 동료 수강생들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이 가능할 때 수업의 효과가 좋을 수 있습니다. 즉, 큰 교육의 방향은 정해져 있되, 수강생들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추가적인 내용 등이 제공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 보시면 좋습니다.

물론 1:1 수업이 아닌 단체 수업의 경우, 모든 수강생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6명 이내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수업을 들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등록할까 말까?

어쨌든 스피치 학원 다닐까 말까에 관한 답은 짧게 드릴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달라요."

아래를 보시면서 내가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해 보세요.

❌ 도움이 안 되는 분

✅ 도움이 되는 분

여전히 '내가 스피치 학원이 필요한 사람일까?' 고민되신다면 언제든 저, 김형에게 무료 상담 신청해 보세요. 30분 정도 상담을 통해 개인의 문제를 파악하고 맞춤형 학습 경로를 제안해 드립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또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

참고문헌

최선희, & 김성태. (2021). 학습자 특성과 교수역량, 멀티미디어 활용이 학습몰입과 스피치 교육 효과에 미치는 영향: ARCS동기 이론을 중심으로.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1(9), 497-516.

황태연. (2017).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의사소통 능력 및 불안정서와 조직구성원의 매력도에 미치는 영향. [석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Gallego, A., McHugh, L., Penttonen, M., & Lappalainen, R. (2022). Measuring public speaking anxiety: Self-report, behavioral, and physiological. Behavior Modification, 46(4), 782–798.

McNatt, D. B. (2019). Enhancing public speaking confidence, skills, and performance: An experiment of service-learning.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Management Education, 17(2), 276–285.

앞으로 매주 목요일 20시에 발행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