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호] 부드럽고 유려하게 표현하는 이들

대체할 수 없는, 백예린 / 여기가 정원인지 뮤지엄인지, 뮤지엄 산

2024.11.21 | 조회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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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요.

따뜻한 옷 챙겨 입으셨나요? ❄🌬


Thu

온다 / 사랑을 담아, 예린
주민 / 원주 뮤지엄산 관람 후기

 

  • 사랑을 담아, 예린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원래는 발룬티어스 콘서트 후기에 이어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월즈 기간이 겹쳐 순서를 바꾸게 되었어요. 속상한 소식이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우승까지 이뤄냈으니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달이 바뀐 김에 11월에 꼭 들어줘야 하는 노래와 함께 시작할게요.

이미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백예린입니다. 저는 꽤 오래 전부터 예린의 팬이었어요. 처음 그를 알게된 건 역시 박지민과 함께한 15& <Somebody>였는데요. 그 후 뚜렷한 활동이 없다 갑자기 <우주를 건너> <Bye bye my blue>라는 너무나도 본인스러운 곡을 들고 나타났죠. 구름을 걷는 듯한 음색과 섬세한 가사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제 감성을 완전히 꿰뚫어 버렸답니다. 게다가 커버곡 장인답게 다른 노래들도 본인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모습에 더욱 반했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곡이 많지 않아 자주 커버곡을 올려주곤 했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커버곡은 <LaLaLa Lovesong> <Only wanna give it to you>입니다. 청량하고 몽환적인 전자와, 관능적인 후자의 상반되는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어떤 장르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은 가수로서 정말 큰 장점입니다. 저는 곡의 분위기에 맞게 목소리를 바꿔낼 수 있는 가수가 정말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백예린은 누가 들어도 백예린이면서도 멜로디마다 다른 톤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보컬리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예린의 목소리가 기본적으로 의 성질을 갖는다고 해볼게요.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에서 예린의 목소리는 강물 같습니다. 부드럽고 유려하게 흐르며 청자에게 말을 걸죠. <그게 나였네>에서는 호수 같아요.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무척 깊어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호수. <Square>에서는 여우비 같고요. 밝은 분위기이지만 어딘가 투명하게 쏟아져내립니다. 그러다 <산책>에서는 마침내 안개가 되어버립니다. 서서히 퍼져나가 촉촉하게 감싸 안다가도 눈 깜빡하면 흩어져버릴 것 같죠.

이렇듯 예린의 음색은 흔히 물기 가득한’, ‘수채화 같은’, ‘몽환적인과 같은 단어들로 형용됩니다. 그러나 사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포인트는 그 안에 숨겨진 허스키함이에요. 조금만 귀 기울여보면 목소리에 생각보다 탁성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허스키함이 리스너들이 말하는 위로가 되는 목소리의 정체라고 생각해요. 층층이 쌓인 탁음의 레이어가 마냥 청량하기만한 목소리보다 깊이 있는 소리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래서 어딘가 따뜻하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여기에 더해, 옛 영상을 보면 공기를 많이 섞고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지금과는 또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때의 영상들에서는 백예린의 음악적 장점이 음색 하나뿐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탄탄한 기본기와 단단한 발성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니 어떤 장르를 시도하더라도 매력적으로 들릴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요?💗

 

  • 자연 속 위치한 뮤지엄, 원주 뮤지엄산

구독자님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예술에 조예가 깊지도 못 하고 관심이 큰 것도 아니지만요. 보고 즐기는 것을 곧잘 좋아하니까 가끔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는 집에 있는 편이다 보니 문화생활도 저에게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에 속하답니다. 하지만 가면 또 엄청 즐거워해요. 구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지난 주말에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저희 집에 김장 계획이 잡혀 있어서 주말을 미리 비워두었는데요. 날이 추워지지를 않아서 김장이 밀려서 주말 내내 집에서 가족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랑 데이트하러 멀지 않은 원주로 다녀오게 되었답니다.

뮤지엄 산은 작년에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안도타다오-청춘’전을 개최했었어요. 당시 이 소식을 듣고 엄마랑 한 번 가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가게 되었습니다. ‘안도타다오-청춘’전은 국제순회전으로 원주에서의 전시가 일곱 번째가 되었어요. 하지만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에서 열린 것은 전 세계에서 원주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은 미니멀한 노출 콘크리트 설계 방식으로 유명하죠. 그리고 건출물은 모두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의 여유를 느끼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는 거죠. 

뮤지엄산의 관람/체험 가능한 공간은 박물관, 미술관, 제임스터렐관, 명상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뭔가 다음에 또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제임스터렐관과 명상관에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관람이었어요.

 

책의 제본을 보는 법

박물관은 ‘페이퍼갤러리’로 상설전시관입니다. 종이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다루고 이와 관련된 교육프로그램까지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페이퍼갤러리를 관람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은 본 전시보다는 다양한 제본 방법으로 만들어진 책을 한 곳에 모아둔 전시실이었어요. 이곳은 홈페이지에서도 공간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는데요. 놀라서 이것저것 봤던 게 기억이 남아요. 독자로서 책을 읽는 데 익숙하다보니까 내용이 아닌 구조를 파악하는 눈이 잘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제본되거나 디자인된 책들도 신기해서 열심히 구경했었습니다.

 

어린이가 그린 해

미술관은 기획전시가 열립니다. 현재 우고 론디노네의 개인전 <BURN TO SHINE>을 관람할 수 있어요.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도 좋았지만요. 저는 뮤지엄산에서 우고 론디노네의 전시에 맞게 기획한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가 기억에 남아요. 원주시에 거주하는 1,000여 명의 어린이들의 드로잉으로 창조갤러리2의 벽이 가득 채워져 있는 곳인데요. 진행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매 전시마다 어린이들의 드로잉은 작가에 의해 소장되고 축적됩니다. 지역과의 상생, 그것도 어린이들과의 협업을 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걷는 내내 눈을 사로 잡는 공간

사실 뮤지엄 산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 말고도 건축과 조경 자체를 즐기기에 좋은 곳입니다. 작년 <청춘> 전시 이후 조각정원에 ‘빛의 공간’이 만들어졌어요. 명상 공간의 역할을 하는 미니멀한 공간인데, 기하학적으로 지어진 콘크리트 건축물 안은 소리가 울리고, 천장의 틈으로 약간의 빛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뮤지엄 본관으로 들어가는 길인 워터가든은 뮤지엄산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죠. 

뮤지엄 본관 역시도 빛을 이용한 공간이 많습니다. 복도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마다 의자나 쇼파가 있어서 관람객들이 쉴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창밖 정원도 언제 어디서 보든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잘 조경되어 있습니다.

 

공간 자체가 주는 여유로움, 차분함이 있어요. 그래서 겨울에 가면 또 다른 분위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올 겨울 원주 뮤지엄산에 가보실 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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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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