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습관🏷

와, 너 정말 여행의 *핵심*을 찔렀어

나홀로 맨체스터 / 프라이부르크 여행기

2025.08.19 | 조회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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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처럼 흩어져 있는 각자의 취향을 수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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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서도 여행가가 될 거야🚘 (3)

안녕하세요. 제토입니다. 이번에는 저의 맨체스터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혼자 해외를 여행하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기억에 많이 남는 순간들과 뜻밖의 나를 발견한 경험이 있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 오랜 독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맨체스터 시티의 팬이에요. 그래서 맨체스터는 저에게 필연적으로 가야 할 여행지였답니다. 11월의 영국은 해가 정말 빨리 지더라고요. 4-5시쯤 공항에 내렸는데 이미 깜깜했습니다. 벽돌로 지어진 낮은 주택들과 어둑어둑한 거리가 맨체스터의 첫인상이었어요. 저녁에 혼자 동네 펍에 갔는데, 마침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가 TV에 틀어져 있었습니다. 맨시티에서 이적했던 콜 파머와 스털링 선수가 이 날 활약이 좋아서 맥주 한 잔 시켜서 경기를 보고 있었어요. 근데 제 또래 남자애가 옆자리로 다가와서 한국인이야? 토트넘 좋아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토트넘 경기를 혼자 시청하고 있으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나는 맨시티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본인은 맨유 팬이라고 했습니다. 서로 …’ 하는 약간의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그렇게 대화는 끝났어요. 낯선 사람과 펍에서 대화하는 건 여행 로망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사소하지만 라이벌리가 심한 지역에서 현지 팬을 만나 겪은 일이라 기억에 남았어요.

 

🍨 전에 언급한 적 있지만 맨체스터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도시예요.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방문한 거지만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아시스의 <Shakermaker>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한 Fog Lane Park에서 혼자 산책을 하고 시내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스페인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이 레스토랑을 고른 이유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투자했다고 알려져 있기 매문이었어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전에 한 선수의 아내가 맨체스터에는 맛있는 식당이 없다고 인터뷰에서 말해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우리 식당에 안 와본 것 같다고 농담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식당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곳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어이없게도 후식으로 고른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선택한 점심 코스 요리에는 디저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두 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고를 수 있었어요. 고민하다가 초코맛 아이스크림에 오렌지 소르베를 올려주는 조합을 선택했습니다. 근데 그 조합이 너무 맛있었어서 눈이 확 뜨여지더라고요. 오래전 인터뷰에서 보고 기대했던 식당에서 먹은 메뉴 중 가장 맛있는 게 아이스크림이었다니, 제 기대와는 한참 달라서 뭔가 웃기고 기억에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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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행에서 특히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예를 들면 맨시티 경기와 스타디움 투어, 오아시스와 관련된 굿즈들, 빈티지, 비 오는 풍경, 그리고 비 올 때 마시는 따뜻한 핫초코와 같은 것들이에요. 저는 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은 아니라서 혼자 여행을 하더라도 크게 불편한 점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좋은 순간들을 겪어도 바로 나눌 사람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아는 사이이건 처음 만난 사이이건 이게 얼마나 좋았는지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저에게는 유일한 혼자 여행의 단점이었어요. 경기 다음 날 아침,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침을 먹다가 다른 투숙객들과 서로 전날 경험을 공유하는데 너무 재미있고 속 시원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나는 인상 깊던 경험을 하면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나에 대해 더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구독자님은 혼자 여행을 즐기시나요? 그 경험에서 어떠한 자신을 발견하셨나요? 이번 시리즈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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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이 불어오는 곳🌬️🍃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지난 편지에서는 잔지바르가 집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했었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실 잔지바르 여행이 즐거웠던 거지스톤타운에 살고 싶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사람도 여행과 일상에서의 태도가 다른데, 하물며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는 더더욱 그럴 수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그 부분을 간과하고 말았던 거죠. 여행하며 알게 된 많은 도시들 역시오래 머물러도 좋겠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살아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든 곳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 앞으로의 삶-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최우선 순위로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언젠가 꼭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살아보고 싶다고 마음먹게 했던 곳.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바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입니다.

사실 프라이부르크로 향하는 여정은 꽤나 험난했어요. 기차를 몇 번이나 잘못 내려 헤매고, 여느 때처럼 무거운 배낭을 메느라 진이 다 빠졌거든요. 그럼에도 독일 여행 중 1순위로 마음속에 담아뒀던 도시였기에, 힘듦보다는 설렘이 훨씬 더 컸습니다. 마침내 프라이부르크 숙소에 도착했을 땐 드디어 도착했다!는 기분에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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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내려놓은 어깨를 펴고, 자전거를 빌려 보봉 마을로 향했습니다. 한국에선 자전거 도로가 인도 옆에 붙어 있는데, 프라이부르크의 자전거 도로는 차도와 다를 바 없어 처음엔 조금(많이) 무서웠어요. 아니나 다를까, 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지나가던 운전자에게 호통을 들어버렸지 뭐예요. 그 이후로는 앞쪽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뒤를 졸졸 따라가게 되었어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니 금세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아마 기분 탓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프라이부르크는 건물 간격과 높이를 규제해 실제로 바람길을 만들어 두고 있으니까요. , 건물 외벽을 식물로 뒤덮어 놓은 건물들도 많아 더욱 푸르고 숨 쉴 틈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유독 새소리가 많이 들리고, 눈에 띌 정도로 많은 꿀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은. 이것만큼 건강한 생태계의 지표가 또 있을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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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봉 마을을 찾은 이유는 헬리오트롭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그것보다도, 마을의 건축물들이 모두 에너지 플러스 하우스, 패시브 하우스처럼 강의에서나 보던 건축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마치 미래도시를 목격한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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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천천히 시내를 돌아봤습니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신시가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인공 수로 베힐레였어요. 도심 곳곳에 베힐레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베꾸(베힐레 꾸미기)’’한 수로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답니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물장난을 치고, 관광객들은 발을 담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는데, 그 평화로운 장면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다가 있는 도시를 늘 선호했는데, 이런 물길이 곳곳을 흐르는 도시라면 바다 없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라이부르크 대학 앞을 지날 땐, 자전거가 사람보다 많다고 느껴질 정도라 깜짝 놀랐습니다. 도시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와 트램이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는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덕분에 더욱 조용하고 여유로운 도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도 이런 시스템이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함께요.

제가 유럽의 도시 건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탁 트인 광장인데요. 프라이부르크에도 역시 광장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한참을 걸어다니다 광장에서 핫도그와 와인 슬러시를 먹으며 잠시 숨을 돌렸는데, 혼자서 그렇게 앉아 있기만 해도 행복한 기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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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부르크 근교 멀지 않은 곳엔 티티제 호수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땐 흐린 날씨 탓에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구름이 걷히자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도시와는 또 다른 평화로움이 그곳에 있었어요. 만약 제가 프라이부르크 시민이었다면, 이곳을 자주 찾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프라이부르크는 여전히 제게살아보고 싶은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아마 현실은 쉽지 않겠지만요. 한국에도 언젠가 이런 도시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죠. 그런 도시라면 저는 언제나 기꺼이 살 준비가 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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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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