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7월은 어떤 것들로 채워가고 있으신가요?
- 혼자서도 여행가가 될 거야🚘 (2)
안녕하세요, 제토입니다. 오늘도 제가 혼자 했던 여행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여행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저는 우연을 경험하기 위해 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평소에는 매일 비슷한 루틴을 반복하니까요. 지난 5월에 5일간 여행한 도쿄에서는 특히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참 기억에 남았습니다.
🥦 덴마크에서 온 Lea는 혼자 2주간 여행을 왔습니다. 저와는 게스트하우스 같은 방에서 룸메이트로 만났어요. 여행 첫날 우연히 대화하게 되어 골든가이에서 같이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독일인 무리에는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도 있었답니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임요한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Lea는 채식주의자예요. 그래서 일본 여행 중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 게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사는 코펜하겐에서 아시안 마트에 자주 간다며, 한국 음식 중 뭐가 유명한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비빔밥이나 떡볶이가 유명하다고 이야기해 줬더니 자기도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한국 음식인지 몰랐다고 했답니다. 저도 올해부터 생선을 안 먹고 있어서, 이후 음식에 대해 공감하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친구라 그간 각자 여행했던 나라들, 각 나라의 사회 분위기, 북유럽에 대한 저의 편견들, 읽고 있는 책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수다를 떨었어요. 그렇다 보니 같이 지내는 동안 인사이드 조크가 생겨서, 자고 일어나서 양치질하는 Lea와 눈만 마주쳐도 왜인지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멀리서 살고 있지만 이 친구를 만나러 코펜하겐에 한번 가고 싶은 생각을 아주아주 크게 하게 되었습니다.
🔁 저는 도쿄에서도 역시 빈티지 숍을 다녔어요. 혼자 다니다 보니 옷을 고르기 힘들어서 직원들과 대화를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하라주쿠에 있는 RAGTAG에서 귀여운 반팔 티셔츠를 피팅해 보기 위해 직원에게 입어봐도 되는지 물어보았는데요. 저한테 상의 블라우스를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누가 저의 옷 정보를 물어보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게다가 묻는 상대가 옷 가게 직원이라면 더더욱이! 저는 기쁘게 ‘디키즈와 다른 브랜드가 콜라보한 옷인데 한국에서 빈티지로 구매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올해 그 옷과 똑같은 옷을 우리가 판매했어서 물어봤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MBTI N 인간으로서 ‘누군가 여기서 구매한 옷을 한국에서 다시 판매했고 그 옷이 저에게 온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그 옷을 입고 이 옷이 판매된 옷 가게에 다시 온 거니까 정말 운명 같다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 브랜드 빈티지와 새 옷을 같이 팔고 있는 편집숍에서는 KOTA를 만났습니다. 그는 가게의 직원이었는데, 제가 옷을 몇 번 피팅해 보면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키가 엄청 크고 옷도 잘 입고 있어서 제가 멋지다고 칭찬을 해줬는데, 알고 보니 해외 패션쇼에도 종종 가는 모델이라고 하더라고요. 일본에도 한자가 많으니까 문득 한국처럼 보통 이름을 한자로 짓는지 궁금해서, 네 이름은 무슨 의미냐고 물어봤었어요. 그가 설명을 해줬었는데, 솔직히 지금은 기억이 안 나네요. 그리고 제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습니다. 제 이름의 두 한자는 이어지지 않아요. 앞 글자는 '나무'를 뜻하는 한자이고, 끝 글자는 제 사주에서 부족한 ‘물’을 뜻하는 한자를 넣은 거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누군가에게 제 이름을 설명할 때 ‘두 글자가 이어지지는 않아’하며 머쓱한 말을 덧붙이고는 했는데요. KOTA가 제 이름의 한자를 보자마자 ‘되게 자연적인 이름이다’라고 말하더라고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정의였어요. 앞으로는 그렇게 여기고 설명해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지난 5월의 도쿄는 조금 더웠지만, 우연히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인상 깊은 기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쓰다 보니 여행을 너무너무 가고 싶네요. 비가 개면 다들 일상에서 우연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날들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
- Home sweet Home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저는 현재 잔지바르에 와 있습니다. 너는 어째 항상 나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뒤로하고요. 이번 출국은 제게도 쉽지 않았어요. 벌써 2월부터 정해진 일이었는데도, 4월이 되자 마주한 봄은 샛노랗게도 따사롭고, 연분홍빛으로 화사해 자꾸만 제 눈과 발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거든요. 이미 최근 두 번이나 한국의 봄을 놓쳤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어요.
그럼에도 어찌 되었든, 잔지바르에 온 지 벌써 100일이 다 되어 갑니다. 돌고 돌아 아프리카라니.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자꾸만 떠돌게 되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여유를 찾아 도피하고 싶었던 걸까요? 보기 괜찮은 명목 아래 모두를 속이는, 정형화된 일탈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여느 때와 같이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재작년 가을, 잔지바르를 처음 마주했을 때,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것도요. 이렇게 빠른 시일일 줄은 몰랐지만요. 누군가는 첫 만남이 너무 어렵다는데, 왜 저는 그렇지 않을까요. 좋아하게 될 것들은 한눈에 알아보곤 했어요.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 혹은 어떤 장소를 알게 되었을 때, ‘아, 좋아하게 되겠구나’ 하는 강렬한 직감을 받아왔습니다. 언젠가 큰코다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이 직감을 늘 따라왔어요.
잔지바르에 다시 발을 내디뎠을 때도 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이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스와힐리어를 배우게 되었고, 죠스 코너에서 아저씨들과 함께 축구를 보는 것도, 집으로 누군가를 초대해 저녁을 함께하는 일도 꽤나 즐거웠거든요.
그런데 요즘, 처음으로 제가 감히 오판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잔지바르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이 들어요. 한국이었다면 생애 두 번 볼까 말까 한 바퀴벌레, 말라리아와 박테리아 같은 풍토병, 풍족하지 않은 식재료나 공산품, 좋지 않은 수질, 체계적이지 않은 일과 시간, 그리고 인종차별까지. 나열해 보면 이미 각오했던 것, 혹은 별거 아닌 것들인데… 정작 무엇이 저를 힘들게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더욱 그렇습니다. 알았다면 해결이라도 해볼 텐데 말이에요.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듯, 싫어진 이유 역시 설명하기 힘들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저의 지표들은 아주 성실하게, 제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특정 상태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적중률 99.9%의 지표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다리에 이유 없는 작은 멍들이 든다면 그건 제가 아주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뜻이에요. ‘집에 가고 싶음’ 상태의 최종 지표는 바로 꿈입니다. 항상 비슷한 꿈을 꾸거든요. 한국에서 보고 싶은 이들을 만나고, 필요로 했던 것들을 캐리어에 가득 담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머물 수는 없다는 걸 꿈속의 저도 알고 있어요. 결국 다시 외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오고 그 즈음 잠에서 깹니다. 눈을 뜨면 외국에서 아침을 맞이하죠. 맞닿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느껴지는 건 그저 허무, 허무뿐입니다. 결국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머물러 있을 수는 없죠.
그래서일까요. 자꾸만 돌아가고 싶은 것은. 꼭 한국이 아니더라도 집으로 느껴지는 곳들이 있으니... 제가 돌아가고 싶은 곳은 한국이라기보다 ‘집’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겠죠. 다합이 그렇고, 리스본도 조금은 해당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본머스는... 아니네요. 하하.
저는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이 집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잔지바르에 도착해 (현재는 저희 집이 된) 임시 숙소를 샅샅이 청소했을 때, 깨끗하고 안전한, 한 몸 뉘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뻤습니다. 이곳에도 집이 생겼구나 하고요. <직업은 홈 프로텍터> 편에서도 언급했듯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식처’를 집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집이라는 건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었어요.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주는 온기 말이에요.
다합에 머물 땐 매일 아침을 깨워주던 지수 언니와, 한 몸처럼 붙어 다니던 버디들이 있었죠. 매일 연우 오빠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호화롭게 지냈고요. (혼자 밥을 해 먹은 지도 벌써 몇 년째, 이제는 매일 밥을 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손이 가는 일인지 알게 되었어요.) 리스본엔 항상 저를 진짜 가족처럼 챙겨주던 Crueza, 그리고 매일 포옹하며 헤어지던 Julia와 K가 있었어요. 그래서 외롭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딘가에서 비를 맞고 오더라도 항상 마음을 녹일 곳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본머스에서는, 모종의 이유로 무너지더라도 철저히 혼자였어요. 그래서 되돌아보니 그 공간은 집으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상하게도 마음 둘 곳이 없어요. 출국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이유로 힘들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오만했구나 싶습니다. 요즘의 저는 그저 무기력하게 일만 하는 로봇이 된 기분이에요. 제게 ‘집’이란 결국 사람이었고, 온기였고, 함께하던 시간이었다는 걸, 이렇게 멀리 와서야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어요. 아직은 그런 사람도, 그런 관계도 만들어지지 않아 더욱 고단하게 느껴지는 거겠죠.
언젠가 서서히, 마음 둘 곳이 생기게 될까요? 집이 되어줄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는 그저 문을 열고, 종종 함께 밥을 먹고, 잠자리를 정돈하며 집을 흉내 내는 것밖엔 할 수 없겠죠. 그래도 곧 진짜가 되기를, 그래서 떠날 땐 흘러넘칠 정도의 아쉬움이 남기를 바라봅니다.
구독자님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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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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