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성씨에 관한 문화는 차이가 있습니다. 문명이 생겨난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에게 이름이야 붙였겠지만 성은 꼭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한반도의 고대 국가들의 경우에도 인명에서 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레이 인들은 지금도 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화권마다 차차 필요에 따라 성을 만들어 썼기 때문에 무엇에 유래하여 성을 만들었는가는 문화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유럽의 경우 직업, 봉지 등이 성이 되었는데 아버지의 이름이 성으로 굳어진 경우도 상당히 흔합니다. 원래는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쓰던 말이 그 아들의 아들딸에게도, 또 그 아들딸의 아들딸에게도 성으로 남아 이어진 것이죠. 그동안 흔하게 지나쳤던 유럽 성들 중 어떤 것이 아버지의 이름에서 성으로 굳어진 것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게르만어권에서 '-son'이 붙는 경우입니다. 마블 영화에서 오딘Odin의 아들인 토르Thor가 스스로를 토르 오딘슨Thor Odinson이라 소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아버지의 이름을 쓰던 게 대를 이어가며 쓰면 성이 됩니다. 존John의 아들은 존슨Johnson, 잭Jack의 아들은 Jackson, 로버트Robert의 아들은 로버트슨Robertson, 톰Thom의 아들은 톰슨Thompson, 피터Peter의 아들은 피터슨Peterson인 것이죠.
- 켈트어권에서는 누군가의 아들이란 뜻으로 맥Mc/Mac을 앞에 붙입니다. 이 때문에 뒷 부분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곤 합니다. 즉 맥도날드McDonald는 도날드Donald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단 고대에 Domnall이라 쓰던 이름이 현대에 Donald가 된 것을 참고해야 합니다). 아더Arthur의 아들 맥아더MacArthur, 그리거Griogar(그레고리Gregory와 같은 유래의 이름입니다)의 아들 맥그리거MacGregor, 모두 익숙한 이름들인가요?
- 켈트어권에서는 또한 손자에게는 O'를 붙입니다. 오브라이언O'Brien은 브라이언Brian의 손자라는 뜻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작가 오 헨리도 헨리의 손자라는 뜻으로 O'Henry를 성으로 갖는 줄 알았는데, 이 글을 쓰며 찾아 보니 O. Henry를 필명으로 쓴 것이었습니다.)
- 스페인어권에서는 아들이란 뜻으로 '-ez'를 붙입니다.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흔한 성들이 상당수 이 형태입니다. 로드리고Rodrigo의 아들 로드리게스Rodríguez, 곤살로Gonzalo의 아들 곤살레스González, 페르난도Fernando의 아들 페르난데스Fernández, 마르틴Martín의 아들 마르티네스Martínez 등이 있습니다.
- 슬라브어권에서는 아들이란 뜻으로 '-vich', '-vić', '-wicz'를 붙입니다. 이브라힘Ibrahim의 아들 이브라히모비치Ibrahimović, 조카Ђока(조지George와 같은 유래의 이름입니다)의 아들 조코비치Ђоковић 등이 있습니다.
토르, 맥도날드, 이브라히모비치가 같은 지면 안에 언급되는 건 어쩌면 세계 최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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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person
직업으로 성 정하는건 익히 알고있었는데 아버지 이름으로 정했다는 건 처음 들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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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되는 대로 다른 재밌는 성 이야기도 가지고 와 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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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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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댓글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로 찾아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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