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야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명사회 이전의, 인류라고도 부를 수 없는 미개한 존재가 짐승과 다를 바 없이 살았던 상태?
혹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만물의 시원이자 생명의 원천을 뜻하는 걸까요?
우리는 현재 문명사회에 몸담고 있고, 또 문명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기에도 바쁘다 보니 너무 먼 과거를 생각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그나마 우리가 야생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때라면
한순간 이런저런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픈 충동을 느낄 때, 도저히 문명인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범죄나 사고가 발생할 때, 고대인들이 남겨놓은 유물이나 기록이 신비롭게 다가올 때,
무엇보다도 자연의 경이에 전율을 느낄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여기, 야생의 에너지로 가득한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자연 속에 머물고 싶은 열망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용솟음치게 하고
피부 너머 약동하는 나 자신의 펄펄 끓는 생명력을 일깨워준 책이지요.
7년간 원시의 자연 속에 살았던 한 사람의 체험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 책은,
질서와 계급을 부여하여 우열을 나누는 현대 사회의 구조화된 삶이 정말 '영혼'을 위한 삶인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며,
어떻게 야생이 문명도 해결해줄 수 없는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지를
야생의 원석과 같은 문장들로 풍부한 빛깔을 발하며 말을 건넵니다.
그럼, 함께 문장을 감상해 볼까요?
제이 그리피스의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입니다.
분별 있는 습관과 양식 있는 도로 안전 기술은 당신을 여든 살까지 살게 만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자유를 모른다면 당신은 제대로 산 것이 아니고 전율하는 속삭임이 무언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것이며, 순수한 공포와 순수한 쾌락 속에서 피가 끓어오르는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다. 살아 있음은 자유로움이고, 자유로움은 야생적이기 때문이다.
… …생명의 핵에는 가벼움이 있고, 가벼움의 힘은 중력의 힘보다 더 강하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위를 향하기 마련이고, 결국 올라가는 것은 떨어지는 것보다 더 쉽다. 올라가는 힘은 이미 우리 안에, 태양을 향해 뻗는 콩의 덩굴손 속에, 바닷속에, 생명 그 자체에 존재한다. 이 가벼움은 천박하지 않다.
… …야생성은 변신의 정신이며 제멋대로 변신하는 존재다. 우리는 음악 속에서 창조되었고, 우리는 그 야생의 노래에서 나왔다. 그 가장 야생적인 음조에 강렬하고 필연적인 사랑으로 공명할 때, 우리는 완전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인류의 지고한 목적은 세계의 모든 언어 안에 흐르는 리듬에 유창해짐으로써, 대지를 더 생생하게 만들고 그것을 노래로 구현하는 것이다.
… …눈을 위해 마련된 새로운 지평선은 정신을 해방시킨다. 그리고 정신의 유목민은 인간의 타고난 천성이다. 우리는 이동하고 배우고, 항상 학생의 자리에 있으며, 새로운 땅을 발견하고 확실성의 피난처를 뒤로 하며 편견 없이 경탄하고, 정신이 스스로 놀랄 때까지 방황하도록 놓아둔다. 정신은 자유로이 놓아두면 스스로 걷고 묻고 찾는다.-제이 그리피스,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오랜만에 문장을 옮겨 적으며, 처음 문장을 읽었을 때처럼
속에서 불길이 화르륵 솟아나 몸 전체로 번져감을 느낍니다. 힘이 차오릅니다.
그 힘은 내 안의 자유로움이 반응한 것일 테지요.
우리 모두에게는 우주의 만물을 지탱하는 것과 똑같은, 근원 에너지가 있습니다.
하늘, 땅, 바람, 물, 불, 별, 산 … 모습을 계속하여 바꾸면서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을 보며, 우리는 신선한 힘을 얻곤 하죠.
변화는 새로움이며, 새로움은 시작이며, 시작은 에너지의 속성입니다.
그리고 시작은, 가벼움입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아 텅 빈, 모든 가능성이 겹쳐지며 다채롭게 흐르는
유동의 상태입니다.
이처럼 가볍고 자유로운 에너지는 우리 안에 모두 내재되어 있지만
우리는 커갈수록 스스로의 무게에 눌리며 해방을 갈망합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가볍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지나온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고요.
우리의 존재는 본래 무겁지 않았습니다.
삶에는 무게가 없습니다.
생각에 생각을 덧붙이며 존재가 무거워졌을 뿐입니다.
우리의 생명을 이루는 에너지는 영, 혼, 육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자유의 에너지는 우리가 가만히 놓아두기만 하면 갇혀 있던 정신을 해방시켜
드넓은 대지를 누비는 바람처럼 어디로든 뻗어 나가게 하고, 삶을 천진하게 즐기도록 안내할 것입니다.
야생성은 과연 미개하고, 천하며, 멀리해야 할 성질일까요?
우리의 '에너지', '생명', '영혼'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문명과 야생이라는 경계까지도 허물고
이성과 본능이라는 경계까지도 허물고
문명 안에 익숙해질수록 알아차리기 힘든 야생의 진실을 내 안의 '존재'로 깨달아
어느 곳에 있든 유유히 '나'만의 길을 걷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