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수사란 미끄러운 비탈길과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그 비탈길에서 사회적 항의는 시위와 군중 폭력으로, 그다음에는 항의 방화와 폭탄 투척으로 곤두박질친다. 마더 테레사조차 '반전' 행진을 거절했다. 그녀는 '반전'이 친평화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예를 들어 반바닐라가 진초콜릿은 아니다.) 금언을 이해했고 그것을 나타냈다.
-데이비드 호킨스, [진실 대 거짓]
아주 사소한 언쟁에서부터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전쟁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은 힘과 힘의 충돌로 인한 사건들이 날마다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각종 뉴스와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는 여러 사건·사고들이 쏟아지고, 이에 사람들은 크게 찬성과 반대의 두 갈래 진영으로 나뉘는 반응을 보이게 되죠.
각자는 자신의 논리에 공감을 보이는 이들과 동류의식을 형성하며, 그 정서적 연대감을 동력 삼아 반대편의 주장과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합니다.
반전의 요소가 있거나 사안의 중대성이 큰 스펙타클한 사건일수록 정보는 빠르게 퍼져가고, 사람들의 의견도 그만큼 빠르게 결집되며 충돌을 빚는 일이 생기게 되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관을 내세우며 주장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고, 뜻이 맞는 이들과 세력을 이루어 집단의 가치를 실현할 일들을 도모하면서 사회에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나만의 관념이 우리의 관념이 되고, 우리의 관념이 우리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 있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조건은 선에 대한 믿음입니다.
종교인이 전도 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조직 내부의 시스템을 바꾸는 데 있어서도, 중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을 촉구함에 있어서도, 차별을 철폐하는 시위를 벌이는 데 있어서도, 기타 항의·거부·반대·타도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일들에는 '선'이 있어야 하지요.
동시에, 선의 기준에 따라 규정된 악이 있어야만 합니다.
즉 선과 악은, 외견상 서로 동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서로의 존속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늘 맞붙어있는 속성인 것이죠.
이러한 점에서 선과 악은 역전의 여지, 언제든 선이 악이 되고 악이 선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늘 품고 있으며, 이러한 전환은 별로 특별하다고 할 것도 없는 자연의 한 현상일 뿐입니다.
그간 고수해 왔던 이념을 바꾸고, 헌신해 왔던 조직을 등지고, 적군이 아군으로 바뀌는 등 새로운 선을 장착함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아유를 하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시류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라 바라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선과 악은 대체 무엇인 걸까요?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유연한 개념? 아니면,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절대적인 개념이어야 할까요?
또한 인간은 자신이 속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면 꼭 선과 악, 둘 중 하나의 진영으로 나뉘어야만 하는 걸까요?
붓다는 인식을 통해서는 환상만 보이니 비판할 만한 대상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인식은 언제나 단편적이고 임의의 맥락에 제한되어 있다. 실제로는 어떠한 비판도 가능하지 않다.
-데이비드 호킨스, [나의 눈]
인류의 문명은 끝없는 새로운 발견의 연속, 곧 가설과 검증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현재 내가 속한 나라와 시대의 맥락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 변할지 모를 역사의 한 축, 시간의 한 축에서 나타난 맥락에 따라 옳고 그름을 나누고, 지지와 반대의 편에 서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던진 비판은, 혹은 누군가가 나에 대해 던진 비판은 사실이 될 수 있는 걸까요?
내가 속한 맥락을,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 바라보고자 한다면 나는 어떤 비판을 하게 될까요?(비판을 원하게 될까요?),
선에 대한 나의 정의는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모든 것에 마치 그게 매우 중요하다는 듯이 반응하는 것은 에고의 자기애적 핵심인 허영심(예를 들어 '민감한' 또는 '공격받은')에 따라오는 결과입니다. "당신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는 현명한 지침입니다.
-데이비드 호킨스, [성공은 당신 것]
태어나 한결같은 사람이 없듯 맥락 역시 한결같지 않으며, 그 맥락에 따른 선과 악도 한결같을 수 없습니다.
내가 지지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거나, 비난을 받아 겪는 아픔도 이 맥락 안에서만 가능한 일일 뿐이지요.
진실로 여러분의 생에 있어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시대와 문명을 초월하여 우리 모두에게 악이 성립되지 않는 좋은 일이란 무엇일까요?
줄을 너무 팽팽히 당기면 줄은 끊어진다.
반대로 너무 느슨히 하면 연주를 할 수 없다.-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영화 [리틀 부다]
끝없이 나의 가능성을 가두는 것들로부터 탈피하고 싶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구속이 아닌 자유가 될 수 있길 원한다면,
나를 가리고 있는 허위, 내 앞에 놓여 길을 가로막는 이 장벽은 무엇인지를 살피며
이 세상보다도 더 넓은, 세상 너머의 세상으로 눈을 열고
그 열린 눈으로 '하나'의 좋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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