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나은은 거창한 습관을 바라지 않았다. 퇴근 후 자기계발이나 운동 같은 큰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단지 집에 돌아오면 바로 씻고 마음 편히 쉬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매일 밤 "씻어야지"라는 생각과의 싸움이 반복됐다.
“매일 다짐해요. 오늘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편안하게 쉬겠다고요.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다짐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아요. 옷만 힘겹게 갈아입고 그대로 침대에 눕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 짧은 순간에 나은의 마음은 '누워서 쉬고 싶다'는 간절한 욕구와 '씻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란스러웠고, 언제나 쉬고 싶은 마음이 이겼다.
침대에 눕고 나서는 씻어야 한다는 강박이 계속 따라붙어 편히 쉬지도 못했다. 잠들기 직전까지 "씻어야지, 씻어야지"라는 다짐을 반복하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힘겹게 씻고는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다. 나은은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씻기를 미루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무엇보다 씻는 것조차 미루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작하는 습관'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평소 치실부터 사용하는 나은의 루틴을 고려해, 집에 도착하면 우선 손을 씻고 치실만 꺼내보는 습관을 제안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씻는 습관은 코로나 이후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했다.) 간단한 준비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 씻기를 시작하는 허들을 낮추려는 계획이었다. 치실을 꺼냈을 때 자연스럽게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면 하고, 아니면 그저 꺼내놓기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나은은 첫날부터 실패했다. 보통 변화를 결심하면 최소 3일 정도는 가볍게 성공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나은은 치실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나은에게는 왜 이 작은 행동마저 힘겨웠던 걸까? 사실 습관 형성을 도우면서 또 다른 '나은'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퇴근 후 극심한 피로감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침대에 눕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행동을 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변화에 쏟을 에너지조차 남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쉽게 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삶을 좋은 습관으로 채우는 일에는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사회적 환경도 중요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지치지 않게 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일상의 작은 싸움들로 지친 모든 '나은'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낸다. 변화가 어려운 것은 나의 탓만은 아니라고,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때로는 환경과 상황이 당신의 노력보다 훨씬 더 강력할 수 있다고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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