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다고 습관은 아니다
매일 하는 행동은 모두 습관일까요? 습관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반복은 습관의 한 요소일 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알람이 울리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은 습관입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더라도 여전히 큰 의지력이 필요하다면, 그 행동은 습관이 아닙니다. 둘 다 매일 하는 행동인데, 왜 하나만 습관일까요?
그 차이는 바로 자동성에 있습니다.
습관은 단순한 반복 행동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입니다. 알람이 울리면, ‘스마트폰을 확인해야지’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럽게 손이 스마트폰으로 갑니다. 이렇게 신호에 반응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행동만이 진정한 의미의 습관입니다.
습관 형성의 핵심: 신호와 자동성
습관의 핵심은 행동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동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동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동을 시작하는 신호가 필요합니다. 신호는 습관 형성 과정에서 행동을 유발하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자동으로 신발을 벗거나, 차에 타자마자 안전벨트를 매는 것처럼요.
집에 들어온다 (신호) → 신발을 벗는다 (행동)
차에 탄다 (신호) → 안전벨트를 맨다 (행동)
그렇다면, 신호만 정하면 습관이 자동으로 형성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호가 나에게 맞아야 하는 이유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습관 행동을 언제 할지, 신호를 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신호를 정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습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신호가 나와 맞지 않으면 습관은 형성되지 않습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신호는 행동을 미루게 하거나 까먹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저녁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저녁 식사 후’를 신호로 정했지만, 식사 후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오늘만 쉬자”며 운동을 미루는 일이 반복되고, 결국 운동은 습관으로 자리 잡지 못하게 됩니다.
또 다른 예로, 출근 후 바로 하루 계획을 세우기로 했지만, 출근하자마자 밀려드는 이메일과 전화에 정신이 쏠려 계획 세우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아, 계획을 세웠어야 했는데’ 하고 뒤늦게 떠올리게 되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나에게 맞는 신호를 찾을 수 있을까요?
나에게 맞는 신호를 찾는 방법
다음은 제가 습관 디자인을 할 때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단계를 따라가면 여러분에게 맞는 신호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습관을 만들 때 신호를 찾는 과정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느껴질 겁니다. 지금 옆에 노트를 펼쳐놓고, 한 단계씩 따라가 보세요.
1. 습관 행동의 시간대를 정합니다.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행동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세요.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매일 하고 싶다면, 이 공부를 언제 할지 시간대를 정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아침, 오후, 퇴근 후, 또는 밤 어느 시간대가 가장 적합할지 고민해보세요.
2. 해당 시간대에 하는 모든 행동을 떠올려보세요.
예를 들어, 퇴근 후를 선택했다면 퇴근 후에 매일 하는 행동들을 머릿속으로 따라가 보세요.
‘집에 도착 → 옷을 갈아입음 → 손을 씻음 → 소파에서 잠시 휴식 → 저녁식사 → 설거지’처럼,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있을 겁니다.
3. 반복되는 행동 중 하나를 신호로 선택합니다.
위 행동 중 하나를 신호로 삼아 새로운 습관을 연결해보세요. 예를 들어, 설거지를 끝낸 직후 책상에 앉아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고 정할 수 있습니다.
4. 신호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기간을 가집니다.
며칠간 정한 신호에 따라 행동을 반복해보세요. 만약 설거지 직후 공부를 자주 까먹거나 미루게 된다면, 이 신호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땐 억지로 계속하기보다, 다른 신호를 선택하거나 시간대를 조정해보세요. 예를 들어, 저녁 시간대에 반복하는 다른 행동을 신호로 삼거나, 아예 아침으로 시간을 옮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신호 설정 시 주의할 점
1. 신호와 행동의 빈도는 같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 식사 후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데, 아침 식사는 매일 하지만 독서를 주 3회만 하겠다고 계획한다면 이 습관은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신호가 나타날 때마다 ‘오늘이 독서하는 날이었나?’하고 의식이 개입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2. 신호는 명확할수록 좋습니다.
‘아침 식사 후’보다는 ‘식기를 싱크대에 넣은 뒤’처럼 구체적인 신호가 효과적입니다. 신호가 구체적일수록 행동을 더 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신호 없이는 자동성도 없다
반복만으로는 자동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물론 반복을 통해 행동이 더 편해지고, ‘나는 이 행동을 하는 사람이야’하는 자아상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뇌 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행동이 자동성을 얻으려면 명확한 신호가 필요합니다.
만들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오늘 행동의 신호를 정해보세요. 그리고 신호를 나에게 맞추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습관 만들기가 조금 더 쉬워 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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