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곧 co-facilitating할 6주짜리 세션 커리큘럼을 짜고 보스턴 여행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짜기만 하고 지키지 않는 J에게 꽤나 도파민이 도는 한 주였다. 어제는 친구들이 놀러왔는데 함께 온 강아지랑 뽀뽀도 했다. J가 글만으로는 애플 프리터의 맛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았다고 하여 자세히 써보려 했는데 미안하지만 오늘은 티라미수 도넛을 먹었다. 도넛을 먹으며 손으로 가계부를 썼다지. 이런저런 앱과 엑셀을 써봐도 애매했는데 기어코 손으로 노트 한 페이지를 빽빽하게 채워 960불의 행적을 밝혀냈다. 논문도 프린트해서 읽고 뭐가 됐든 손으로 써야 뭔가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 난 밀레니얼이야...

종종 랩실에 관심이 있다고 연락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준다. 그러다보면 나의 준비시절을 떠올리고 지나온 과거들을 곱씹어 보게 된다. 링크드인을 정리하다 내가 슬그머니 넣어둔 뮤직비디오 링크를 눌러보았다. 도저히 내 촌스러운 얼굴을 봐줄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5 년 전의 내가 지금보다 더 용감해보였다.
어떻게 하면 더 용감해질 수 있을까? 잃어버린 추진력을 다시 야금야금 장착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는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을 가는 데 추진력이 왜 필요하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행은 부지런해야만 갈 수 있는데다 목적 없는 여행에는 더더욱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사실상 가을방학은 월화 이틀이지만 수요일까지만 수업이 있기 때문에 목금토일월화까지 하면 6일이나 방학이다. 이번학기에는 꼭 안 가본 도시들을 가봐야지, 추워지기 전에 가야지 했는데 지금 안 가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아예 한국을 다녀와버릴까 비행기도 알아봤고, 뉴욕이나 디씨를 다시 갈까 하다 몇 달 전부터 궁금했던 보스턴을 찾아보았다. 비행기도 300불 후반이면 낫배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 고민하던 에픽하이 콘서트가 마침 10월 1일 보스턴에서 있길래 제일 싼 비행기 표랑 콘서트 표를 먼저 결제했다. 물론 여기엔 큰 함정이 있었다. 보스턴 숙소 가격이 뉴욕보다도 어마어마하다는 것. 비행기를 3박이나 4박에 맞출 걸 몇십 불 아끼려다가 한 달 렌트비보다 더한 숙박비에 비상비상. 그렇지만 살듯이 여행하는 걸 더 좋아하니까 카페 가서 내 할 일 하고 마침 Boston AI Week이라는 행사가 있어서 그것도 보고 커피챗도 좀 하다보면 시간은 금방 갈 것이니 나름 기대가 된다. 미국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에픽하이 콘서트를 예매하고 나니 문득 타블로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작곡을 만들었던 중딩시절이 생각났다. 내가 만든 카페에 업로드한 게시물은 그대로 있었다. 16 년 전의 너는 알았을까? 에픽하이 팬으로 산 시절도 없지만 어쩌다 미국에 와서 매주 헤이타블로를 듣다가 에며들고, 저들처럼 40대가 되어도 친구들이랑 서로 놀리며 같이 일도 하고 여행도 하며 살면 좋겠다 생각하고, 또 결국에는 콘서트까지 보러 가게 되는 미래를?
그러니 우발성을 더하면 더할수록 인생은 참으로 살아볼 만 하다.
Warmly,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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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그럼 이제 티라미수 도넛을 표현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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