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끼어들 용기]로 잘 버텨냈다.
멋진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월요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월요일은 황당한 실수를 한 날이었다. 이 날은 저녁에 ESL 수업이 있어서 아침에 가면 하루종일 학교에 있어야 했다. 그래서 파스타, 요거트, 오이, 고구마말랭이 등등 바리바리 챙겼었다. 요즘 가방이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왜 조금 가볍지? 내가 튼튼해졌나? 했는데... 학교 건물 와서 알았다. 노트북 파우치만 들고 오고, 노트북을 안 넣었다는 사실... 분명히 노트북을 봤는데 머리로만 넣고 손으로 안 넣은 거다. 다행히 아침에 공부하려고 세 시간 일찍 온 거라 다시 집에 다녀왔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고 결국 파이브가이즈에서 저녁을 포장해왔다.
수요일까지는 지도교수님과의 미팅을 준비하느라 계속 긴장 상태였다. 알아서 한다는 게 방법을 알면 좋기도 하지만 모르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이게 맞나라는 의심이 계속 들 수밖에 없다. 전날까지 미팅 아젠다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만 말씀하셨지만 뭘 discussion해야되나 싶어서 뭐라도 자료를 만들었다. 다행히 미팅 한 시간은 금방 갔고 아직은 탐색하는 단계지, 결론을 내는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내어 끼어든 일 중 하나는 수요일에 대학원생 러닝클럽에서 5km를 뛴 거다. 몇 주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6시 30분인 줄 알고 늦어서, 수업 시간이랑 안 맞아서, 힘들어서 한 번을 못 가고 있었다. 3마일 가벼운 러닝이라길래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5km를 7분 페이스로 뛰는 건 나에게 도전이었다. 학교 주변을 뛰는데 오르막 내리막길이 반복되어서 그만하고 싶기도 했지만... J라는 중국인 친구가 먼저 가래도 같이 뛰어주길래 미안해서 계속 뛰었다. 다 뛰고 나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 달 전부터 먹고 싶었지만 참고 있던 버블티 집에 가서 망고티를 마셨다.

또 다른 끼어들기는 연구 방법론을 다루는 수업이었다. 소프트 스킬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읽어가야 할 리딩에서 Question, Reaction, Criticism 3가지를 섞어서 내 의견을 제출해야했고, 앉아서 내내 토론을 한다고 하니 걱정이 한 트럭이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쓰는 이 기본적인 행위가 이토록 많은 에너지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니. 그럼에도 세 번 정도 손을 들었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도 안 나지만 나름대로는 그 시간을 즐겨보려고 노력했다.
금요일에는 S와 Y랑 함께 춤을 췄다. 락킹은 그 친구들보다 5-6살은 더 많은 나의 무릎에게 다소 버거웠지만... 가르쳐주는 Y도 너무 열정적이고 S도 진지하게 배우니 나도 같이 몸을 맡기는 수밖에.
바로 그 금요일 저녁에 한국인 대학원생 모임이 있었다. 정말이지 새로운 사람을 참 많이 만난 한 주였다.
토요일 아침에도 M을 따라가서 F45랑 비슷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60분은 길었고, 일주일치 운동 다한 느낌이었다. 프로그램은 좋았지만 지금 긴축재정이므로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사실 이번주 내내 집세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았었다. 금요일에 2주 급여를 처음 받았는데 계산해보니 렌트비 빼고 $400으로 생활해야 했다. 운전자보험과 유틸리티 비용만 해도 거의 $400이기 때문에 모자라는 거다. 지금 이 집을 누구한테 주고 더 싼 집으로 가려해도 9월에 렌트비가 전부 내려갔다. 처음 가입하면 $100을 주는 신용카드도 하나 만들고 인터넷 비용도 $60짜리에서 $40으로 줄이고, 운전자 보험도 최소로 바꿨다. 일 년만 모아놓은 돈 좀 까먹고 그 다음부터는 괜찮을테니 이제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일요일이 되었고 아침에 수영장 갔다가 밥해먹고 도서관에 왔다. 이 곳도 벌써 일요일 저녁이다.
화요일을 위해 월요일을 살고, 수요일을 위해 화요일을 살고, 그런 하루들을 반복하다보니 일주일이 다 갔다. 내가 서울에 있었더라도 비슷한 속도로 시간이 지나갔을까.
쏜살같이 지나가버리는 시간 속에 이렇게라도 글을 남길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선선해진 가을 공기를 담아,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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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석
여기도 조금은 선선해졌어유~ 수영에 달리기에 딴쓰까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멋집니다! [낙관적으로] 일주일 다시 신나게 보내봅시다! _중간고사 내다가 편지에 힐링한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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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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