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 지 딱 두 달이 지났다. 이번 학기를 시즌 1이라 치면 절반도 안 남은 셈이다.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목숨을 걸어서 그런가 다행히 한 번도 약을 먹을 만큼 아픈 적이 없다. 참 감사한 일이다. 한국에 갈 때까지 아프지 않는 게 첫 번째 목표기도 하다.
사진첩을 보니 이번주는 [작은 즐거움]들을 꽤 수집했다.
01 - 도미노 피자
월요일은 늦은 저녁에 수업이 끝나기 때문에 늘 허기져있는 상태다. 이 날은 처음으로 미국식 프랜차이즈 피자에 도전해봤다. 9.99달러에 Build Your Own Pizza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절반은 하와이안 피자, 절반은 올리브 가득 넣은 필리스테이크 피자로 했다. 피자를 픽업해서 집으로 올라갈 때 어찌나 기대가 되던지. 할인의 즐거움은 언제나 크다!
02 - 공간의 발견
화요일 저녁에 강연을 들으러 학교로 갔다. 주차하는 곳 맞은 편에 늘 학생이 바글거리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게 기숙사인지 학생 식당인지 모르겠어서 밖에서만 보다 지나쳤다. 도서관을 가기는 시간이 애매하고 할 일 좀 할 곳이 없나 찾다 결국 들어갔는데 꽤 괜찮은 공간이었다. 나중에 배고플 땐 여기서 밥 사먹으면서 할 일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공간을 발견할 때면 득템한 기분이 든다.
03 - 칙필레 세트
칙필레를 세 번 정도 먹었지만 나름 아껴보겠다는 마음으로 늘 단품만 먹었다. 그치만 수요일에는 연구 미팅 끝나고 나서 또 다시 너무 배가 고프고 힘이 없길래 세트를 주문해버렸다. 음료를 늦게 갖다줘서 사진에 없지만 음료가 너무 맛있었다. 쉑쉑의 50/50(레몬에이드 + 아이스티)이랑 비슷하면서도 더 맛있었다. 한국에서도 지칠 때 쉑쉑에 가서 쉑 버거와 감자튀김, 50/50까지 열량을 잔뜩 보충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종종 이렇게 먹어줘야겠다.

04 - 얼린 포도
과일을 즐겨먹지 않지만 아이스크림 대신 먹으려고 씨없는 포도를 사뒀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몇 알을 얼려놨었는데 너무 맛있다는 걸 깨닫고 이번주만 벌써 두 송이째 먹고 있다.

05 - 코스트코 통닭과 국물의 만남
목요일도 뭐 때문이었나 너무 배고픈 늦저녁이었다. 날이 추워져서 순대국이 너무 먹고 싶은데 그런 건 없으니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홀린듯이 코스트코로 갔다. 평소에는 지나가면서도 살 생각이 없었던 통닭이 눈에 들어왔다. 무려 4.99불! 갑자기 머릿속에 통닭 + 누룽지로 누룽지 삼계탕 비스무리한 걸 해볼까 생각이 들어 다음날 아침 아주 푸짐하게 국물 요리를 해먹었다. 남은 건 저절로 닭죽이 되어 한 번 더 먹기도... ㅎㅎ 이제는 뭘 찾아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냉장고 지도를 그리다보면 레시피가 퍼뜩 떠오른다.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과 더불어 온갖 요리 쇼츠들을 너무 열심히 본 탓일까.

06 - 티셔츠
여름에 미국을 오면 그래픽 티셔츠를 많이 살 줄 알았다. 그걸 예상하고 그림이 다 벗겨져나간 반팔들을 가져왔지만 막상 살 일이 별로 없었다. 금요일에 TJ Maxx라는 곳에 득템을 목적으로 혼자 나들이를 떠났다. 티셔츠를 사려던 건 아니지만 8달러짜리 국립공원 티셔츠를 득템했다. 내 눈에는 귀엽다. 앞으로도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티셔츠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모아봐야겠다.
이번 편지는 이렇게나 철없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별 거 없다고 생각하면 별 거 없는 날들 속에서 나름대로 즐거운 순간을 모아보고 있다.
우리 모두의 한 주를 응원하며,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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