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편지 - 고독을 즐겨라

2025.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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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킴의 생존 레시피

K-직장인에서 미국 박사과정으로, 살아남고 살아가는 이야기

나의 일주일은 일요일부터 시작된다. 토요일은 도서관이 일찍 닫기도 하고 일요일부터는 시작을 해야 일주일이 돌아간다. 평일 오전에는 정해진 스케줄이 없고 일만 있다보니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같아서 이번주는 일단 아침부터 집에서 나가기로 했다. 학교를 가든 카페를 가든 일단 나가기. 그렇게 덕분에 토요일 하루를 마음 편히 보낼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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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열심히 고독을 즐겼다. 거의 하루종일 혼자 다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를 찾아나서는 것도 아니므로 자발적 고독이라 할 수 있다.

 

짐이 별로 없어 거실에서 울리는 에코에 기대 노래도 불러보고, 빨리 갈 수 있는 길 대신 멀리 돌아서 약간의 드라이브를 하고. 그런 와중에 자꾸만 어디를 가고 싶은 걸 보니 이 도시에 적응을 마쳤나보다. 

토론토, 런던, 코펜하겐, 뉴욕친구들이 있는 곳을 떠올려보고 교통편도 찾아봤다. 하지만  도시에서 움직이는  시간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무리였다. 워싱턴 DC 갈까 했지만 하루에 왕복 6시간 운전은 자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리치몬드를 선택했다. 여름에 한인마트 때문에 적이 있지만 정말 마트만 다녀왔었다. 그땐 운전도 미숙했을 때라 시속 7-80 마일로 달리는 고속도로가 무서웠고, 다시 생각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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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와 여행 동선을 짜보려 했지만 시원찮아서 아무 카페나 일단 찍고 출발했다. 카페에 오니 벌써 열 시. 카페에서 논문을 한 편 읽는 게 목표였지만 이미 실내 좌석은 다 차고 야외 좌석밖에 없었다. 따뜻한 아아 같은 날씨에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스했지만 아무래도 논문은 무리였다. 결국 베이글 하나와 라떼를 마시고 그냥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주택가에서는 확실히 할로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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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FA(Virginia Museum of Fine Arts)도 들러봤다. 역시 나는 큰 실내 공간을 좋아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다음에 리치몬드를 온다면 여기서 할 일을 조금 하고 움직여야겠다. 벤치에 앉아있는 커플들, 삼삼오오 모여 뭔가 같이 먹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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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옮기려니 어디를 또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빈티지 샵을 찍고 몇 군데 들러봤다. 잊고 있던 빈티지 냄새가 코에 훅 들어왔다. Canal Walk가 유명하길래 찾아가다 엉뚱하게 다리를 건너서 어디론가 가버리고, 주차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해 30분을 뱅뱅 돌았다. 엉뚱한 주차장에 잘못 들어갔다 나오면서 벽에 차 뒷쪽을 또 한 번 긁었다. 새 차 샀으면 어쩔 뻔 했는지… Canal Walk는 내가 생각한 뷰가 전혀 아니기도 하고 물이 너무 더러워보여서 10분 만에 빠져나왔다. 시끌벅적한 아이리쉬 펍에 들어가 피시앤칩스를 먹고 마지막은 한인마트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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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수제비와 초록매실, 국거리 소고기, 참기름, 김 등 한국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식 먹거리를 샀다. 왕복 150 마일 운전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팠지만 집에 와서 소고기무국을 끓이고 소고기미역국 밀프렙을 해뒀다. 냄비가 작아서 2인분밖에 안되지만 뭐든 쉽게 질리는 나에게 두 번이 딱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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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만의 토요일을 보냈다. 

벌써 겨울이 오고 있고 봄학기 수강신청도 시작되었다. 추운 날씨에 마음이 허한 날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어디 아프지 않게, 배고프지 않게, 불안에 시달리지 않게, 내가 나를 잘 챙겨주고 있다. 

 

도로 위 스타벅스에서,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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