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로 시작해야할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잔뜩 남기고 온 서울의 아침은 밝아오고 있으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늘은 8월 10일, 여긴 버지니아다. 7월 31일에 입국했으니 벌써 열흘이 지났다. 샬롯츠빌이라는 동네에서 혼자 살기엔 지나치게 넓은 집에 살고 있다.
미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전기, 인터넷, 폰 개통, 집 계약, 차량 딜러 컨택, 은행 예약까지 해두었고 다행히 일주일 만에 집도 있고 차도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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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은 넘지 못할 산 중 하나였다. 3 년 동안 초보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사람은 닥치면 하게 되어있는지 한 달 동안 서울에서 340km를 주행하면서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떨쳐냈다. 여기선 차와 운전이 필수다. 어딜 가나 차로는 10분 정도인데 걸어가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린다.
중고차 가격이 워낙 비싸서 2천 만원이면 살 줄 알았지만 3천 만원 정도가 들었다. 이 중고차는 페어팩스라는 곳에 있어서 기차를 타고 가서 차를 구매했고, 가까이에 워싱턴 DC가 있어서 차를 몰고 워싱턴 DC를 다녀왔다. 아참, 신용이 없기 때문에 차 보험료도 한 달에 30-40만 원 가량 든다. 그래도 어떡해, 욜라(차종이 Toyota Corolla라 지어준 이름)랑 잘 다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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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 곳에서 마음의 안식처는 마트다. 평소 여행 갈 때도 관광지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고 마트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 아이템 서너개만 담아도 금방 $15라 물가가 무섭지만 잘 먹고 싶다. 근처에 Trader Joe's, Costco, Whole Food Market 모두 있는데 그 중 홀푸드마켓이 제일 좋다. 며칠 전에는 차로 10분 거리인 Target이라는 마트에 다녀왔는데 거긴 공산품도 다양하게 있었다. Target 옆을 지나다 Harris Teeter라는 마트도 우연히 들렀는데 마트 체인점마다 다른 분위기와 독자적으로 판매하는 제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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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처음, 독립도 처음이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나는 이 곳에 '생존'하는 마음으로 왔다.
직장과 미국 박사 준비를 병행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그렇게 긴 여정을 지나왔음에도 남은 건 환호가 아니라 더더 걱정스런 마음이라니 이상했다. 하지만 지난 10 년을 돌아봤을 때, 20대 내내 자신감 만땅으로 무언가를 결정한 적은 없었다. 엄청난 자기확신을 갖고 나아가면 참 좋겠지만, 모든 게 갖춰지고 다 준비되었다는 마음이면 더 더 좋겠지만, 매번 숱한 저울질과 망설임 속에서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나온 결론들이었다.
불안은 나의 동반자였고, 그와 분리되는 건 무리였다. 그와 잘 사는 방법은 준비된 사람이 되는 것뿐. 미국 유학 역시 조금 더 성장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결정한 일이었다. 많은 각오를 하고도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자꾸 드러눕게 되지만 뭘 해도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가보는 거다.
여긴 일요일 저녁, 서울은 월요일 아침이다.
일요일에 보내는 월요일의 편지는 일주일 후에 다시 정성들여 보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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