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편지에 다다라서야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생존만을 기리는 날들이 계속 될 수는 없다. 미래를 내다보는 힘을 기르고 지금의 시간들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요즘 유튜브에서 <신인감독 김연경> 클립과 김연경 영상을 많이 본다. 김연경이라는 사람 자체가 좋아서 보는 것도 있지만 그가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시스템 배구를 가르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시대에 단지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상황에 맞는 전략과 가이드, 기본기에 충실한 내공, 물질과 정신적 자원, 거기에 노력이 더해져야 유의미한 성장이 가능하다.
랩실이 물리적으로 없는데다 같은 연구를 하는 학생이 없다보니 나홀로 둥둥 떠있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막막해지려나, 박사과정이라는 시스템 속에 있지만 시스템 속에 없는 느낌이랄까. 하루 하루가 바쁘다 하여 머리 아픈 생각들은 미뤄왔지만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는 이 여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출 것인가, 어떤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짧게 얘기하면 [비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내 할 일을 해나가야지, 그냥 이 시간을 견딘다고 해서 무언가 주어지는 건 아닐 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다시 일상 얘기로 돌아오자면, 스타벅스를 세 번 갔다. 두 번은 별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한 번은 그 별을 쓰러. 점점 내 취향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고 도서관이 일찍 닫는 금요일에는 문 닫을 때까지 홀로 남아있다 오는 동네 스벅이 있어서 매달 15불은 충전하려 한다.

스벅을 이렇게 많이 간 건 이번이 처음이고, 그 외에도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두 가지가 더 있다. 집에서는 한 번 드립백으로 내려놓은 커피를 커피얼음으로 만들어둔다. 그러면 얼음 세 개 당 한 컵씩 총 네 번을 먹을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Panera라는 곳에서 무제한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Unlimited Sip 멤버십을 운영하는데, 첫 두 달은 공짜다. 학교 가는 길에 거기서 아이스커피를 담아가거나 (맛은 없다) 햄버거를 먹을 때 음료를 테이크아웃한다. 그러고도 달달한 라떼가 마시고 싶거나 최소 4시간은 앉아있을 계획이 있을 때 스타벅스를 간다.

여름부터 가려했지만 한 번을 가지 못했던 Farmers Market도 다녀왔다. 유럽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고 마트 야채가 훨씬 저렴해서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오리 토마토도 만났다. 어느 호텔에 마련된 정원도 구경했다.
금요일에 수업이 없는 친구들은 Fall Break를 맞이해서 여행을 가거나 집으로 갔다. 나는 월화만 수업이 없는 거라 방학이라는 생각을 크게 안했는데 다들 어디 가냐고 물어보길래 그제서야 이것도 방학으로 쳐주는구나 깨달았다.
일교차가 심해졌고 니트를 주섬주섬 꺼내입고 있다.
다행히 아픈 곳은 없고, 기다림 끝에 주문한 한식 먹거리에 마음까지 든든해졌던 한 주다.
친구들과 모여 각자의 미래를 떠들 수 있는 이번 겨울을 기다리며,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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