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13] 🍄 K스럽다는 말이 이제는 좋게 들리는 건 왜일까?

최근 또 다른 지인들이 저희 PRIIISM에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다른 분들이 읽고 들으시라고 발행하는 뉴스레터이지만, 또 그렇게 나서서 자랑할 만큼의 식견과 글재주는 아닌지라 조금 쑥스러웠죠. 그래도 뉴스레터 주소를 알려드리고, 구독을 부탁드렸어요. 흥미로운 건 두 가지 반응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나는, 숑🌻, 콜리🥦, 로이🍄 세 명의 발행자 중에서 단번에 제가 로이🍄 라는 걸 알아채신 거예요. 역시 글에서도 평소 제 성격이나 스타일이 드러나나 봐요. 두 번째는 “PRIIISM에서 소개되는 노래와 아티스트들,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익숙하지 않아!”라는 반응이었죠.

사실 놀랍지는 않았어요. 저희 취향들이 geek하다는 건 이미 저희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매번 새로운 음악을 탐구하다 보니, 점점 그런 경향이 짙어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새로운 음악을 찾고 발견하는 것(digging)은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그러면서도 많은 분들께 익숙한, 사랑받는 음악들도 저희는 정말 많이 듣고 있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여러분께 친숙한 음악들도 소개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창정의 ‘슬픈 혼잣말’이 얼마나 위대한 노래인지도 곧 소개하고 싶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들은 조금 더 친숙한 느낌일까요? 최근 SNS와 OTT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흥미로운 음악들을 골라봤답니다. 실제로도 제 귀와 마음을 홀딱 반하게 한 노래들이에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오늘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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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NTR/X - Golden (K-POP DEMON HUNTERS)

케이팝 데몬 헌터스…? 도대체 무슨 작명 센스인가 했다. 사실 더 좋은 제목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정도면 충분하고 오히려 직관적이라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는 이름 그대로 케이팝 아이돌을 주제로 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그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케이(K)가 가장 잘 구현된 종합 예술 작품이다. K-팝은 물론이고, 삼계탕과 깍두기 같은 K-푸드, 뚝섬과 성수를 연상케 하는 K-지하철, K-패션, K-뷰티까지… 한국을 배경으로 한 모든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K-아무개’라는 표현이 괜히 민망해서 딱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모두가 당연하게 인정하는 걸 나만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제는 한국적인 것이 지금 가장 트렌디하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사실이 대단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K-팝을 주제로 한 만큼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음악들의 퀄리티도 매우 높다. 현실 세계의 아이돌 노래만큼이나 좋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K-팝 제작자들이 프로듀싱을 맡고 음악을 제작했다고 한다. 타이틀 곡은 트와이스(TWICE)가 직접 불렀다. 영문 가사지만 중간중간 들리는 한글 가사도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LOL’ 아이돌 콘셉트로 등장했던 K/DA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게 뭔데, 씹덕아…)

작중에 등장하는 노래 중 가장 좋았던 한 곡을 가져와 봤다. 기회가 된다면 애니메이션도 꼭 한 번 관람해 보자!

🍄 KISS OF LIFE - Lips Hips Kiss

지난 2월, 키스 오브 라이프(KISS OF LIFE)의 <R.E.M>이라는 곡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도 단번에 귓가에 붙었던 R&B 감성의 스타일 덕분에 특히, 밤 운전을 하면서 주구장창 들었다. 카일리 미노그와 작업했던 프로듀서가 참여했다는 사실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더 마음에 남았던 건 2000년대 초반의 R&B, 그 감각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달, 그들이 또 한 번 새 앨범을 들고 나왔다. 타이틀곡은 <Lips Hips Kiss>인데, 노래를 듣자마자 느껴진 건 익숙한 그 결과 향이었다. 역시나 R&B 힙합 감성이 물씬 풍기는 노래다. 그러고보니 나 정말 R&B 좋아하나 보다. 

공식 곡 설명을 보면 “2000년대 초반 R&B 힙합 감성을 담아냈으며, 리스너를 자연스럽게 그 시대로 이끄는 곡”이라고 한다. 여전히 키스 오브 라이프의 여러 노래들을 깊이 들어본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R&B 힙합을 가장 잘하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인식이 제대로 박힌 듯하다.

🍄 Cosmic Boy - Can I Love ?

깊어지는 여름밤, 비까지 자주 내리는 장마 시즌까지 성큼 다가온 걸 보니, 정말 여름이 온 것 같다. 방 안에는 점점 습기가 가득해져서 제습기를 켜두지 않으면 안 되는 밤이고, 이불이나 빨래는 뽀송뽀송 부드러워지다 못해 바삭바삭하게 말라간다. 그런데 괜히, 이 마음만큼은 바삭바삭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름 장마처럼 촉촉하게 마음을 두고 싶어, Cosmic Boy의 <Can I Love?>를 들었다. 이 곡은 이미 2019년에 발매된 노래지만,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유행하는 감성적인 힙합과 R&B 스타일이라 6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듣기 좋다.

의외로(?) 이 음악은 유튜브 채널 [가비 걸 GABEE GIRL]에서 알게 됐다. 사실 가비 유튜브는 최근 1년간 나의 가장 큰 웃음벨 중 하나다. 가비의 능청스러운 콘셉트와 그녀만큼이나 유명해진 슬픔이 PD와의 케미, 그리고 다른 출연자들의 정신나간(!) 유머들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다. 그런 가비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요즘 듣고 있는 곡이라며 소개해준 노래(↗︎) 가 바로 이 곡.

진지하게 흥얼거리는 가비의 음색이 생각보다 좋아서 깜짝 놀랐다. 노래를 소개해준 가비가 너무 재미있어서,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가비가 생각나 살짝 감성이 파괴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여름밤, 혼자서 또는 친구와 함께 편안하면서도 차분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이 음악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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