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6] 🍄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벚꽃과 미세먼지와 함께 인사드리는 로이🍄입니다. 혹시 벚꽃 보셨나요? 저와 숑🌻과는 달리 조금 남쪽 나라에서 살고 있는 콜리🥦의 제보에 따르면 벌써 벚꽃이 피고 있다고 해요. 일부 의료시설을 제외하면 마스크 의무 착용도 대부분 해제되었으니, 이번 주말에는 소중한 사람들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최근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영상을 발견했어요. 한 국악밴드가 경연 프로그램에 나와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영상이었습니다. 우리의 소리를 팝과 어우러지게 엮어내 멋진 크로스오버를 선사하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 알고보니 이미 너무나 유명한, ‘조선팝'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서도밴드'였습니다. 경연프로그램은 2년 전 방영된 <풍류대장>이라는 프로그램이었지요. 출연하신 아티스트 한 팀 한 팀이 너무 대단해서 모든 퍼포먼스를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우리 음악이 독보적인 장르로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는 건 어쩌면 우리의 소리들이 오랜 시간 동안 굳건하게 기반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트로트부터 시작해 애처로움 한 가득이었던 발라드, 록발라드, 우리만의 브라운아이드소울, 힙합 등 기원은 바다 너머였지만 우리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재해석되고 세계 각 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만의 독특한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곡으로 준비해봤습니다. 모두 국악과 관련된 노래들은 아니고요. 제 느낌상, 이런 감성은 우리나라에서만 나올 수 있겠다 싶은 곡들로 뽑아봤습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곡들로 구성되었더라고요. 저도 역시 한국인이 맞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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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IISM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해보고자 해요. 저희가 그동안 소개했던 노래들을 이제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팔로우↗︎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피

서도밴드가 조선팝을 상징한다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조선개러지, 조선사이키델릭이라 평하면 어떨까? 2007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독보적인 사운드와 스타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를 1년 6개월 만에 다시 PRIIISM에 소환했다. 너무 좋은 곡들이 많아 선별하기 어려웠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애정리스트 손가락 안에 드는 <피>다. 

<피>는 요즘 같은 날씨 좋은 때, 러닝을 하거나 운전 중이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킥보드를 탈 때 들으면 제맛이다. 구남은 늘 아웃사이더, 비주류를 노래해왔다. 이들에게는 그저 ‘음악' 하나 뿐.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음악을 기름삼아 심장이 뛰고 피가 터져나와 오장육부와 십이경맥을 타고 엄지 발가락 끝과 정수리 백회혈까지 요동쳐간다. 그래서 이들의 노래를 듣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리듬 삼아 절로 흔들리는 몸을 재미있게 느끼면 된다. 

새로운 앨범이 아니더라도 공연장에서라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고대해왔는데, 작년 연말에 17주년 기념 공연을 했다고 한다. 당시 현생에 치여 멘탈이 나가있어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구남의 공연을 봤더라면 어느 정도 치유가 되었을텐데 아쉽다. 부산과 대구에 이어 막공을 서울에서 했다. 그것도 채널1969에서. 5-6년 전에도 그곳에서 그들의 공연을 봤다. 또 같은 곳이었다니 여전해서 눈물나게 고맙다.

🍄 김일두 - 뜨거운 불

작년 PRIIISM 1주년을 기념해 구독자분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했다. 모임의 주요 프로그램은 음악 질문 카드였는데, 음악과 관련된 질문이 쓰여진 카드를 뽑고 답하는 형식이었다. 어떤 질문을 넣을지 숑🌻, 콜리🥦와 함께 고민했는데, 가장 만족스러웠던 질문은 “자신의 장례식장에 어떤 곡을 틀어놓고 싶은가?”였다. 예전부터 나만의 장송곡을 생각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활용해서 무척 기뻤다. (오프라인 모임 후기 보러가기↗︎)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김일두의 <뜨거운 불>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 장례식장에서, 또는 관에 뉘여 화장대에 들어가는 순간 이 노래를 틀고 싶다. 이 생에서의 내 삶을 마무리하는 곡으로 이보다 더 멋진 곡은 없을 것이다. 스토리를 닫는 느낌으로 제격인데 내가 영화감독이 된다면 엔딩크레딧과 함께 삽입하고 싶은 곡이기도 하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요지경 같은 이 세상에서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지금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 더 나이가 들어도 고상한 답을 찾긴 어려울 것 같다. 그냥 불처럼 살아가는 것 아닐까. 뜨거운 불. 멋지게 타오르고 최후의 발화를 내뿜고 서서히 사그라드는. 그런 불로 기억되길. 

아참. <뜨거운 불>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김일두의 정규앨범 [꿈 속 꿈]에 수록된 곡이다. 부산사나이의 마음으로 낭만 가득한 노래를 선보이는 김일두의 다른 노래들도 추천한다. <뜨거운 불>은 오피셜 뮤비보다 위의 B-Side 뮤비로 들어보자. 김일두 아재.. 아니 형님의 샤방한 미소와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 추다혜차지스 - 비나수+

우리의 소리를 찾겠다며 뉴스레터를 구성했는데 국악을 베이스로 한 노래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 고민하다 추다혜차지스를 선곡했다. 추다혜가 누구인가! 파괴적인 소리꾼 이희문과 신승태와 함께한 국악밴드 ‘씽씽’의 멤버였고 ‘사이키델릭 샤머닉 훵크(Funk)'로 우리의 소리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그야말로 국힙(국악힙)의 선두주자가 아닌가!

미국의 라디오 채널 NPR Music에 출연한 씽씽↗︎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희문을 비롯한 멤버들의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이렇게나 우리의 소리가 세련되고 힙하게 표현하다니. 이후 추다혜차지스라는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는 추다혜는 더욱 대단하다. 2020년 첫 정규앨범으로 발매한 <당산나무 아래서>는 그런 그녀의 재능이 풍성하다 못해 흘러 넘치는 앨범이다. 음악웹진 '이즘'과 '온음' 모두에서 그해 올해의 앨범으로 뽑혔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우리의 굿 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는데, 샤머니즘과 찰떡인 사이키델릭으로 안정감 있게 표현되었고, 훵크(Funk)와 블루지한 감성을 더해 독특한 사운드를 완성시켰다. 그중에서도 <비나수+>는 이러한 의도를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진미와도 같다. 비나수는 평안도 지방의 무가 장단 중 하나다. 무령(巫鈴·무당이 굿을 하거나 점을 칠 때 사용하는 방울) 소리를 시작으로 록 사운드, 레게 사운드로 전개되는 풍성한 추다혜차지스의 무대를 온스테이지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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