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8] 🌈 프리즘 구독자 분들의 취향을 공개합니다

올해 상반기의 마지막 날 인사 드리는 PRIIISM🌈입니다. 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네요. 꿉꿉하고 흐린 나날을 구독자님은 어떻게 헤쳐 나가고 계신지 궁금해요. 저희는 평소보다 달뜬 마음으로 지난 주말을 보냈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예고 드린 PRIIISM 1주년 기념, 구독자님과 대면으로 모이는 오프라인 행사를 치렀기 때문이죠!

6월 25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콜리🥦의 단골 LP바에 총 여섯 분의 구독자님이 모여주셨어요. 발행자 셋을 포함해 아홉 명이 옹기종기 모여 각자 좋아하는 음악 얘기를 꺼내 놓았지요. 사실 대체 어떤 분들이 PRIIISM을 구독해 주시는지 너무 궁금했어요. 한 분씩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혹시 프리즘..?" 물으시는 모습이 실감이 안 날 만큼 신기했어요. 음악과 글을 매개로 이곳까지 걸음해주신 인연이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답니다. 오롯이 좋아하는 음악 취향에 대해 꽉 채워 대화하는 경험 역시 특별했고요!

이번 PRIIISM은 조금 특별하게 꾸려봤습니다. 1주년 행사에 참석해주신 구독자 여섯 분의 취향이 드러나는 추천 곡을 하나씩 받아 숑🌻, 콜리🥦, 로이🍄의 시선으로 듣고 적어봤어요. 여섯 분의 취향과 색깔이 뚜렷해서 저희에게 새로운 도전(?)인 곡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참여하셨는지 궁금했다면, 선곡을 살펴보는 자체로 우리 구독자 분들의 캐릭터가 느껴질지도 몰라요.

🌻 Drake (ft. 21 Savage) - Jimmy Cooks

고백컨대 나는 평소 힙합을 거의 듣지 않는다. 알아차린 분도 있겠지만 PRIIISM이 60통 가까이 레터를 보내는 동안 힙합 장르를 소개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힙합이 최애인 구독자님으로부터 드레이크(Drake)의 음악을 추천 받은 일은 특기할 만한 사건이었다! 이번 달 중순에 나온 드 선생님(호칭으로 표현해보는 거리감)의 신보를 찾아보니 역시 전세계에서 나만 아직 안 들어 본 듯 이미 빌보드 차트를 씹어 드시고 계셨다. 출퇴근길 틈틈이 수록곡을 듣는 동안 심박을 쿵쿵 짚어주는 힙합 비트가 낯선 듯 안정적이라고 느꼈다. 내가 밴드음악의 드럼 소리에서 안정을 찾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 또한. 개인적으로는 같은 앨범의 <Sticky>가 가장 내 스타일이었다!

🌻 마로니에 - 칵테일 사랑

마음 울적한 날 내게 필요한 처방전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 나의 방법을 몇 가지 공유해 본다. 일단 운동을 간다. 보통 주 5일을 꽉 채우는데, 나는 눈 뜨고 숨쉬는 모든 순간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고강도 운동으로 머리를 싹 비우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된다. 땀을 한 바가지 쏟고 집에 와선 홉 향이 잔뜩 나는 쌉싸름한 맥주를 꽐꽐 들이켠다(이른바 도로아미타불 요법). 그 다음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을 활자로 적고 마주하면 고민의 몸집이 한결 쪼그라져 있다. 혹시 나만의 처방전을 아직 찾지 못한 이라면 <칵테일 사랑>의 노랫말이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줄 것이다. 장마가 갠 뒤 말간 거리를 걷다 적당한 도수의 칵테일(내지는 캔맥주)을 홀짝인 뒤 맘에 드는 전시에서 산 엽서 한 장을 들고 집에 돌아오는 일. 상상만으로도 텁텁한 일상에 괜찮은 환기가 되어줄 것 같다.

🥦 김형중 - 그녀가 웃잖아

정말이지 <그녀가 웃잖아>는 풋사랑 그 자체다. 곡 시작을 여는 피아노 리듬부터 그렇다. 남몰래―그건 내 생각일 뿐 사실 주변 사람들은 다 앎―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뭔가 울렁거리는 느낌 같지 않은가. 뒤따르는 기타 소리는 그 사람과 나의 시선이 딱 마주치는, 0.5초가 될까 말까 하는, 아주 짧지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그런 순간의 짜릿함을 표현한 것 같다. 몽글몽글한 키보드 소리부터는 황홀경에 접어드는데 두둥실 달뜬 마음을 완성하는 것은 김형중의 목소리다. 제아무리 '김나박이'가 노래를 잘한다지만 발라드 하면 '성발라'라지만 풋사랑의 설렘은 김형중이 제일이다. 특유의 덜 다듬어진 느낌과 불안함마저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아 언제였던가, 나도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러재낀 시절이 있었거늘.

🥦 Free Nationals - Gidget

시작부터 그루브로 충만하다. 넘실거리는 베이스 리듬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게 된다. 그러니 <Gidget>은 남들도 있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 들어서는 위험하다. 주말 저녁 유동 인구 많은 약속 장소로 나가는 길에 흥을 돋울 애피타이저로 딱이다. 이 곡을 부른 프리 내셔널스(Free Nationals)의 대주주는 현재 R&B 씬에서 가장 잘 나가는 뮤지션 중 한 명인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다. 올 4월에 있었던 2022 그래미 어워드 4관왕에 빛나는 실크 소닉(Silk Sonic)에서 '브루노 마스(Bruno Mars) 옆에 걔', '요즘 세계에서 가장 핫한 밀양 박씨 맞다(앤더슨 팩의 어머니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Paak"은 어머니가 "박" 씨인데 미국으로 입양되는 과정에서 그렇게 기재되었다고 한다)'. <Gidget> 얘기로 돌아오면, 하여간 나는 훵크(Funk)에 사족을 못 쓰나 보다. 어느새 또 리듬을 타고 있다.

🍄 보아 - 공중정원 (Garden In The Air)

누구에게나 처음 경험은 오래동안 기억에 남는 법. 태어나 처음 자신의 의지로 음악 앨범을 산 경험도 그러하다. 본격적으로 취향이라는 것이 생긴 14살, 시내 레코드샵에 쭈뼛쭈뼛 들어가 오래 고민하는 척하며(사실은 이미 살 것이 정해져 있었지만), 산 앨범이 바로 보아의 2집이었다. 인생 첫 아이돌이었던 보아는 설명이 필요없는 '아시아의 별'이고, 21년 동안 무수히 많은 타이틀곡을 냈는데, 타이틀곡 만큼이나 팬에게 사랑받는 수록곡이 바로 5집 [Girls On Top]에 수록된 <공중정원 (Garden In The Air)>이다. 이곡은 보아 만큼이나 SM의 레전드이자 유영진과 더불어 두 날개 중 하나인 켄지(Kenzie)의 작품이다.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련된 멜로디와 특유의 만화적 가사로 많은 마니아에게 사랑 받고 있다. 요즘 같은 장마 기간에 딱 어울리는 노래다. 아! 이 곡을 추천하신 구독자님은 일본 여행 중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일부러 이 노래를 들었다고 하신다. 역시 PRIIISM 구독자답다!

🍄 Eminem (ft. CeeLo Green) - The King And I

에미넴(Eminem),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에미넴은 에미넴이다. 그런 그가 또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존재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전기 영화 [엘비스(ELVIS)]의 O.S.T로 참여했다. '킹 오브 랩'이 '킹 오브 록'을 기리는 노래 <The King of I>다. 킹과 킹이 만난 이 자강두천 노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 중 하나인 <Jailhouse Rock>을 샘플링했다. 그래서인지 가사에도 "Now I'm about to explain to you all the parallels between Elvis and me, myself(Eminem). It seem obvious: one, he's pale as me. Second, we both been hailed as kings. He used to rock the Jailhouse, and I used to rock The Shelter(영화 8마일)."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영화는 말로만 들었던 로큰롤의 제왕 일대기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랜만의 음악 영화라 무척 기대된다. 한편, 이 노래의 프로듀싱은 닥터드레(Dr. Dre)가 맡았는데, 이 둘은 지난 2022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도 함께한 바가 있다. 이 공연도 꼭 보시길 바란다. 닥터드레, 스눕독(Snoop Dog)에 이어 50cent와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까지 미국 힙합 역사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낀 것이 대단! 

기회가 닿는다면 다음에 또 좋은 자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1주년 행사에 관심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잔잔하게 뉴스레터 읽고 들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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