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TREND REPORT "2022년 11월에 본 것"

일 하다 눈길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2.11.29 | 조회 1.96K |
0
|

레드버스백맨

🕵🏻 매달 1번 받아보는 UX 리서처의 생각

INDEX (6)

  • 새로운 로고에도 사용성이 필요한가요? 🚘
  • 인하우스 UX 리서치의 의미 🐐
  • 어떻게 경험을 확장할 것인가? 🚀
  • 생각을 확장할 때 쓰는 3가지 도구 🤹
  • 소비자의 입장에 서보는 방법 🛍️
  • 선을 넘는 사람들의 현재 진행형 이야기, 토스 📒

 


 

#1. 새로운 로고에도 사용성이 필요한가요? 🚘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 REDBUSBAGMAN

 

1️⃣ 로고™️를 바꾸는 게 트렌드?

 

➊ 기아차가 로고를 또 바꿨다

New Logo Unveiling Show ©KIA

 

기아자동차는 작년 1월, 30년 만에 로고(CI)와 슬로건을 바꿨습니다. 드론 303개를 동원해 하늘에서 새로운 로고를 수놓는 방식으로 '로고 언베일링 행사'를 진행하면서 '폭죽과 동시에 발사된 가장 많은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 화려한 시작이었죠. 포부도 당찼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한다며 그 포부를 밝혔고 '파워 투 서프라이즈(The Power to Surprise)'에서 '무브먼트 댓 인스파이어스(Movement that inspires)'로 슬로건도 바꿨죠. 새로운 로고는 균형(Symmetry), 리듬(Rhythm), 상승(Rising)이라는 3가지 디자인 콘셉트로 개발한 결과였지만, 약 2년이 지난 지금 사용자들은 새로운 로고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듯 보입니다.

 

➋ 로고를 바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기아 보다 앞서 로고를 바꾸고 이를 공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있습니다. 2018년 미니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폭스바겐, 2020년에는 BMW와 닛산까지. 완성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로고를 바꾸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죠. 바뀐 로고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로고를 더 심플하게 만들었습니다. 색을 단색으로 바꾸거나, 재질 표현에서 양감을 빼는 방식으로 힘을 좀 뺀 느낌이죠. 미니, BMW, 닛산 모두 3D를 2D로 바꾸면서 양감과 재질감은 없애고 선의 형태를 살렸습니다.

 

2️⃣ 새로운 로고에 나타난 3가지 공통점

➊ 3D에서 2D로

➋ 색을 늘리는 대신 줄이기로

➌ 선이 겹치는 부분이 없도록 가볍고 얇게

 

3️⃣ 간판을 바꾸는 이유는 비즈니스에 변화를 주겠다는 선언

과거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디지털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도 충분한 생산, 판매, 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강하게 표현하면 ‘차만 잘 만들면 잘 팔리던 시대’가 있었죠. 그러다 자동차 산업에 유례 없던 대규모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회사는 전기차, 자동차의 무인화, 차량을 나눠 타고 주차장도 공유하는 서비스 방식까지 대응해야 할 이슈가 급증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이슈는 완성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디지털, 모바일 중심으로 생태계가 만들어졌죠. 양감, 재질감을 강조하던 3D 로고는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화면에서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노출하기에 어려웠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알아보기만 하면 되는 로고에 여러 디자인 요소를 더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측면도 있었죠.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소비자는 애플, 구글을 필두로 적용한 플랫 디자인에 더 자주, 오래 노출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손으로 만질 때 올록볼록한 3D 로고를 더 가볍게 바꾸기 시작한 겁니다. 친환경, 디지털이라는 트렌드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간판을 바꾸는 데는 돈도 들고 익숙한 사람들에게 거부감, 낯섦이라는 브랜드로서는 막대한 리스크까지 감내해야 합니다. 간판을 바꾼다는 건 예전만큼 장사가 잘 안되거나 업종을 바꾸겠다는 의지입니다.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거나 탄산음료를 서비스로 내놓는 정도로는 간판을 바꾸지 않죠. 메뉴부터 싹 바꾸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새로 하는 수준일 때 간판을 바꿉니다. 완성차 업체는 간판을 바꾸고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업의 전환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Google Trends 검색을 해보면 KN car로 검색하는 사용자가 새로운 로고 공개 이후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DBSUBAGMAN<br>
Google Trends 검색을 해보면 KN car로 검색하는 사용자가 새로운 로고 공개 이후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DBSUBAGMAN

 

새로운 로고에 대해 KN으로 검색하는 사용자들은 얼마나 될까요? 구글 트렌드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KN car'라는 검색어 트래픽은 매달 약 3만 건 정도입니다. 연관 검색어가 기아 스포티지나 EV6라는 점을 보면 시인성이 떨어지는 새로운 로고를 탓할 수도 있습니다. 'KIA'에 대한 검색어는 약 183만 건이니 약 1.7% 정도인데 2%가 안 되는 숫자라 괜찮은 걸까요?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2%의 새로운 잠재고객을 유입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할까요?

🎒 REDBUSBAGMAN

 

새로운 로고에도 사용성이 필요한가요?

 


 

#2. 인하우스 UX 리서치의 의미 🐐

 

손흥민 선수는 '손흥민존'에서 매일 왼발로 500개, 오른발로 500개 킥 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 (염소, GOAT는 'Greatest Of All Time'이라는 뜻으로 손흥민 선수와 같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부를 때 사용하는 이모지입니다!)

🎒 REDBUSBAGMAN

 

월드컵 개막을 3주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 소속팀에서 특수제작한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본선 첫 경기부터 선발출전해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수이자, 대표팀을 이끄는 주장으로서 본선 2차전에서 직접 헤딩까지 시도한 모습은 부상투혼이었죠. 평소 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손흥민 선수가 있음으로 상대 수비수는 부담을 느끼고, 2명이 동시에 마크하느라 빈 공간이 생긴 덕분에 대표팀 다른 선수는 비교적 수월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자주 보였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부상 없이 모든 월드컵 경기를 마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손흥민 선수는 '손흥민존'에서 매일 양발로 1,000개의 킥 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SPURS TV
손흥민 선수는 '손흥민존'에서 매일 양발로 1,000개의 킥 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SPURS TV

 

만약 손흥민 선수가 프리킥을 연습하면서 공을 찬 후, 공이 골대 안에 들어갔는지, 어디로 들어갔는지, 어떻게 들어갔는지 바로 볼 수 없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하루에 1,000개의 공을 차더라도 실력이 늘기 어려울 겁니다. 도대체 무엇을 교정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프리킥을 차려면 공을 맞추는 발의 위치, 디딤발과 공의 간격, 공에 발을 맞춘 후의 동작 등 의식해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 공이 어디로 갔는지 볼 수 없다면 도대체 내가 뭘 잘했나, 못 했나를 행동 직후에 알 수 없으니 조정할 기회를 상실합니다. 그래서 학습에서는 빠른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인하우스 UX 리서치는 빠른 피드백을 고객에게 직접 받고 교정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피드백을 받지 않고도 확신에 차서 더 빠르게 제품을 만들고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출시할 수 있다면 '난 사람'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잡스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래는 뛰어난 의사가 의도적으로 수련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UX 리서치를 내부에서 직접 수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피드백을 짧은 주기로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수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 더 빨리 얻기 위해서 조사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리크루팅 하고, 직접 설계한 리서치를 실행하며, 이 과정에 관련된 프로덕트 매니저,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들이 참관합니다. 만약 조사업체를 통해서 리서치를 진행한다면 어떨까요? 한 번의 리서치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을 미리 잡고 조율해서 분기별로 1회 정도 리서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모더레이팅은 조사업체가 하고 미러룸에서 가이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겁니다. 1달에 1번 UX 리서치를 진행한다면 만들려는 제품을 고객이 잘 쓸 수 있도록 바꾸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아마도 다음 분기에 만들 제품 방향성을 확인하거나, 이미 만든 제품이 잘 만든 제품이라는 확신을 얻기 위한 조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전단 전문의는 환자를 한 번 또는 두 번 본 다음, 꽤나 난해한 증세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를 내리고, 다음 환자로 넘어갑니다. 그 의사는 환자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는 최근에 대단히 성공적인 진단 전문의를 인터뷰했는데, 그 사람은 판이하게 다른 일을 하더군요. 그는 상당한 시간을 자기 환자를 확인하는 데에 보내면서, 진단 시에 자신이 무얼 생각하는지 많은 기록을 하고, 자신이 얼마나 정확한지 나중에 확인을 하더군요. 자신이 만든 이 부차적 단계가 그를 자신의 동료들로부터 차별화하는 중요한 점입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언제, 어떻게 나아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들은 특별한 테크닉을 활용하는데, 그것은 널리 알려지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지 않는 것이죠.

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인하우스 UX 리서치의 의미

 


 

#3. 어떻게 경험을 확장할 것인가? 🚀

 

링크드인에서 UX 디자이너 승원 님께 댓글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그 경험의 폭이 한정될 수 밖에 없는데, 의도적으로 경험을 확장하는게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꾸준히 반복하시는 루틴 같은게 있을까요?

🎒 REDBUSBAGMAN

 

저는 일을 하면서 경험의 폭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성장에 대한 욕심이자 불안감 때문이겠죠.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으며 솔루션을 찾아가는 중인데요. 그중 제게 효과적이었던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볼게요! 적합한 방법을 찾는데 하나의 표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1주일에 1번 이상 커피챗하기

저는 '커피챗'이라는 서비스를 포함해서 포괄적인 커피챗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직장에서 가까운 동료와 45분에서 1시간씩 시간을 잡고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동료의 생각을 들어보는 게 효과적이었어요. 내가 담당하지 않는 프로덕트에 대해 지식을 얻을 수도 있고 비슷한 고민의 지점에서 동료와 연결되는 기분을 느낍니다.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하는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커피챗'을 이용하고 있어요. 저와 커피챗을 하는 분들이 남겨준 피드백을 보면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기도 하고요. 회사에서 받는 피드백은 1년에 1번이고 매년 3월에야 공개되기 때문에 시의성이 떨어지는 반면, 커피챗 피드백은 보통 1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거든요.

 

2️⃣ 1주일에 3번 이상 생각을 글로 적고 공유하기

이 포스트를 포함해서 제가 공유하는 글은 제 블로그나 트위터에 적는 글 중 일부인데요. 생각은 휘발되기 때문에 글로 적고 이걸 공개적인 채널에 공유함으로써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고 동시에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연결되면 생각이 깊어질 수 있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토론을 하다 보면 생각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자꾸 무언가를 쓰려고 하니 다른 이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 콘텐츠를 읽게 되는 점이 순효과라고 생각합니다)

 

3️⃣ 1주일에 1번 이상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

온라인에서만 생각을 나누다 보면 표정, 목소리, 분위기를 감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극의 종류와 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점심 약속이든 저녁 약속이든, 운동 모임이든 1주일에 1번 이상 오프라인 모임을 새로운 장소에서 가지면서 그 동네를 걷고 오랜만에 만난 전 직장동료, 대학 친구와 주제를 정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코로나 이후 저는 재택근무를 계속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모임 빈도를 많이 줄였는데 이게 몸은 편한데 생각이 좁아지는 것 같아서요.

 

4️⃣ 매일 새로운 콘텐츠 시도하기

쓰던 앱, 듣던 음악, 익숙한 뉴스레터, 구독하는 팟캐스트 대신 새로운 콘텐츠를 한번씩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 가장 인기가 있는 노래, 음악, 영화 중 제가 끌리지 않아도 "이런게 요즘 인기가 있구나", "왜 인기가 있지?" 이유가 궁금해서요.

 


 

#4. 생각을 확장할 때 쓰는 3가지 도구 🤹

 

일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경험을 확장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계속 비슷한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만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내 생각을 공유하는 데에는 노력이 들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생각의 폭은 하나의 원에 수렴하고, 원은 점점 작아져 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평소에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도구를 가까이 두려고 합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3가지 도구를 소개합니다.

🎒 REDBUSBAGMAN

 

1️⃣ 서핏

서핏은 다양한 지식 콘텐츠를 개발, 마케팅, 기획, 디자인, 스타트업 등 카테고리 별로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웹앱입니다. 쉽게 말해 구글 크롬이나 네이버 웨일 등에서 새 탭을 열면 새 탭에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플랫폼인데요. 커리어 관련한 아티클을 확인할 수도 있고, 자기 이력서를 웹에서 관리할 수 있고 채용공고에 커피챗 기능까지 업데이트했습니다. 커리어리에서 최근에 올라오는 글을 보니 서핏에 새로 올라온 글들이 많더라고요. 아마 커리어리에서 활동하시는 다른 큐레이터분들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2019년 론칭했을 때와 비교해 2021년에는 MAU가 250만 회로 8배, PV는 4배 이상 증가했을 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요. 아직 이용해 보지 않은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2️⃣ 커피챗

서핏에서도 커피챗 기능을 추가했지만, 커피챗이라는 서비스가 별도로 있습니다. 익명으로 내가 궁금한 회사, 커리어를 갖고 있는 분에게 커피챗을 신청해서 20분, 30분, 40분씩 커피챗 앱으로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인데요. 이 서비스를 만든 창업자 분과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일을 하다 MBA를 다녀오시는 과정에서 내가 궁금한 학교, 회사, 직무, 업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니즈가 있어지만 그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고 고백했습니다. 링크드인에서 콜드 메일을 보내더라도 답이 안 오는 경우가 많았고, 별도의 미팅 링크를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얼굴이나 신분을 공개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았던 거죠. 커피챗에서는 이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 SOP까지 리뷰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확장했습니다. 제게 커피챗을 신청해주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도 제 일과 생각을 반추할 수 있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연결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목소리로 주고받는 대화는 텍스트보다 몰입이 가능합니다.

 

3️⃣ 링크드인

링크드인이 여전히 강력한 이유는 한국 너머의 사용자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링크드인을 지향하는 플랫폼이 많다는 것만으로 링크드인이 얼마나 강력한 커리어 기반 네트워킹 플랫폼인지 반증합니다. 최근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미국에서 벌어진 심각한 해고 사태에 대해 많은 UX 리서처분들이 서로 격려하고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새로운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팀원이나 동료를 추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링크드인을 통해 새로운 분들과 계속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와 다른 기업에서 UX 리서치를 하고 있거나, 스타트업에서 UX 리서치를 적용하려고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메시지를 받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어요. 링크드인은 오래됐지만 여전히 새로운 연결이 이어지는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생각을 확장할 때 쓰는 3가지 도구

 


 

#5. 소비자의 입장에 서보는 방법 🛍️

 

손을 내밀면 바로 꺼낼 수 있도록 책상 가까운 곳에 두는 책이 있습니다. 장인성 님이 쓴 『마케터의 일』입니다. 저는 마케터는 아니지만, 시장이 궁금하고 또 마케터와 협업하는 사람입니다. 이 책은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생각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챕터는 ⟪소비자의 입장에 서보는 방법⟫입니다.

🎒 REDBUSBAGMAN

 

소비자의 입장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볼게요. 어떻게 소비자 입장에 빙의할 수 있는가. 일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요.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중음악 편집하는 이야기였어요. 좋은 소리를 만들려면 좋은 장비가 필요하잖아요. 악기도 스피커도 엄청 비싸고 좋은 걸 씁니다. 그런데 그 비싼 장비들로 가득한 편집실에서 숨소리, 미세한 소리 한 자락까지 신경 쓰며 편집을 마치고 최종 테스트를 할 때에는 흔히 구할 수 있는 싸구려 스피커로 들어본다는 거예요. 싸구려 스피커로 들어도 좋은 음악이어야 진짜 좋은 음악이라는 거죠. 원음을 생생히 재현하는 고음질이 아니라 대중이 듣는 저음질이 진짜라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눈이 뜨이고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우리가 평소 대중음악을 접하는 환경이 음악 강상에 최적화된 건 아니잖아요. 노트북 스피커로 듣거나 스마트폰 스피커로 듣고 스마트폰 패키지에 들어 있는 기본 이어폰으로 듣고, 카페나 술집이나 옷가게에서 사람들의 말소리 사이로 듣죠. 거실에서 TV 볼 때는 그나마 좋은 환경인 거네요. 마케팅 메시지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우리가 영혼을 담아 한 줄 한 줄 쓴 카피는 앞의 이야기에 나왔던 싸구려 스피커를 통해 사람들에게 읽힙니다. 메인 카피, 서브 카피, 그 아래 진심을 담아 깨알같이 자세히 쓴 것들 다 잘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 이야기를 그렇게 공들여서 열심히 읽고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들지 않으니까요. 이런 상황을 뚫고 전달된 메시지만이 소비자에게 읽힙니다. 소비자는 우리와 이해관계가 다르고, 사전 지식이 다르고, 메시지를 접하는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는 우리 브랜드에 관대합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사?'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소비자는 웬만하면 안 사는 게 기본입니다. '비슷한 게 있는데 살까 말까', '좀 비싼데 다음에 살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 중에 소비자가 모르는 게 뭐지?' 하고 스스로 물어보세요. 엄청 많을 거예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많은 것들이 우리 눈에는 보이는데 소비자 눈에는 안 보입니다. 이야기는, 상대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아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저는 마케팅 메시지를 사용성으로, 마케터를 UX 리서처로, 소비자를 사용자로 치환해서 읽곤 합니다. 사용자는 읽지 않고 훑어볼 뿐이고, 팝업창이 열리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닫아버릴 때가 많습니다. 제품을 고민해서 만들고, 수십 번 살펴본 제작자와 달리 가끔 한번 보고, 그마저 다 보지 않고 중간에 급한 일을 처리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은 사전 지식이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죠. 그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뛰어난 사용성입니다. 지하철 2호선 내선순환, 외선순환처럼 계속 접해도 헷갈리지 않도록 시계방향, 반시계방향으로 바꾸는 일. UX 리서처의 일입니다.

🎒 REDBUSBAGMAN

 


 

#6. 선을 넘는 사람들의 현재 진행형 이야기, 토스 📒

 

『유난한 도전』 부제는 '경계를 부수는 사람들, 토스팀 이야기'입니다. ©REDBUSBAGMAN<br>
『유난한 도전』 부제는 '경계를 부수는 사람들, 토스팀 이야기'입니다. ©REDBUSBAGMAN

 

토스는 서비스 이름이고 토스를 만드는 토스팀이 속한 회사 이름은 '비바리퍼블리카'입니다. '공화국 만세'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는 구호입니다. 프랑스혁명 때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이고, 토스팀이 '혁명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의지를 담은 것이죠. 토스는 파급력이 있습니다. 토스는 빠르고, 과감했으며 잘하니까 뭘 해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토스증권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토스는 남다르긴 하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잘 알려진 이야기였죠.

🎒 REDBUSBAGMAN

 

2015년 2월 시장에 간편송금 서비스를 내놓기 전까지 8번의 실패가 있었고 그 과정이 처절했다는 것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울라블라', '다보트 포 카카오'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토스가 만든 임팩트에는 논란도 따랐습니다. 토스가 선보인 이모지 폰트, 토스페이스는 유니코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국제적 표준을 위반했다는 논란으로 이어졌죠. 2021년에는 마이데이터 오픈 API를 적용하면서 금융당국이 정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의도는 알겠는데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이어졌죠. 이런 논란이 이어질 때마다 토스는 사과했고, 갈 길을 이어갔습니다. 이쯤 되면 선을 넘더라도 일단 방향이 맞는지 빠르게 확인하고 나중에 수습하겠다는 태도로 보였죠. 누군가에게는 토스니까 괜찮았고, 한편으로는 토스는 참 선을 잘 넘네라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저는 궁금했습니다. 토스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이승건 님과 비바리퍼블리카라는 회사를 우연히 접했기 때문입니다. 퍼블리에서 주최한 행사를 통해 이승건 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치과의사가 왜 창업가로 선을 넘으려는지 공감하기 어려웠으니까요. 『유난한 도전』에는 그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 1장 《선을 넘어서는 용기》 중에서

 

울라블라의 실패를 인정하고 서비스를 접기까지 1년 4개월이 걸렸다. 자본금 50000만 원짜리 비바리퍼블리카는 인건비를 포함해 이 앱에 2억 2000만 원을 썼다. 개발 과정에서 팀원이 8명까지 늘어났지만 이태양 외에 모두 떠났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 마음껏 하게 해 줘서 고맙다'라고 인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패했지만 좋은 기억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 침묵 속에서 짐을 쌌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실패라는 결과는 고통스러워서,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희망에 부풀어 일했던 기억마저 지워버렸다. 2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다른 버전의 앱을 만들었다. 2013년에는 수개월간 카카오톡과 연동 작업을 거쳐 '다보트 포 카카오'를 론칭했다. 당시 카카오는 모바일에서 쓰임새가 있을 법한 외부 앱들을 카카오톡과 연결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했다. 손만 뻗으면 잡힐 듯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거대한 사용자 규모도 다보트의 의미 있는 성장을 돕지는 못했다. 설상가상 카카오톡이 자체적인 투표 기능을 만들어 붙이면서 이승건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거듭된 실패를 냉정하고 회고해야 한다고 제안한 사람은 박광수였다고 이승건은 말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토스팀 문화의 8할은 박광수의 기여라고 입을 모은다. 바깥에서 패인을 찾으려 해던 이승건에게 박광수는 더 이상 '변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승건은 속이 상했지만 가만히 듣는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1년 넘게 끌고 온 것이 자신이었으므로. 실패의 단계를 하나씩 되짚어가며 이승건은 창업의 본질을 고민했다. 모범생답게 그는 책에서 답을 찾았다. 19세기 영국의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은 인간의 직업이 언제 숭고해지는가를 논했다. 군인은 국가를 수호할 때, 의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킬 때, 법률가는 정의를 집행할 때 숭고하며 사회의 존경을 받는다. 그리고 상인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때 그렇다.

 

상인은 자기가 파는 물건의 품질과 그것을 생산하는 수단을 철저히 이해하고, 물건을 완벽한 상태로 생산하거나 획득하여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가장 싼 가격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모든 지혜와 정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존 러스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불편했습니다. 도전해서 성공하려면, 진짜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이 정도로 치열하게 경계를 부수고, 더 높은 바를 넘기 위해 다시 도전해야 했구나. 이건 핀테크 업체의 성공을 스스로 자랑하는 백서도, 치과의사 출신 창업가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동화도 아니었습니다. 비극은 부러워할 만한 주인공이 불행해지는 결말일 때, 희극은 나보다 못 난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결말일 때 경계를 허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죠.

 

유난한 도전은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치열하게 일했고, 가끔 행복한 결과도 있었지만, 그 결말이 아직 다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긴장한 상태로 에너지를 써야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지극히 사실적이고, 토스팀이었고 토스팀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속기록처럼 담겨있는 이야기. 금융부터 바꾼다는 그들의 말처럼, 그다음은 통신, 모빌리티까지 선을 새로 그은 시점입니다. 유난스러운 도전은 지금도 면을 늘리고 있습니다.

 

토스팀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통하는 모범답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 REDBUSBAGMAN

 

유난한 도전, 선을 넘는 사람들의 현재진행형 이야기

 


Source: REDBUSBAGMAN, 커리어리, 링크드인, SPURST TV, YouTue, 『유난한 도전』, 『마케터의 일』,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레드버스백맨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레드버스백맨

🕵🏻 매달 1번 받아보는 UX 리서처의 생각

뉴스레터 문의 : redbusbagman@maily.so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