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TREND REPORT "2024년 9월에 본 것"

일 하다 눈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4.09.30 | 조회 1.3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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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버스백맨

🕵🏻 매달 1번 받아보는 UX 리서처의 생각

INDEX

 

  • Intro
  • 스타벅스에 '진동벨'이 늘어나고 있어요 ☕️
  •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일수록 인맥이 좁다 🌳
  • 구독자님은 일을 할 때 몰입하고 있나요? 🥰
  • 트레바리 시즌3 세 번째 모임을 마치고, 다크 패턴과 '홍대병'에 대하여 📙
  • 구글맵이 이렇게 바뀌면 어떨까요? 🚴
  • 소수를 위한 디자인은 다수를 위한 디자인이다 🥔
  • Outro
    • [팁] 매달 걷고 책을 읽는 괜찮은 방법 '라이프플래닛'
    • [이벤트] 에피소드 용산 241에서 독서모임을 할까요?

 


 

구독자님, 선선해진 날씨에 선한 마음도 안녕하신가요? 9월의 마지막 날에 어김없이 제가 보고 생각한 것들을 모아 전합니다. 뉴스레터를 보낼 때마다 어떤 소재가 적절할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혹은 해석에 무게를 싣고 코멘터리를 늘릴 것인지 고민을 하는데요. 정답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출근을 해야 하니 일을 할 때에 유용했으면 하고, 상황을 잘 모르면서 도움이 되겠다는 욕심은 내려두고 친절함과 따뜻함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도 합니다. 자극적이기보다는 매달 한번, 잔잔하지만 단단하게 어김없이 안부를 전하는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1. 스타벅스에 '진동벨'이 늘어나고 있요 ☕️

 

스타벅스는 직원이 닉네임을 불러주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한국 진출 초기 커피빈과 경쟁할 때에도 진동벨을 고객에게 내밀고 진동을 울리는 대신, 주문할 때 적은 닉네임을 바리스타가 건네는 방식으로 소통을 해왔죠. 작년부터 더북한산점, 더북한강R점, 여의도역R점 등 10여 곳에서 진동벨을 도입해서 테스트했는데 올해는 전체 매장의 5% 수준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죠. 총매장이 1,900개니까 5%면 약 100개 매장 정도 되는데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스타벅스는 왜 진동벨을 도입하는 매장을 늘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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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진동벨을 도입하는 3가지 이유

 

1️⃣ 지배구조 측면

2021년 7월, 신세계 이마트가 스타벅스 본사(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로부터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를 추가로 인수한 이후 스타벅스 코리아의 최대주주가 되었는데요. 1999년 이대 앞에서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0년 넘게 스타벅스본사와 5:5로 지분을 갖고 있었기에 구조적으로 공동경영이 불가피했지만 2021년 7월 이후 본사의 정책에서 유연해졌습니다. 기존에 스타벅스에서 보기 어려웠던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로 기억에 남은 2022년 Find Your Taste 캠페인에는 분명히 신세계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트너가 주문번호나 닉네임을 큰 소리로 부르면서 유대감을 유지하는 것은 스타벅스 본사의 정책이었습니다.

 

2️⃣ 직원 생산성 측면

파트너가 직접 닉네임을 부르는 '직접 콜링 서비스'가 직원들에게 피로도를 높였습니다. 점심시간 고객이 몰리는 경우에는 소음과 음악 소리 사이에서 콜링이 전달되기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커피 중심의 판매 비중이 높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평일 출근, 점심시간에 '직접 콜링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는 이미 사용자들에게 익숙해지기도 했죠. 스타벅스 App 사이렌오더 푸시 알림, 매장 음료 픽업대에는 주문번호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최근 오픈한 매장에는 벽면 모니터를 설치해 '바나프레소'처럼 멀리서도 음료가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바꿨습니다. 매장 바리스타들의 피로도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 목소리를 통하지 않고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보조 매체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진동벨'이 안 될 이유도 없어졌죠. (데이터를 찾아보니 2024년 6월, 사이렌 오더를 통한 주문은 5억 건을 넘어섰고 증가 추세입니다)

 

3️⃣ 공간 UX 측면

스타벅스 매장이 한국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2024년 2월 기준으로 세계 4위, 3위 일본과 비교하면 3개 차이입니다. 인구 규모(한국의 약 2.5배)와 국토 면적(한국의 약 4배)을 고려할 때 놀라운 숫자입니다. 2023년과 비교해도 1년 만에 116개 늘어나 1천893개였는데요. 계속 신규매장 출점이 늘면서 2~3층으로 이루어진 DT, 단독건물 매장이 늘었고 뷰가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고객들이 다른 층에 좌석을 먼저 확보하고 주문을 하는 패턴이 보편화되면서 파트너가 이름을 불러도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신세계에 인수된 이후 스타벅스코리아는 K-프랜차이즈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장은 늘고 있고 낯선 동네에 갔을 때 '스타벅스' 매장이 주는 표준화된 고객 경험은 경쟁력이 있습니다. 어려운 모기업 실적을 뒷받침하기 위한 업셀링을 위한 새 비즈니스모델을 계속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10월부터는 스타벅스에서 처음으로 구독 서비스 'Buddy Pass'를 론칭합니다. 30일 구독료는 9,900원으로 10월 1일부터 3개월 동안 시범운영을 한 후 정책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일 1회 제조 음료 30% 할인, 월 1회 딜리버리 서비스 배달료 무료, 월 2회 온라인스토어 배송비 무료 쿠폰 등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그러고 보니 2024년 10월은 스타벅스도 구독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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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도 '진동벨' 울린다

 


 

#2.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일수록 인맥이 좁다 🌳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중 최고 우위에 있는 자아실현을 이루었다고 판단한 많은 역사 인물을 비롯해 당시 생존해 있던 아인슈타인과 그 밖의 인물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15가지를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건 5번과 10번에서 알 수 있는 인간관계의 특성입니다. 넓은 관계 대신 좁고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 편이며 혼자 있어도 즐거움을 찾고 불안해하지 않는 특성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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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각하고 쾌적한 관계를 유지 - 소망, 욕망, 불안, 낙관주의에 기인해 예견하지 않는다. 미지의 것이나 애매한 것에 겁먹거나 놀라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워한다.
  2. 자연을 비롯해 자신과 타자를 수용 - 마치 자연을 자연 그대로 무조건 받아들이듯이 인간성의 약점, 죄책감, 유약함, 사악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
  3. 자발성, 단순함, 자연스러움 - 행동, 사상, 욕구에 자발적이다. 행동의 특징은 단순하고 자연스러우며, 거짓을 꾸미거나 결과를 노리느라 긴장하는 일이 없다.
  4. 과제 중심적 - 철학적, 윤리적인 기본 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넓은 준거기준(frame of reference) 속에서 살아간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다. 폭넓고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일을 한다.
  5. 초월성 - 프라이버시의 욕구 혼자 있어도 상처받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고독과 혼자만의 생활을 즐긴다. 이러한 초월성은 일부 사람들에게 냉정함, 애정의 결여, 우정의 부재, 적의로 해석되기도 한다.
  6. 자율성, 문화와 환경으로부터의 독립, 능동적 인간 - 비교적 생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에서 독립해 있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랑과 안전에 의한 만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자기 발전과 성장을 위해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 능력을 믿는다.
  7. 언제나 새로운 인식 -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항상 신선하고 천진하게 인식하고 경외와 기쁨, 경이로움과 황홀감을 느낀다.
  8. 신비로운 경험, 최고의 체험 - 신비로운 체험을 갖고 있다. 황홀감과 경이로움과 외경심을 동시에 가져오는 굉장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 일어났다고 확신한다.
  9. 공동체 의식 - 때로는 인류에게 화가 나거나 조바심이 나거나 싫증이 날 때도 있지만 그들에게 동정과 애정을 느끼며 도움을 주고자 한다.
  10. 대인 관계 - 마음이 넓고 깊은 대인 관계를 유지한다. 소수의 사람들과 특별히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자아실현적으로 매우 친밀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1. 민주적인 성격 - 구조 가장 심원한 의미에서 민주적이다. 계급이나 교육제도, 정치적 신념, 인종과 피부색 등에 관계없이 자신과 잘 맞는 성격의 사람과는 누구와도 잘 지낸다.
  12. 수단과 목적의 구별, 선악의 구별 - 매우 윤리적이고 확실한 도덕기준을 갖고 있어 올바른 일을 행하고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수단과 목적을 명확히 구별할 줄 알고 수단보다 목적에 마음이 끌린다.
  13. 철학적이고 악의 없는 유머 감각 - 악의 있는 유머, 우월감에 의한 유머, 권위에 대항하는 유머에는 웃지 않는다. 그들이 유머라고 인정하는 것은 철학적이다.
  14. 창조성 - 특수한 창조성, 독창성 등 발명의 재능을 갖고 있다. 그 창조성은 건강한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보편적인 창조성과 같은 종류다.
  15. 문화에 편승하기를 거부 - 자아실현적 인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 속에서 잘해 나가지만, 아주 깊은 의미로는 문화에 편승하는데 저항한다. 사회의 규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규제에 따른다.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일수록 인맥이 좁다

 


 

#3. 구독자님은 일을 할 때 몰입하고 있나요? 🥰

 

일에서 만족감을 느낀다고 하면 '조건'부터 떠올리기 쉽죠. 조직 문화,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 경쟁력 있는 보상 그리고 최고의 복지라고 말하고 싶은 동료. 4가지가 모두 완벽한 조합으로 구성된다면 일에서 얼마나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만족감은 어떻게 해야 오래 지속될까?라는 질문은 다시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이 질문들에 대해 답을 구하려면 "내가 일을 할 때 어떤 상태에서 만족감을 느끼는가?"를 스스로 묻고 답을 구해내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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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심리학에서 '행복', '창조성', '즐거움' 등을 연구하는, 이른바 긍정 심리학을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제의 난이도와 기량이 고도로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찾아오는 황홀한 상태를 '몰입'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제창한 것으로 유명한데, 저는 심리학개론 수업 때부터 긍정심리학, 산업 및 조직심리학 수업에서 그의 이름을 여러 차례 들었고 논술 단골문제이기도 했습니다. 학부졸업을 앞둔 2008년 무렵, 웰빙(well-being)이라는 화두가 사회 전반에 마케팅 소재로 활용되었는데 그가 이야기한 '몰입(flow)'은 어디에도 잘 어울렸기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각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마친 칙센트미하이는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소니의 공동창업자 이부카 마사루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가들이 일에 흠뻑 빠져 있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로 종종 '몰입(flow)'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었죠. 칙센트미하이는 그들 전문가가 사용한 이 용어를 그대로 가져와 나중에 '몰입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가설을 정리했습니다. 그는 절대적 몰입의 상태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8가지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죠.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주장한 몰입의 과정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주장한 몰입의 과정

 

1️⃣ 과정의 모든 단계에 명확한 목표가 있다

2️⃣ 행동에 대해 즉시 피드백한다

3️⃣ 도전과 능력이 균형을 이룬다

4️⃣ 행위와 의식이 융합한다

5️⃣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일은 의식에서 배제한다

6️⃣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7️⃣ 자의식이 소멸된다

8️⃣ 시간 감각이 왜곡된다

 

언제 일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4. 트레바리 시즌3 세 번째 모임을 마치고, 다크 패턴과 '홍대병'에 대하여 📙

 

<리서치 하는데요>는 작년부터 시즌제로 이어가고 있는 독서모입입니다. UX 리서치에 관심이 있거나 더 나은 사용자 경험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하는 잔잔한 모임을 1년 동안 계속하는 이유는 반취약성(anti-fragile)을 의식하기 위해서입니다. 3번째 모임에서 함께 읽은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저자는 "가능한 젊을 때 많은 실패를 맛보는 것, 여러 조직과 커뮤니티를 경험하면서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을 한 장소가 아닌 분리된 여러 장소에서 형성하는 것 등의 요건이 중요해진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철학을 제목에 담은 책을 함께 읽고 사용자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은 많지 않습니다. 금요일 저녁, 강남역에서 모임을 거듭하며 멤버들 사이에는 신뢰가 조금씩 쌓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프로세스를 통해 불안을 거쳐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1. 멤버들과 토론을 하며 메모한 것들

 

  1. 철학적이지 않아도 나만의 철학이 있어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2. 인생의 모든 고민은 '선택'에서 비롯하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기준이 불분명할 때 즉 주체성이 상실된 순간에 혼란을 겪는 게 아닐까요?
  3. 2040 사이의 많은 고민은 '관계'에 관한 것인데 자신과 타인의 심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타인을 더 쉽게 단정할 수 있는 존재로 여깁니다.
  4. "결국 00이라는 뜻이죠?"에서 '결국'은 어떤 의미일까? Finally. 결론을 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잘 모르지만, 세상과 상대의 서사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여유는 없지만, 내게 필요한 것을 패턴으로 뽑아내는 것 아닐까요?

 

2. '르상티망(ressentiment)'과 홍대병

 

  1. 프리드리히 니체가 이야기한 '르상티망'은 내가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갖는 솔직하지 못함과 '시기심'으로부터 비롯됩니다.
  2.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에서 여우가 먹음직스러운 포도를 발견했지만 애를 써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여우의 반응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3. "이 포도는 (어차피 내가 못 먹는 거니까) 엄청 신 게 분명해. (내가 먹으려고 엄청 애를 쓴 건 사실이지만) 이런 걸 누가 먹겠어!"라며 가버립니다. 자신의 솔직한 욕구, 상황, 행동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죠.
  4. 내가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갖는 '분한 마음'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것이 '르상티망'의 본질입니다.
  5. 니체는 개인이 갖는 본래의 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이 르상티망으로 인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6. 한창 유행했던 '홍대병'이 떠오릅니다. 홍대병에 대해 좀 찾아보면 '마이너부심'이라는 설명이 나오는데요. 비주류를 즐기면서 "내가 먼저", "나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 행위입니다. 갑자기 인기를 얻어 유명해진 가수, 노래, 브랜드, 음식점 등에 대해 "1년 전에 나만 아는 노래였는데..."라며 나의 소중한 것이 유명해져서 싫으면서 좋기도 하다는 복잡한 감정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이너'와 '자부심'의 조합부터 좀 어색합니다.
  7. '홍대병'을 르상티망 현상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아는 곳을 가는 사람들과 비교하고 나서 자신은 인디, 비주류여서 좋아했고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대중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소수만 알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내세우는 것을 닮았습니다. 그냥 "나는 혁오밴드 음악이 좋아", "나는 평양냉면의 삼삼한 맛이 좋아"라고 하면 되는 게 아닐까요? 내가 그 대상을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니라 '희소했기 때문에' 좋아했다는 것은 정말 개인의 취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8. 발제문에 적은 것처럼 자신의 '진짜' 순수한 욕구인지, 타인에 의해 설계된 르상티망에 의한 것이지 판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에게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쓸 때, 나의 정체성을 대상의 정체성과 일치시키려고 할 때 르상티망에 의해 설계된 세상으로부터 취약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3. 다크(Dark) 패턴과 기만적(Decpetive) 패턴

 

  1. 이라고 퉁 쳐서 이야기하던 것들을 엄격하게 따져보면 '기만적 패턴(Deceptive Patterns)'과 '허영 지표(Vanity Metrics)를 구별해야 합니다.
  2. 다크 패턴(https://darkpatterns.org)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도메인 주소를 기만적 패턴(Deceptive Patterns)으로 다시 돌려줍니다.
  3. 2가지의 결정적 차이는 다크 패턴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지만 만든 이의 의도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고, 기만적 패턴은 의도적으로 사용자를 속이거나 오해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비윤리적이라는 점입니다.
  4. 다크 패턴의 대표적 사례는 '멜론'처럼 구독 취소를 모바일에서는 불가능하게 해 두거나 버튼을 숨겨두어 사용자를 방해(Obstruction)하여 포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기만적 패턴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커머스의 가짜 희소성(Fake Scarcity)로 "오늘만 특가! 남은 재고 2개"라고 표시하지만 실제로는 재고가 넘쳐나는 경우이죠. 토론에서 이야기한 대로 구독취소, 회원탈퇴에서 만드는 이가 얼마나 의도를 가지고 숨겨두었는지, 어렵게 했는지, 불가능하게 만들었는지에 따라 기만적 패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멜론의 경우 '혜택 누릴래요'는 크게, '혜택 포기할래요'는 아주 작게 정보 계층구조까지 의도적으로 사용자에게 불리하게 설계했습니다.
  5.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2023년 7월, 다크패턴을 '소비자의 착각, 실수, 비합리적 지출 등을 유도할 의도로 설계된 온라인 화면 배치(인터페이스)'라고 정의했습니다. 대표적인 유형은 "숨은 갱신"으로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거나 결제 대금이 증액될 때 별도의 동의나 고지 없이 자동 갱신이 되도록 하는 것이고, 익숙한 결제화면을 통해 멤버십 비용 인상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해당합니다.
  6. 허영 지표(Deceptive Patterns)는 다크 패턴이나 기만적 패턴과는 달리 매일 잔디 심기(깃허브에서 1일 1회 커밋), 매일 블로그 쓰기 등의 성과를 표현할 때 질(Quality)을 고려하지 않고 횟수를 채워나가는 화면 구조를 적용해서 실제 일의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User Interface를 의미합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다크 패턴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7. 다크 패턴에 대한 문제의식은 UX 업계에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기업에서 디자인을 통한 이윤 추구는 당연한 것이다'라는 주장과 '다크패턴으로 인한 사용자의 불쾌감은 누적되고 결국 서비스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각각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다크패턴 자율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는 점, 시장이 과열되고 배달앱 내 무료배달 혜택 등으로 치킨게임 식 경쟁이 심화될 수록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와 제약은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8. 전망의 근거가 되는 미국과 유럽에서 강화되고 있는 관련 규제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9. 다크 패턴과 기만적 패턴에 대해 비교해 둔
  10. 다크 패턴에 대한 최근 국내 학회 발표자료 '다크패턴 디자인을 감지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러그인'

 

지난 금요일까지만해도 저는 다음 모임까지 하면 꼬박 12달, 꾸역꾸역 1년을 채우는 셈이라 여기서 쉼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모임을 통해 받은 자극이 강렬했고 지금의 이 불안의 영역을 통과하기 위해서 한번 더 시즌을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3에서 함께 해주시는 멤버들께 '몰입'으로 나아갈 동력을 주신 것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행복한 몰입의 영역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마음 편하지 않은 걱정, 내가 할 수 있을까? 이게 맞는 걸까?와 같은 불안의 영역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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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모임 발제문과 함께 나눈 더 많은 이야기들

 


 

#4. 구글맵이 이렇게 바뀌면 어떨까요? 🚴

 

매머드 클라이밋(Mammoth Climate) 공동창업자인 Jeff Packer는 링크드인에 구글맵 목업 이미지와 함께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매머드 클라이밋이 사명을 바꾸기 전 이름이 카본 뉴트럴 클럽(Carbon Neutral Club)이었던 것처럼 직원들의 행동 주도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행동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설계해서 지속적인 탄소배출 감량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있죠!

 

구글맵에서 탄소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도록 이렇게 경로안내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구글맵에서 탄소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도록 이렇게 경로안내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Jeff Packer가 공유한 원문을 의역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있잖아, Google! 너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어! 대도시에선 차보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더 빠른 경우가 많잖아. 그러니 사용자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줘! 이런 걸 보여주는 거야!

  • ⏱️ 절약되는 시간: 2분
  • 🌎 줄어드는 탄소배출량: 0.67kg
  • 💪 소모되는 열량: 108 칼로리

이 기능은 우리 도시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P.S. 내가 너를 위해 여기 목업까지 만들어봤어!

 


 

#6. 소수를 위한 디자인은 다수를 위한 디자인이다 🥔

 

유니버설 디자인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소비자에게 맞춘 '평균적' 디자인이 아니라 노약자까지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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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소(OXO) 감자칼은 실제로 사과, 오이 등 다른 과채를 다룰 때에도 유용합니다
옥소(OXO) 감자칼은 실제로 사과, 오이 등 다른 과채를 다룰 때에도 유용합니다

 

일상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잘 적용한 제품이 '감자칼'입니다. 배경이 흥미로운데요. 옥소(OXO) 창립자 샘 파버 Sam Farber가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만든 감자칼입니다. 이 제품은 출시할 때 ‘관절염이 있는 사람을 위한 감자칼'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하기 편한 감자칼'로 출시되었습니다. 관절염이 있는 사람도 잘 쓸 수 있는 감자칼은 누구라도 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이 되었죠.

 

당시 많은 기업들이 15~35세의 비교적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을 디자인했지만 샘 파버는 점차 노령인구가 많아진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노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인학을 공부한 디자이너, 페트리샤 무어와 협업했습니다. 노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80세 노인으로 분장한 후 3년 동안 여행을 다닌 이력이 있는 사람이죠. 손에 힘이 없는 노인들을 위해 손잡이 부분에 부드러운 고무패킹을 달았고 힘을 조금만 주어도 작동할 수 있도록 지렛대 장치를 더했습니다.

 

보기 좋은 디자인보다는 사용하기 편리한 기능성을 추구한 덕분에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옥소는 '일상의 명품'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다만, 저는 옥소의 감자칼이 왼손잡이용도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후기를 찾아보니 왼손잡이가 쓰면서 손이 베일 뻔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네요.

 

유니버설 디자인과 다크 패턴, 기만적 패턴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을 치밀하게 한다면 다크 패턴이나 기만적 패턴 없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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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하는데요> 시즌3 멤버 초은 님 독후감을 읽고 영감을 얻은 콘텐츠입니다

 

예쁜 디자인보다는 편리하게, 유니버설 디자인 대표주자 '옥소'



 

2024년에는 뉴스레터 Outro에서는 제가 한달 동안 잘 쓴 App과 제가 참여해서 만든 콘텐츠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1. 팁 - 교보생명 '라이프플래닛'

 

교보생명에서 만든 '라이프플래닛'을 통해 매일 6,500 걸음 이상을 걷는다면 매달 교보문고 북클럽 4000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요! 토스와 달리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데이터도 연동되기 때문에 하루 1만보를 걷지 않더라도 쉽게 쌓을 수 있습니다. 매일 꾸준히 걷고 즐거운 가을 독서생활을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추천인코드에 ' 20230983485 '를 넣으시면 서로 1000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요!

 

2. 이벤트 - 에피소드 용산 241에서 <UX 리서처의 일> 독서모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트레바리 모임을 1년 동안 운영하는 것도, 뉴스레터를 매달 보내는 것도 그 고민의 단서를 찾는 과정인데요. 10월에는 제가 소중한 동료들과 함께 만든 에피소드 용산 241에서 제가 쓴 <UX 리서처의 일>을 함께 읽고 토론을 하는 독서모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모임은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멤버 분들과 에피소드 입주민, 뉴스레터 구독자 분들과 함께 할 예정인데요. 참가하고 싶다면 레드버스백맨(@redbusbagman) 인스타그램 DM으로 알려주세요! 10월 10일, 뉴스레터 댓글과 개인 DM 회신으로 참가자 대상 세부 프로그램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구독자와 함께 하는 10월의 독서모임 안내 📚

에피소드 용산 241, 10F 'J-AN(잔)'
에피소드 용산 241, 10F 'J-AN(잔)'
  • 시기: 10월 중순 평일 저녁 중 약 2시간 30분
  • 장소: 에피소드 용산 241 3F ep Lounge 또는 10F J-AN(잔)
  • 참가자 구성: <리서치 하는데요> 멤버, 에피소드 용산 241 입주민, 구독자 총 15명 이내
  • 참가비: 무료 (단, 노쇼방지를 위해 예약금 1만원을 받고 참석자에 한해 환급)
  • 준비물: 책 <UX 리서처의 일>,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다른 생각에도 귀 기울이는 태도
  • 제공할 것들: 웰컴 드링크, 저녁으로 요기할 핑거푸드, 행사 스케치 사진, 럭키 드로우

 

3. 캠프콘에 다녀왔습니다.

 

9월 캠프콘 후기중에서
9월 캠프콘 후기중에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취업시장.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취준컴퍼니, 신한커리어업 등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컨퍼런스 등에서 제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9월에는 캠프콘에서 'UX 리서치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발표 이후에 인스타그램, 링크드인을 통해 피드백을 주시고 궁금한 점을 추가로 물어보시는 분들이 여럿 계셨습니다.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독자님께서 하고 있는 일이나 같이 할 수 있는 고민거리가 있다면 손 내밀어주세요.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구독자님, 뉴스레터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더 많은 구독자분들과 연결되는 것은 편지를 보내는 제가 눕고 싶은 시간에도 편지를 매달 쓸 수 있는 기운이 됩니다. 선선한 날씨와 연휴가 위로가 되는 10월을 잘 보내고 다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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