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모임에서 자기가 가장 오래 산 사람이어서 다들 자기를 보며 언니 언니 하며 따르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항암 치료 받으며 멀쩡하게 오래 잘 살 수 있느냐고 비결을 묻는단다. 내가 안 아프고 오래 살아야 다른 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게 되었다. 어느덧 왕고참이 되어있어 나를 의지하며 따르는 후배 암 환자들이 생겼는데 내가 다른 환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잘 먹으라며 떡이라도 하나 챙겨주는 일밖에 없다고 한다. 평생 솥뚜껑 운전만 해서 할 줄 아는 일은 먹을 거 챙겨와서 잘 먹이는 일이라고. 지금도 항암 치료 받으면서도 남편과 아이들, 시댁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하는데 나는 팔자가 먹을 거 해와서 남들 배곯지 않게 하는 팔자인 것 같다고. 그래도 이렇게라도 계속 살아 있고 솥뚜껑 운전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환자분은 말했다.
무례한 사람은 누구인가? 결국 무례한 사람은 나였다. 알지도 못하고 함부로 제멋대로 판단하고 재단한 내가 무례했다. 예의도 없었지만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이 더 문제였다. 모든 문제는 나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면서 바랬다. 떠들어도 좋으니 다음에 또 모이기를, 또 모여서 즐겁게 음식을 나누어 먹기를, 그녀들이 계속 살아내기를
#
재즈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팻 메시니는 작곡가 리처드 나일스와의 대담집 ‘팻 메시니’에서 많은 음악가들이 더 좋은 악기를 가질 수 있다면, 더 유명한 사람과 연주할 수 있다면, 더 상황이 좋은 도시로 갈 수 있다면, 유명 프로듀서와 계약을 할 수 있다면 등의 ‘특정 조건’을 기다리며 정작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보통은 지금의 현실과 음악가로 변신하고 싶어 하는 그 중간에 그냥 멈춰 있는 거죠.”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특정 조건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가?” 연말이 되면 우리는 새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원하는 모습만 잠시 생각해보고, 우리는 다시 현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원하는 방향으로 ‘작은 실험’을 12월인 지금 시작할 수 있음에도 막연하게 ‘언젠가’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