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순간이 우리를 붙잡은 끝에 각자의 오늘이 계속될 따름이다

2023.11.06 | 조회 809 |
0
|

remem.

 

#

변화는 언제나 불청객처럼 뜻밖의 순간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문을 두드리는 법이다. 편집장이 되면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처음 부모가 되던 날도 그랬다. 저절로 되는 건 없다. 레벨업하듯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편리한 설정 따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이고, 매일매일의 선택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비록 그 과정이 괴로움과 아쉬움으로 점철되어 있더라도, 아니 그래서 그 아쉬운 마음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원문

 

# 『저만치 혼자서』 김훈

오영환 소방사는 물속에서 아이의 손을 잡았을 때의 느낌을 글로 적어서 나에게 보내왔다.

······그것은 너무나도 강력하고 간절한 손길이었다. 아이의 조그만 손이 진정 놀라운 힘으로 내 손을 간절히 잡고 있었다. 끌어올렸을 때 아이의 몸은 차가웠다. 그러나 손과 손 사이에 온기가 퍼졌다. 파도는 더이상 두렵지 않았다. 나는 해안을 향해 헤엄쳐나갔다. 너무나도 조그맣던 손, 생명을 향한 강력한 의지. 그 간절했던 작은 손의 온기가 아직도 내 손에 깊게 배어 있다.

오영환 소방사의 글을 읽고 나서 나는 그에게 전화를 해서 그때의 손의 느낌을 더 자세히, 더 육감적으로 말해보라고 다그쳤는데 그는 간절한, 강력한, 따스한, 세 마디를 반복할 뿐이었다.

나는 글을 써서 그 빈자리를 메꾸기로 했다. 나는 오영환 소방사가 전한 느낌을 등대처럼 바라보면서, 나 자신의 이야기를 이리저리 지어내서 그 등대에 연결시키려고 애썼다. 십 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보니, 나의 이야기는 꿰맨 자리가 여기저기 드러나 있다. 간절한, 강력한, 따스한······ 이 세 마디를 이겨낼 도리가 없다. 글은 삶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remem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기억들이 나고 내 인생이야

# 살아 있다는 건 기억들을 연료 삼아서 내가 움직이는 거야. 그러니까 그 기억들이 나고 내 인생이야. 드라마 '눈물의 여왕' 사람이 인생의 방향을 찾는 일은 자신이 살고 싶은 삶

2024.06.24·조회 842

망가진 인생이란 없다

# 인생의 첫 40년은 본문을 제공하고, 그 다음 30년은 그것에 대한 주석이다. 쇼펜하우어

2024.07.01·조회 1.05K

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건 삶의 선물이잖아요

# 연주 경력 68년의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처음으로 모차르트 음반을 낸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백건우는 자신의 모차르트 연주를 조각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말에 빗댔다. "조각

2024.05.22·조회 797

칭찬 그때그때 못한 거 미안

#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생명은 유한하다. 삶의 끝자락에서 누구나 평등하게 죽음을 맞이한

2024.05.27·조회 800

인간은 자문을 멈추지 않는다

# 배우 찰스 멜턴 인간이라면 느끼는 다양한 외로움이 있다. 나의 정체성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5년간 살기도 했다. 내

2024.03.25·조회 875

삶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前대통령 모든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삶은 아름답다고, 하지만 때때로 당신을 지치게 하고 넘어뜨리기도 한다고. 중요한 것은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

2024.05.06·조회 886
© 2026 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뉴스레터 문의remem@remem.so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