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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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언제나 불청객처럼 뜻밖의 순간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문을 두드리는 법이다. 편집장이 되면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처음 부모가 되던 날도 그랬다. 저절로 되는 건 없다. 레벨업하듯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편리한 설정 따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이고, 매일매일의 선택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비록 그 과정이 괴로움과 아쉬움으로 점철되어 있더라도, 아니 그래서 그 아쉬운 마음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 『저만치 혼자서』 김훈
오영환 소방사는 물속에서 아이의 손을 잡았을 때의 느낌을 글로 적어서 나에게 보내왔다.
오영환 소방사의 글을 읽고 나서 나는 그에게 전화를 해서 그때의 손의 느낌을 더 자세히, 더 육감적으로 말해보라고 다그쳤는데 그는 간절한, 강력한, 따스한, 세 마디를 반복할 뿐이었다.
나는 글을 써서 그 빈자리를 메꾸기로 했다. 나는 오영환 소방사가 전한 느낌을 등대처럼 바라보면서, 나 자신의 이야기를 이리저리 지어내서 그 등대에 연결시키려고 애썼다. 십 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보니, 나의 이야기는 꿰맨 자리가 여기저기 드러나 있다. 간절한, 강력한, 따스한······ 이 세 마디를 이겨낼 도리가 없다. 글은 삶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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