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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연극배우 조피아 칼린스카는 연기지도를 받는 젊은 여배우들에게 목소리를 키우라고 말하곤 했다. “목소리를 키우라는 건 크게 말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본인이 원하는 바를 소리 내어 말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느끼라는 뜻이죠. 우리는 원하는 게 있을 때 기어이 주저하고 말죠. (…) 하지만 여러분이 그 소망을 붙들어 언어로 표현할 준비가 되면, 그땐 속삭여 말해도 관객이 반드시 여러분 말을 듣게 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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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강화도에서 자전거 타다 몇 미터 아래 밭두렁으로 굴어떨어질 때도 그 생각을 했어요. 인생이 참 이상한 곳으로 날 끌고 가는구나. 저는 오십 줄에 자전거를 처음 배웠어요. 자전거 교실에서 수료증까지 받았는데, 그때 제일 먼저 넘어지는 걸 배워요. 가만 보면 인생은 넘어진 자전거를 일으켜서 끌고가는 일 같아요.
(무대공포증도) 여전해요.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익숙한 게 좋은 건 아니에요. 때려치워야 하나, 고민했는데 두려움이 있다는 건 좋은 거예요. 저는 감기 기운 있을 때 더 노래를 잘해요. 목소리가 아주 맑을 때보다 컨디션이 좀 으슬으슬할 때 더 잘 나와요.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난 놀듯이 하는 것 보다, 떨리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더라고요. 요즘엔 집근처 단골 목욕탕에서 목욕할 때, 불투명 창으로 빛이 스며들면 그게 얼마나 행복하고 개운한지 몰라요. 변함없이 살아내는 하루하루가 다 노래가 되더라고요. 예쁜 종지 하나가 깨졌다,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맛있게 끓었다… 그런 게 다 하루하루의 노래였어요.
인디언, 에스키모인들은 화가 나면 화가 풀릴 때까지 산허리를, 얼음 평원을 걷고 또 걷는데요. 한참을 걷고 나서 분이 가라앉으면 그때 멈춰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온다고 해요. 그렇게 돌아오는 길은 떠날 때의 길하고는 달라요. 억울할 때 슬플 때 복잡할 때 햇빛 받고 걸으세요. 걷다 보면 정리되고 걷다보면 나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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