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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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기억'(Proustian Memory)라는 용어가 있다. 음식을 먹다가 음식과 관련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일부러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떤 음식을 먹다가 불현듯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 사람의 경험은 후각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다. 프루스트는 '불수의 기억'을 소설에 등장시킨 최초의 사람이다. 프루스트는 '불수의 기억'을 과거의 진수(眞髓)라고 규정했다.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그 기쁨이 홍차와 과자 맛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그 맛을 훨씬 넘어섰으므로 맛과는 같은 성질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어디서 그것을 포착해야 할까?"
스위스 바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호주 식물학자 데이비드 구달(1914~2018)을 다시 기억해본다. 그는 마지막 순간 '치츠 케익'과 '피시 앤 칩스'를 맛보았다. 이어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들었다. 그리고 주사액이 혈관 속으로 들어갔다. 온 곳으로 돌아가는 그 장엄한 순간, 무수한 시간이 한 점으로 소멸하는 순간, 우리는 음식과 음악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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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하는 동심초를 불러달라셨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양껏 이야기 못하고 떠나보내면 모든 후회와 회한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라 서리서리 가슴에 맺힌다는데, 우리 딸 셋과 엄마의 이야기는 이제 슬슬 시작이다.
왠지 가슴이 욜랑춤을 추나 싶게 봄바람이 분다. 꽃샘추위가 남았대도 더는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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