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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뒷모습은 타인의 것. 우리 모두는 타인의 뒷모습에 우리의 앞 얼굴을 포개며 살아간다. 우리는 지금 어떤 뒷모습을 따라가고 있는가. 뒤에 오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뒷모습으로 기억될까. 날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숱한 타인이 지켜보고 있다.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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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이다. 사시사철 한 번도 양말을 신지 않는다. 샌달에 담겨 있는 발은 강인해 보인다. 인간을 땅에 연결하는 발은 수고롭다. 그래서 인간들은 추위에 발을 보호하기 위해 천으로 감싼다. 그는 그런 양말을 거부한다. 겨울의 찬 바람을 그대로 수용한다. 인생의 추위도 그에겐 없다. 추우면 추운 대로 산다. 삶의 무게가 그에겐 가볍기만 하다. 한없이 가벼운 그는 타인이 짊어지고 가는 인생의 무거움도 함께 나눈다. 유의배(70·루이스 마리아 우리베) 신부가 한국에 온 것은 1976년이다. 자신의 유전자에 조금의 섞임도 없는 한국인 한센병 환자들을 친형제자매처럼 아끼고 돌보았다. 벌써 36년째다.
그는 어떤 삶의 계획도 없이 산다고 한다. “오직 오늘만 생각해요. 미래에 대한 계획은 하느님의 몫이죠. 나에게 주어진 오늘, 성실하게 살면 됩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에 따라 철저히 ‘무소유’로 산다. 2평 남짓한 방에는 ‘살아 있는 동안 가난한 사람을 사랑한 사람은 죽을 때 두려움이 없다’는 글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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