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약한 자가 떠받치는 나라
장모님은 며칠 전 우리 동네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새로 온 50대 후반의 중국동포 간병인은 싹싹한데다 머리도 잘 감겨주고 힘이 좋아서 화장실에서 부축도 잘 해준단다. 힘들어요를 입에 달고 살던 이전 간병인보다 한결 낫다며 장모님도 좋아하신다. 병원 옮기며 간병비 지급을 위해 주민번호를 확인하니 60대 초라던 그 간병인은 일흔일곱, 장모님과 동갑이었다. 간병받을 나이에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힘들다던 하소연이 머리를 맴돈다. 여기가 대한민국이다. 가장 약한 자가 떠받치는.
얼마 전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필수노동자의 67.4%가 여성이고, 돌봄 및 보건 서비스의 경우는 93.8%가 여성이다. 필수노동자의 4분의 1이 60세 이상 여성이다. 가난한 여성 노인들의 골수와 뼈를 내놓는 노동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가장 약한 이들이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
# 수수하지만 굉장한 사람이 업무에 임하는 자세
세상엔 꿈을 이룬 사람도 있지만 이루지 못한 사람도 있다. 튀는 직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직업도 있다. 개중에는 꿈을 이뤘지만 내 꿈은 이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눈앞에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해 해내야 한다. 그것이 자칫하면 평범하게 반복될 일상을 의미 있고 소중한 나날로 바꿔주는 방법이란 것을. 그날까지 나는 그녀를 응원할 것이다.
언젠간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꿈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현재의 일에 긍지를 가지고 세상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수수하지만 굉장한 모든 사람들에게.
# 살길은 생활 속에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방역망이 무너질 때나 무너진 대열을 다시 추스를 때도 그는 늘 차분한 어조로 현장의 사실을 말했다. 그는 늘 현실의 구체성에 입각해 있었고, 당파성에 물들지 않았고, 들뜬 희망을 과장하지 않았으며, 낮은 목소리로 간절한 것들을 말했다. 그의 낮은 목소리는 과학의 힘에서 나왔고, 모두의 힘을 합쳐야 희망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거듭된 호소는 가야 할 방향을 설득했다. 그는 늘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말했는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말하기는 매우 희귀한 미덕이다. 나는 날마다 정은경 청장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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