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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게 아니라 사랑을 지키는 겁니다." 인간의 사랑은 보잘것없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 싶어도 세계의 난폭함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몬 베유는 부재하는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멈추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죽은 이들에 대한 경애심. 존재하지 않는 것을 위해 뭐든지 하기”는 인간을 운명의 중력에서 뜯어내어 영원 속으로 들어 올리는 사랑이다. 사랑을 지키는 사람은 승리에 대한 상상 없이, 미래의 보상을 구하지 않고 전투에서 목숨을 거는 병사와 같다.
'신을 기다리며'의 한 에세이에서 베유는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이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나요?’라는 물음이다. 그것은 수난자가 존재한다는 인식이다. (…) 우리와 다를 바 하나 없지만, 어느 날 천형이라는 특별한 낙인이 찍혀버린, 한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인식 말이다.” 자신도 언제든 불행한 자가 될 수 있다는 보편적 수난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고통을 경험한 이를 비난하거나 사물처럼 무시하게 된다. 현실에서 수난은 평범한 이들 모두에게 닥친다는 정확한 인식만이 약자에 대한 경멸을 막을 수 있다.
수전 손택 역시 괴벽에 가까운 금욕을 보이며 행복과 보상을 경멸한 베유가 행복 추구와 낙관주의로 채워진 미국인의 영혼을 뚫고 침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결론 짓는다. “우리가 그처럼 가차없는 기인(奇人)들을 읽는 것은(…) 그들이 본보기로 보여준 진지함 때문에, 진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그들의 명백한 의지 때문이다. 삶뿐만 아니라 진지함도 사랑하는 한, 우리는 그런 생에 감동을 받으며 희열을 느낀다. 그런 생에 경의를 표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세계에 수수께끼가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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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춥기 때문에 누군가와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게 겨울이라는 계절이고, 너무 어둡기 때문에 빛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게 밤이라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겨울과 밤, 특히 겨울밤은 가장 춥고 어둡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때가 아닐까 싶네요.
사랑을 한다는 건 거울을 들여다보는 행위와 다름없는 것 같아요. 거울이라는 건 나와 무관한 대상에 상이 맺히고, 내가 대상에게 던진 시선이 결국 나에게 되돌아오게끔 하는 사물이잖아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람은 늘 상대에게 가닿고, 상대와 깊이 연루되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 그건 사실 자기 자신에게 가닿고, 자기 자신에게 더 깊이 연루되려는 마음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제 소설 속 인물들이 연인에게 모나게 굴면서도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그렇게 거울 앞에 선 것처럼 스스로의 마음을 골똘히 들여다보기 위해서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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