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2023.10.02 | 조회 5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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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군부정권에 맞선 언론인 아우구스토 공고라, 배우이자 전직 문화부장관 파울리나 우루티아. 이들 부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파울리나에요. 오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당신이 누군지 기억하는 걸 돕기 위해서예요….”

25년 전 연인이 된 두 사람은 2014년 예순둘의 공고라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자, 뒤늦게 부부가 된다. 우루티아는 공고라의 전처 자녀들까지 사랑으로 품으며, 남편 곁을 지켰다. 팬데믹 격리 기간 남편이 어두운 과거에 감금된 듯 거울 속 자신과 싸우는 순간을 찢어지는 가슴으로 버텨냈다. 기억력이 증발해가는 남편을 보살피며, 아내는 수도 없이 같은 설명을 반복한다. 이 경이로운 사랑의 기원은 무엇일까.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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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을 하던 일본 철학자의 편지를 담은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은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들여다보면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행임에도 억지로 누구 때문이라고 떠넘기거나 자기 책임이라며 떠안는 상황이 종종 눈에 띕니다.”

아픈 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아픈 사람의 잘못도, 누가 저주한 탓도 아니다. 원인에 집착하다 보면 아픈 사람이 죄인이 되고, 귀신 탓을 하게 되고, 옆의 사람이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에 빠진다. 때로는 원인을 알기 힘든 불행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영혼은 미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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