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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motivation)에 관한 고전적 실험 결과가 말해주는 바는 외적 보상이 쉬운 문제를 푸는 데는 꽤 효과적이지만 도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사실이다. 만일 어떤 회사가 인센티브 규정으로 인해 잘 돌아가는 곳이라면 역설적으로 쉬운 업무만 해결하고 만족하는 조직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내재 동기가 작동한다. 일종의 내적 보상 회로의 작동이다. 가령, 수학 공부가 단지 재미있어서, 글쓰기를 그저 좋아해서, 어려운 동료를 돕는 게 삶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하는 행위들은 내재 동기의 작동 결과이다.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수학 연구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재밌어서 … 인간이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 마라톤 뛸 준비를 위해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미디어에 주목받는 것보다는 하루에 4시간 정도라도 수학 연구에 몰두하는 게 인생의 낙인 사람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연과 우주, 그리고 인간과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게 큰 기쁨(쾌락이라고 해야 함)이어서 평생 학생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길 위에서 학자들이 탄생한다.
위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 후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무엇이 상을 받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연구인지를 판단하는 스웨덴 아카데미의 결정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나에게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발견을 활용하고 있음을 목격하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상이다. 이런 것들이 진짜이며 (노벨상) 영예는 비현실적인 것이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씨는 대회 출전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한국 나이로 성인이 되기 전에 제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우승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강조했다. “음악 앞에서는 모두가 학생이고, 제가 어느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콩쿠르 출전을 통해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들은 우리 일반인들에 비해 평생 수많은 상들을 받아온 사람들이다. 우리보다 외재 동기의 유혹에 더 많이 노출되었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하는 이야기다. 진정한 기쁨은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상을 타거나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듣거나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율성 욕구가 만족되지 않으면 내재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이게 없으면 휩쓸리는 인생을 살게 되고 불행해진다. 우승하고 심란하다는 임윤찬씨는 산에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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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묻는다. 왜 중남미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느냐고. 케 세라 세라(Qué será será)는 '될 대로 되라'가 아니다. 영어로는 'Whatever will be',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엇이 되든, 받아들이며 산다는 의미다. 어쩌면 그들은 웅장한 자연에 순응하고 거스르지 못할 자연재해에 적응하며 인재조차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운명이 숨겨둔 행운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찾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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