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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는 새벽에 일어나 싱크대에서 세수하고, 화분에 물을 준다. 도쿄 시부야구의 화장실을 돌며 청소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한적한 신사에서 나무와 햇살을 보며 샌드위치를 먹는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동네 공중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아사쿠사역 근처 허름한 선술집에서 하이볼을 마신다. 매일 같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낡은 필름 카메라로 찍는다. 주말마다 헌책방에서 100엔짜리 문고본을 한 권 사서 읽는다. 그리고 아침에 집을 나서며 늘, 미소를 띤다.
영화 '패터슨'의 패터슨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여 시내버스를 운전한다. 퇴근하면 개와 함께 산책하고, 동네 펍에서 맥주를 한 잔 마신다. 버스에서, 길에서, 펍에서 사람과 세상을 관찰하고, 틈이 나면 작은 노트에 시를 쓴다. 아내인 로라는 너무 좋은 시라며 투고를 권하지만, 패터슨은 망설인다. 작고 단단한 일상만으로도 ‘완벽’한데 저 너머를 꿈꿀 필요가 있을까?
웃음은 히라야마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다. 불합리한 일을 만나도, 무례한 사람이 시비를 걸어도 아무 말 없이, 웃으며 넘어간다. 매일 반복하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작은 불행과 사고들은 웃으며 지나갈 수 있다.
히라야마의 ‘완벽한 날들’은 한순간 찾아오는 게 아니라, 매일 반복하며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쟁취하고 유지해야 한다. 히라야마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렇기에 ‘완벽한 날들’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마음을 다잡고, 견고한 일상을 힘껏 세우면서 걸어가야 한다. 악착같이 버티면서 만들어가는, 소소한 일상이다.
공포가 아닌 불안은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다. 불안이 있어야 매일 단련하며 나를 만들고,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 매일 같은 일상이라고 보이지만 오늘과 내일은 다르다. 그래서 히라야마는 오늘의 사진을 찍고, 패터슨은 시를 쓴다. 세상에 보여주지 않겠지만, 자신이 본 세상을 충실하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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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 교수 에드워드 랄프는 ‘장소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안에서 자신을 확장시키고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맥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신은 지금 ‘장소’에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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