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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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의 매력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컷의 이미지와 필체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문장을 쓸 공간이 많지 않아 쓰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고르고 골라야 한다는 점도. 꾹꾹 눌러쓴 그 문장들에 실린 마음은 측정하기 어려운 깊이를 지녔을 것이지만, 종이는 그 모든 수심을 안을 수 있다. 아주 가뿐하게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낱장의 형태로.
종종 들리곤 하는 동네 서점 시나브로에서 그 엽서 상자를 발견했을 때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친구들에게 그 풍경을 한 장씩 나누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이따금 사랑하는 이들에게 빛나는 한 장면을 내어주는 일. 평범할지라도 지금 건네고 싶은 말을 미루지 않고 적어두는 일.
틴케이스를 열어 파랑지빠귀가 그려진 엽서를 골랐다. 먼 옛날 파랑새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길조로 여겨졌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윤주가 이 편지를 읽을 때만큼은 행운과 평안함 속에 있길 바랐다. 그동안 일만 하느라 한 번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 없다는 윤주가 이참에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보기도 하고 더 먼 곳에 있는 풍경도 담아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은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뒷면에 연필로 첫 문장을 적었다. 오늘 너와 만나 기뻤다고, 너도 그랬기를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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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의 관계에 내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어떻게든 그 사람을 이해해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이쯤에서는 관계를 정리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기준선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문제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나의 우물을 확장시킨다. 내 좁은 우물로 이해되는 사람과만 관계하겠다고 하면 내 세상은 너무나 좁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다가 내 우물이 깨져버리는 것도 안 될 일이다. 나 자신을 유지할 수 없게 하는 관계는 포기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의 나의 노력은 나의 우물을 확장하려는 노력이지 상대방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생색이 나서 관계가 어려워진다. 어느 정도까지 노력할 것인가는 그와의 관계를 내가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가와 관련된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와 타인의 한계를 감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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