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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장을 마주하고 살았던 나치 장교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일상을 해부하는 위험한 길을 걷는다. 영화는 실제 장소에서 촬영되었다.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은 "아직도 홀로코스트에 대한 수정주의적 관점, 또는 부정이 만연하다는 사실"에 "가능한 모든 면에서 정확"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 영화를 믿을 수 있게 하려면 감독과 배우가 먼저 자신이 있는 곳을 믿어야 한다."
아우슈비츠 바로 옆에 있는 마을에서 만난 90살 할머니는 그 시절 밤마다 노역 현장에 숨어들어가 음식을 남겨두고 돌아왔다. 그 이야기는 영화에도 나온다. 자연광 사용을 위주로 조명 세팅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밤 신에서 자연스레 열화상카메라를 사용하게 되었다. "열화상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는 그외 화면들과 정반대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소녀가 거기 있다는 사실만이 보이고 인물은 마치 반딧불처럼 빛난다. 그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과 반대되는 에너지, 인간의 선함이다."
"손쉽게 희생자들과 동일시하기보다는 우리에게 내재된 가해자와의 유사성을 보는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느낀다. 하나의 생명이 폭력이나 억압보다 더 가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종류의 폭력이나 억압이 더 많은 폭력과 억압을 낳는지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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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연구해온 베셀 반 데어 콜크는 책 ‘몸은 기억한다’에서 사람은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만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오다가다 만나는 느슨한 연결이 필요하다. ‘혼자인 나’는 두려움이 삼킨다.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두려운 사람은 두 가지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하나는 절대 권력에 복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수자 혐오다. 자기 약함을 직면하기 두려워 사회적 소수자에게 투사한다.
읽고 생각하지 않는, 연결되지 않은 개인이야말로 지배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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