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한번잡솨봐

34호: 이 책 한번 잡솨봐 - 2025년 10월의 신간 소개

『왜 세계는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에 침묵하는가』 외 10권

2025.11.11 | 조회 5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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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AR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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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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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는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에 침묵하는가

뮨터 아이작 지음, 김상기 옮김, 동연 펴냄,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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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 2년이 넘었다.’ 라고 알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전쟁이나 갈등이 아니라 일방적인 집단 학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미 많은 국제기구가 그렇게 정의하고 있다. 학살의 기간도 단지 최근 2년이 아니라 100년 가까이 지속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것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상호간의 전쟁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베들레헴 루터교회에서 목회하는 팔레스타인 출신 목사 문터 아이작은 그 이유가 서구 사회와 교회의 무관심과 침묵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 목사의 관점에서 역사적, 정치적, 신학적, 목회적으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기록하여 온 세계와 특히 교회의 관심을 호소하는 외침이다. 2차대전과 홀로 코스트를 겪으며 유대인들이 당한 고난은 현대 신정론의 전환 일어나게 했다. 역설적이게도 이제 유대인들은 학살의 가해자가 되어 다시 신정론적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여전히 폭력과 학살의 한가운데에 그리스도가 계신다. 

 

기독교의 재발견

로완 윌리엄스 지음, 송동민 옮김, 두란노서원 펴냄,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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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Discovering Christianity고 부제가 A guide for the curious니까, 이 책은 이제 막 질문과 탐구를 시작한 비기독교인이나 초신자들에게 기독교를 소개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번역서는 부제를 ‘우리 믿음의 기초, 그 본질은 무엇인가’라고 고쳐서 약간은 기신자들을 위한 변증서 같은 뉘앙스를 주지만, 한국 상황에서 the curious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번역이기도 하다. 교회를 어느정도 다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언어로 충분히 숙고하지 못했을 법한 질문들, 그러니까 신앙이 무엇인지, 교회, 성경, 전통, 이성이 왜 신앙생활에서 중요한지 등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로완 윌리엄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어렵게 말하는 저자로 받아들여지는 편이긴 한데, 내 생각에는 사실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단순하고 쉽게 말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제 막 신앙에 입문했거나, 조금 더 깊은 단계로 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어찌보면 이미 출간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제자가 된다는 것』과 조금 겹치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책들과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점이 있으니 로완 윌리엄스의 앞선 책들이 너무 좋았던 사람들은 챙겨보면 좋을테고, 앞선 책들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이들은 이 책을 통해 대가의 매력을 다시 발견할 수도 있겠다.

 

그리스도가 만드신 차이

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이지혜 옮김, 두란노서원 펴냄,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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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하우어워스의 글 중에서 25편을 선별해 그의 신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처음에는 편집자가 선집으로 기획해 선별했는데, 선별된 글들을 하우어워스가 직접 다듬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쳤다고 하니 단순한 선집 이상의 ‘저술’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하우어워스의 신학적 핵심 키워드로 교회, 공동체, 거류민(Aliens), 제자도, 정치, 평화, 대안 공동체, 이야기(내러티브), 덕 등을 꼽을 수 있을텐데, 그 주제들이 균형있게 선별되었고 분량도 간결해 부담없이 읽을 만한 하우어워스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사실 하우어워스의 글을 ‘부담이 없다’고 소개하는 것은 매우 역설적인 말이다. 하우어워스가 제시하는 신앙의 길, 제자도는 꽤 급진적이어서 어지간한 각오 없이는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문을 쓴 티시 해리슨 워런은 하우어와스의 책이 ‘영혼에 구조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삶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가 만드신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반문화적이고 반관습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반기독교적이기까지 하다고 할 수 있다. 각오가 선 사람들만 보기를 권한다.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

송민원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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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읽기 방법을 ‘수직적 읽기’와 ‘수평적 읽기’로 구분하고 오랜 시간 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수직적 읽기보다는 수평적 읽기를 시도해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그리고 수평적 읽기 방법을 적용해 창세기를 읽어낸다. 또한 단지 창세기 본문에만 그치지 않고 구약 전체의 흐름 속에서 수평적 읽기의 가능성과 적실성을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예수님 말씀에까지 적용시키면서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 해석의 틀로서 ‘수평적 읽기’ 방법론을 제시한다. 수직적, 수평적 읽기라는 말 자체가 직관적인 데다가 본문의 익숙한 이해를 넘어서 새로운 읽기를 제시하는 저자의 솜씨가 탁월해 성경 읽기의 새로운 시각을 배우기에 참 좋다. 그렇다면 제목은 왜 ‘성경의 수평적 읽기’가 아니라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인가? 그것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라. 기본적인 문제의식, 그 문제의식을 실례를 들며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 촘촘한 내용, 읽기 편하게 다듬어진 편집, 단정하고 세련된 만듦새까지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는 멋진 책이다. 

 

지구 수도원

크리스틴 발터스 페인트너 지음, 맹영선 옮김, 생각비행 펴냄,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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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적 삶, 특히 생태적 영성을 연습하기 위한 안내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책이다. 어떻게 보면 영성 실용서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영성 훈련이나 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재 처럼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전체 구성은 지구가 우리의 영성 훈련을 위한 수도원이라는 은유를 사용해 ‘첫 성당’, ‘첫 성경’, ‘첫 영성 지도자’라는 식의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시, 기도문, 성찰 질문, 구체적인 실천 방법(허브 작업!)등을 촘촘하게 담아두었다. 독자들은 이 책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 책의 안내를 따르며 자연을 체험하고 실습해야 이 책의 참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호불호를 가를텐데, 진지한 생태영성, 창조영성에 대한 안내서로 기대한다면 약간 실망할 것이고, 그럼에도 일상 속에서 생태영성을 어떻게 연습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지침과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익한 통찰과 자료를 제공한다. 

 


한 줄 보태는 책들

몇가지 책을 단평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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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서 뒷조사』는 믿고 보는 에끌툰의 만화다. 교리 더미 같아 보이는 로마서의 의미를 차근차근 되새겨볼 수 있도록 흥미로운 서사를 만들어 만화로 그려냈다. 훌륭하고 짜릿하다!
  • 『미국 종교적 우파의 기원과 본질』은 미국의 종교적 우파가 ‘낙태 반대’ 같은 신앙적/윤리적 문제 때문에 생겨난게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인종차별’에 뿌리를 두고 생겨났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들면 볼 필요가 없고, ‘뭐 정말이야?’라는 생각이 들면 보면 챙겨봐도 좋겠다. 
  • 『2026 말씀, 그리고 하루』는 1731년부터 295년째 발행되고 있는, 개신교에서 제일 오래된 1년 단위의 묵상/기도집이다. 내년을 준비할때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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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기 교회, 그들이 살았던 세상』은 1세기 기독교의 배경을 설명하는, 요즘 꽤 자주 나오는 사회사, 배경사 책이다. 성경이 더 생생하게 읽어지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 뒷얘기를 듣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 『모두를 위한 루터』는 비루터파, 혹은 비신자를 염두에 두고 쓴 루터 소개/입문 서적이다. 루터에 대한 책이 적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넓은 시선으로 루터를 살피고 단지 ‘종교개혁자’로서 뿐 아니라 서양 역사의 축을 한번 뒤흔든 위인으로서의 루터를 잘 그려내고 있다. 
  • 『대림절, 소망하며 기다리다』는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미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급한다. 올해 대림절은 이 책과 보내보시라. 나는 티시 해리슨 워런(저자)을 믿는다. 
  •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는 제법 오래된 베스트셀러의 복간이다. 야곱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읽히는 사람들에게, 혹은 야곱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읽고 싶은 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 박현철 | 종교/역학 신간 모니터요원 


지난 33호인 '2025년 9월의 신간 소개'에 힘나는 답글을 주셨습니다.

  • 꾸준히 신간 소개 해주셔서 좋은 정보 얻습니다. 신간모니터링요원 화이팅! ㅋㅋㅋ

 

가을은 책을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죠? 이번 호가 그런 가을을 만나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어떠셨는지 답장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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