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는 타입은 아니다. 드라마는 1년에 1개 정도 보는 것 같고, 그나마도 최신작을 따라가며 본다기 보단 과거에 나온 작품 중에 골라서 보거나 추천받거나 하는 등 이유로 접하는 것 뿐이다.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영화 자체는 좋아하지만 영화관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가 '가자'고 이끌지 않는 이상은 잘 안 가게 된다. 올해도 벌써 몇 개나 궁금한 영화가 상영관에 걸렸지만, 제 때 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보지 뭐' 했다가는 우선순위가 낮은 내게는 한참 밀려버린 탓이다.
지난 번 어느 모임에선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있던 시기기도 했으니 그랬다. 사람들은 영화관에서의 경험을 좋아했다. 혼자서 나는 왜 영화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나 떠올려 봤다. 가장 큰 건 답답함이다. 불편한 자리에 앉아 있는 채로 그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크다. 화장실을 다녀올 수도 없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도 없다. 움직임도 한정적이다. 그래서 리클라이너 좌석 영화관은 선호하는 편이다. 그 시간 동안 있자면, 옛 표현을 빌리자면 '좀이 쑤신다'.
두번째는 영화관이 때로는 불편하다. 좌석이 불편하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거대한 화면, 짱짱한 사운드, 최대한 어두운 공간'은 내게 편하지 않은 느낌이다. 대부분은 '이게 좋아서 영화관에 간다'고 하지만, 방탈출의 개념은 좋지만 좁고 어두운 공간을 싫어하고 큰 소리와 압도되는 느낌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나는 오히려 영화관을 피하는 이유가 된다. 아이맥스관을 갈 생각을 하지 않거나, 3D/4D를 보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며 사람들하고 장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편한 공간에서 편하게 앉아 음식을 주워 먹으면서 다시 장면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저게 무슨 의미인지 묻기도 하면서, 또 함께 깔깔거리기도 하면서 영화를 보는 게 좋아서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그런 기회는 잘 없으니까)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요새는 다른 이유를 하나 더 생각하게 된다. 집중력이 떨어졌다라는 것이다. 요새 흔히들 말하는 '도둑맞은 집중력'류의 일환이겠다. 그러니까 드라마 1시간, 영화 2시간을 꼬박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옛날을 생각하게 된다. 10대 시절 나는 드라마는 가족이 보는 걸 같이 보는 정도였지만(소파의 끝, 팔걸이가 되는 부분이 내 고정 자리였다), 영화는 혼자서 이런 저런 작품을 찾아서 보곤 했었다. 방법은 단순했다. 노트북으로 보기도 했고, 당시 유행했던 PMP 같은 제품도 있었고, 그냥 휴대폰에 넣어서 보기도 했다. 밤에 바로 잠을 자지 않고 누워서 휴대폰을 들고 영화 파일을 넣어서 봤다. 보다가 졸리면 자고 내일 나머지 남은 분량을 보기도 했지만, 보면서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드라마를 함께 보던 때도 열심히 문자를 하거나 그런 건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집중은 할 수 있던 것 같다. 그건 '휴대폰을 매분 매초 들여다 본다고 재미난 게 생기지는 않으니까'였다. 문자는 한계가 있고, 당시 인터넷도 되지 않는 휴대폰에서 할 수 있는 게임도 뻔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내 앞에서 있는 화면 외에, 내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볼 수 있는 쇼츠와 릴스, 그 외 전 세계가 연결된 SNS세상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꽤 큰 차이일테니까.
그러면서 떠올리게 되는 건 책이나 만화책을 읽을 때다. 옛날에 비하면 독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었지만, 책을 펴기가 힘들 뿐 그래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읽게 되기는 한다. 예전보다 조금 자주 휴대폰을 힐끗거리고, 자그마한 진동에 열어보았다가 괜히 카톡 한 번 둘러보고 인스타그램 한 번 들어가고 하며 집중력을 잃긴 하지만 그래도 읽을 수는 있다. 그건 내 손을 책이 묶어놓고 있기 때문이겠다. 한 장 한 장 내가 붙잡고 넘겨야 하니까. 만화책도 비슷하다. 만화책은 더 빨리 넘기는 만큼 손은 더 자주 움직여야 하고, 짤막한 한 권을 다 읽기 전까지는 딴 짓을 훨씬 덜하게 된다(만화책이 더 재밌어서도 있겠지만).
그를 통해 깨달은 건, 일차적으로 내 손을 묶어놔야 한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휴대폰과의 시간이 멀어지면 나는 조금 더 내 눈 앞의 순간과 세상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럴 일이 뭐가 있을까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자전거를 타는 일이 그렇다. 공원에 누워 있는 일도 그렇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도, 요리를 한다고 뚝딱거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를 할 때도 비슷하고, 운전을 하는 순간도 휴대폰과는 멀어진다. 대부분은 내 몸을 쓰는 일이다. 손과 발, 머리와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일. 먼 세상을 보는 것도, 미래를 다루는 것도 아닌 지금 내가 발 디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속에 뛰어드는 일.

그러면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 집중력을 잃지 않는 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답은 뻔했다. 최근에 완주한 드라마를 돌이켜보면, 정답은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것이다. 그건 단순히 콘텐츠를 본다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가 선행하는 거니까. 함께하는 데 그 일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거니까. 그건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영화관에 가는 것도 꽤 도움이 되겠다. 거긴 휴대폰은 당연히 거리를 둘 수밖에 없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보고 있으니, 또 그 행동만을 해야 하는 곳이니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겠다.
물론 나는 그 집중을 위해 대화의 가능성마저 차단한 게 아쉽지만, 애초에 '집중 못하는 환경이라면 집중 잘 하라고 만든 곳을 가면 되잖아'라는 답이 나오니 약간은 허무하기도 하다. 마치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를 하면 될 일을 거기서 하기 싫다고 집에 와서는 '집에선 공부가 잘 안돼요'라고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쯤 되니 그냥 '내가 나이를 먹기도 했고, 애초에 스마트폰의 발전 탓이야'라고 돌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는 어떻게 해?라고 둘러대자. 그건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거니까.
그렇게 맨날 '봐야지'하는 영화와 드라마들만 쌓이고 있다. 퇴사를 하면 볼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내게 부족했던 건 시간이 아니라 집중력 혹은 그 일들에 대한 관심 자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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