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백수도 주말이 좋나요

저는 그렇습니다

2026.10.15 | 조회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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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된지 3개월 정도 됐다. 첫 1개월은 실감이 잘 나지 않았고, 2개월 차에는 여행을 갔고, 돌아와서 새로운 것도 배우며 나름의 루틴을 짜서 살다보니 3개월이 차버렸다.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한 것 같기도 한데, 돌이켜보면 한 것 없이 3개월이 흐르기만 한 것 같다. 내가 계속 출근을 했었다면... 하면서 벌었을 돈을 계산해보기도 하다가 이내 그만둔다. 모든 걸 '이 때 내가 일을 했다면'하는 식으로 한다면 그 어떤 것도 비교대상이 되지가 않는다. 회복하고 재정비하기 위해 떠났으니 거기에만 집중할 일이다.

 

백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 대학생 때부터 나는 계속 알바를 했고, 그건 학기 중이나 방학에도 마찬가지였다. 학기를 남겨두고 인턴을 한 번 했고, 막 학기가 끝나고 졸업을 앞둔 채 두 번째 인턴을 시작했다. 인턴을 하다가 취업이 되서 회사를 6년간 다녔다. 그러다가 다니는 채로 이직을 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20살 이후로 별로 쉬어본 적은 없었다. 학기를 다니는 중에도 3일에 수업을 몰아듣고 2일은 알바를 하는 식이었으니 3일은 9시부터 6시까지 연강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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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삶에 대해서 적을래도 할 말은 많겠지만, 3개월 차 백수가 느끼는 가장 주요한 포인트는 '백수의 주말'이다. 어떻게 보면 백수에게 평일과 주말은 구분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마음만 먹으면 평일도 주말처럼 보낼 수 있는 거니까. 주말의 정의를 '다음 날 내 맘대로 보낼 수 있는 것'과 '그래서 늦게 자도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특히 그렇다. 평일 저녁 약속을 잡았을 때 사람들이 '이제 슬슬 가야지'라고 할 때 '난 괜찮은데~'라고 놀릴 수 있는게 백수의 특권이겠다.

 

하지만 최소한 나에게 주말은 소중하다. 백수에게도 주말은 특별한 존재다. 그건, 세상 사람들은 주말에 쉬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주말에 쉬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도 주말에 많이 열리고, 집 앞 길거리도 평일과 주말의 분위기가 다르다. 때로는 '북적거리기보단 사람이 없는 조용한 평일 길거리가 좋아'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주말에 왁자지껄함이 주는 에너지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다양한 행사들이 주말에 몰려있다. 세상은 백수를 위해서 돌아가지는 않으니까.

 

물론 그 행사를 다 가냐라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렇기에 사실 더 중요한 건, 내 주변의 사람들이 그 때 쉰다는 점이다. 사람들하고 약속을 잡는다면 대부분 주말이다. 지인들과 점심 저녁 한 끼를 같이 하더라도 주말이고, 친구들과 늦은 밤에 PC방을 가서 새벽 1~2시까지 게임을 함께 하는 것도 주말에 가능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어디 구경을 가거나 놀러가는 일 모두 주말이 된다. 평일에 혼자 놀 수야 있지만, 일정의 무게 자체가 다르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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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최근 있었던 2번의 연휴는 말 그대로 '도파민'이었다. 1주에 하나 있어도 즐거운 연휴가 2주에 연속으로 있다니! 별 대단한 걸 하지도 않았지만 그 자체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전 날 동네 친구들과 궁리해서 이곳 저곳을 구경삼아 다녀오기도 했는데, 가면서 '얼마만의 시내 구경이냐'고 중얼거리기도 했다(서울 사대문 안쪽에 들어가는 건 어쨌거나 시내다). 연휴가 끝나는 슬픔이 출근을 앞둔 친구들에 비할 순 없겠지만, 나름대로 나에게도 꽤나 슬프고 아쉬운 일이었다.

 

내가 혼자 시간을 보내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별 차이가 없었을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난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하는 성격이고,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밖에 나가 돌아다니기라도 해야 한다. 산책이라도 하고, 마트라도 가면서 사람들의 존재를 느껴야 기운이 난다.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 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보는 것도 3시간이 넘어가면 쉽지 않다(누군가 같이 본다면 괜찮다). 그런 내게 평일은 아무리 시간을 잘 보내더라도, 평일은 평일에 그칠 수밖에 없다.

 

목요일 저녁 즈음이 되면 슬슬 텐션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금요일 낮이 되면 묘하게 들뜬다. 금요일 오후 휴가를 쓴 사람들, 일찍 퇴근한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길거리는 더 활기가 돌고, 이런저런 약속들을 보낼 시간에 신난다. 약속이 없어도 괜찮다. 주말이니까! 동네 친구들과 간단한 약속을 바로 잡아도 될 것이고, 밖에 나가면 평일과 다른 느낌이 드니까. 똑같이 쉬어도 평일은 그저 '백수답게 빈둥빈둥'의 느낌이라면 주말에 쉬면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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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다. 평소 회사를 다닐 때면 '아 만약 백수라면 평일에 사람들 없을 때를 틈타 어디도 가고 저기도 가고 할텐데' 싶었다. 웨이팅이 긴 맛집에서 줄 없이 먹는다거나, 번잡한 쇼핑몰/백화점에 가서 한적하게 구경한다거나, 평소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가지 못했던 공간들을 방문하는 일 따위 말이다. 그런데 정작 평일에 시간이 남으니 내가 고민하는 건 '어떻게 루틴을 짜서 그래도 평일을 평일답게 보낼까'가 됐다. 제 때 자고 일어날 수 있게 아침 일정을 만든다거나 하면서 굳이굳이 시간을 채워넣는 식이다.

 

백수의 즐거움을 잘 누리지 못하는 삶이래도 별 수 없다. 백수가 되고 나서 보낸 1개월 동안, 그저 규칙없이 하루를 보내는 건 내 성질과 맞지 않는다는걸 배웠으니까. 그동안 착실하게 '한국인 가스라이팅'을 당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백수면서도 생산성을 챙겨야 한다고 압박감을 받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평일은 평일답게, 주말은 주말답게 보내는 삶에서 조금 더 행복하다. 아니, 덜 우울하다. 최소한 그렇게 살면 '백수라서 돈도 벌지 않는데...'라는 걱정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조금은 내려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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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 지난다. 또 다시 찾아오는 주말에 반갑다. 내일이면 3주 정도 들었던 바리스타 교육의 마지막으로 실기 시험을 칠 것이고(지난 월요일에 필기를 쳤다), 그렇게 금요일을 마감할 것이다. 이번 주말이라고 대단한 일정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말은 기다려진다. 사실 30대 초반을 지나고 중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사람과의 약속은 많이 줄었다. 다들 결혼을 하기도 했고, 결혼하지 않더라도 여러모로 서로를 만나기가 더 어려워진 탓이다. 그래도 주말은 평일보단 약속이 있는 시기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주말을 기다리며 하는 일이 있다면 '주말 맞이 일탈'을 준비하는 일이다. 별 건 없다. 건강에 나쁜 음식을 하나 정도 구비해놓는 일이다. 대부분은 신 맛 나는 젤리 같은 불량식품 느낌의 간식들이고, 집 앞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사둔 새로나온 맛 아이스크림일 때도 있다(그나마도 제로인 경우가 많지만). 아니면 평소엔 잘 먹지 않으려고 하는 빵인 경우도 있는데, 더욱 더 불량하고 싶다면 빵집 빵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사는 빵을 고르면 된다. 이번 주를 맞아 준비한 건 '짱셔요'다. 친구들과의 약속에서 나눠먹을 예정이다. 그렇게 이번 주말을 고대하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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