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를 먹었다. 여름에 한 번 정도는 먹기로 스스로 다짐한 일이다. 물론 이제 여름이 다 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3주간 한국에 없었으니 그 정도 미뤄진 건 약속을 어기는 일까진 아니라고 믿고 있다. 게다가 한 여름철에 퇴사를 했다보니 먹을 기회도 없었다. 보통 회사 점심 시간에 다녀오는 식으로 한 해 할당량을 채우곤 했으니까.

사실 콩국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콩국수는 정말 맛있단 말야'라는 느낌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콩국수의 매력도 잘 모르겠다. 시원함으로 치자면 다른 냉국수들이 있고, 묵직한 맛이라고 하면 고기 육수를 기반으로 한 국수나 라멘도 있고, 바지락과 멸치를 기반으로 한 칼국수처럼 확 감기는 맛이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콩국수에 매년 '도전'하는 건, 살면서 보았던 '콩국수 사랑단'의 영향이 컸다. 콩국수를 파는 곳을 가면 늘 콩국수를 시키며 '넌 아직 이 맛을 모를 수도 있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즐겨 받아보던 블로거는 여름철이 되면 거의 매일 콩국수를 먹는 글을 올렸다. 이 정도로 덕후가 많은 음식인데, 대체 무슨 맛이란 말인가. 대체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잡아 당기는 것인가.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 집은 어릴 때 매년 콩국수를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물론 난 그게 싫었다. 콩국수를 하는 날이면 밖에 나가서 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10대에게 선택권은 없고, 꼼짝없이 난 '여름이면 콩국수를 먹어야지'라며 맛있게 먹는 가족 어른들 사이에서 깨작거리며 한 끼를 버텨내곤 했다.
콩국수가 싫었던 건 비릿함이 크다. 왜 비리다고 느끼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묘한 불쾌감이 들었고, 질감도 이질적이었다. 콩물을 머금어 잔뜩 무거워진 면을 먹는 느낌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땐 그랬다. 따로 밥을 먹게 된 성인 즈음이 되어서는 콩국수를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렇게 긴 시간 '콩국수 프리'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30대가 되면서 원래는 먹지 않거나 싫어했던 음식을 먹거나 즐기게 되는 일이 늘었다. 예를 들어 '영원한 뼈해장국 하위호환'이라고 느꼈던 순댓국을 찾아 먹게 된다거나, 편육이나 내장류를 그럭저럭 먹게 된다거나하는 일이 그랬다. 입맛은 변하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싫어했던 음식들을 곧잘 먹게 되면서 '그렇다면 콩국수도...?'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콩국수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너가 이 맛을 어찌 알겠느냐'며 콩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는 어른들을 보며 어린시절엔 '평생 모르고 싶네요 그 맛'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묘한 질투감에 더해 '어른이 된 맛'을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그렇게 콩국수에 도전하는 일이 4년 정도 됐다.
하지만 이번에 먹은 콩국수는 여전히 확신을 주지 못했다. 이곳은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곳인데, 과거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이었다. 대학생이던 시절 '맛집이라고 하니 한 번...'하고 가서는 한 젓가락 먹어봤다가 '역시 난 콩국수는 싫다니까' 결론을 내렸던 곳이었고 이제 또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다를까 하는 기대였다.
물론 '아 이 맛으로 먹는가보다' 했던 경험도 있다. 선릉에서 나름 유명한 집을 간 일이었는데, 그동안 먹었던 콩국수 중에서 가장 괜찮았다. '이 음식을 즐기게 될 것 같냐'고 하면 아니겠지만 '콩국수만의 매력이 있긴 하네.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한 끼였어'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였다. 하지만 몇몇 집에서만 맛있음을 느낀다면 나와 콩국수의 거리는 가까워지긴 힘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콩을 크게 싫어하지도 않는다. 어린시절부터 매일 두유를 즐겨먹고 있고, 콩국에 꽈배기를 넣어먹는 식문화도 좋아한다. 그런데 왜 콩국수만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일까. 아직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맛있는 곳을 안가봐서 그래'일 수도 있겠고, 그래서 다음 언젠가는 진주집이나 진주회관 같은 곳을 가볼까 싶기도 하다. 그 이후부터는 어떤 콩국수든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언젠가 지난 번엔 콩가루를 사서 직접 콩국수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 경험도 아쉬움으로 끝났고(나의 비율 실패일수도 있겠지만), 콩가루는 식재료 카트 한 곳에 처박혀 쓰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음식과 친해지려고 이만큼의 노력을 한 적이 있나 싶은데, 여전히 나는 콩국수의 맛을 모른채 이번 여름도 보내게 됐다.
물론 마음이 급한 건 아니다. 세상에 맛있는 건 많고, 콩국수를 원래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니까. 그냥 '어린이 입맛'으로 살면 되는 일이고, 여름마다 콩국수를 주문하는 사람들 옆에서 '콩국수 맛있어요? 난 아직도 잘 모르겠더라고'라면서 긁적거리는 일이 그렇게 힘든 건 아니니까. 다만 내년은 바뀔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어쨌거나 그렇게 콩국수를 먹으며 '올해 여름도 다 갔군'하고 생각했다.
p.s. 우리 집은 '콩국수는 소금파'였다. 하지만 나는 소금과 설탕을 둘 다 넣는게 맛있지 않나 생각하는데, 그건 어떻게든 '맛있음을 느껴보려는' 노력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런다고 성공했다면, 난 '콩국수를 맛있어하는 어른이 되었다니깐'하면서 거들먹 거릴 수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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