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행복과 불행은 반비례인가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데

2026.09.24 | 조회 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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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엔 에세이 모임에 나갔다. 한 달에 한 번 자유 주제로 에세이를 쓰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에 기자 준비를 하던 시절이나 미디어에서 활동할 때 기사를 쓰고 상호 첨삭을 하는 건 익숙한 경험인데, 에세이를 두고 하는 건 새로웠다. 그 때의 '첨삭'이 기사라는 정답의 형태에 더 맞춰가는 방식이라면 에세이엔 기본적으로 정답이란 게 없으니까. 그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

 

어떤 분은 '행복의 총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그만큼 좋은 일이 하나 줄어들 것 같다는 말이었다. 행복은 총량이 정해져 있으니,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오가게 될 것 같다는 믿음.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총량이 정해져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것. 읽으며 내가 삶에서 생각하는 바와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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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인생사는 새옹지마'란 말을 믿으려고 하는 편이다. 사실 나를 위로하기 위한 방법에 가깝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그렇게 스스로를 달랠 수 있으니까. 만약 그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면 결과적으로 나쁜 일에 휘말렸을 수도 있고, 내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도 나중에 보니 그게 좋은 일이었더라라고 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그런 일도 왕왕 있었다. 지난 번에 세탁소에서의 경험도 그렇지만, 이번에 여행에서의 귀국 길도 그랬다. 빨리 나왔지만, 짐이 늦게 나와 시간을 꽤나 허비했다. 부랴부랴 버스를 타러 갔더니, 방금 떠나고 30분 가까이를 기다려야 했다. 거기까지도 그래-하고는 버텼는데 저녁시간의 버스는 우리 집까지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시간을 쓰고 있었다. 

 

귀국 기념으로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었고, 계획대로라면 먼저 집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이대로는 짐 정리는 커녕 내리자마자 약속에 가야할 수준이었다. 버스 안에서 혼자 짜증을 삼키며 내렸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러세웠다. 인근에 살고 있는 다른 친구였다. 퇴근 길 집에 가다가 버스에서 갓 내린 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 우연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기나긴 여행을 끝냈는데 누군가가 잘 돌아왔냐고 반겨주고 인사를 했고, 찰나의 시간에 겹쳐서 만나게 됐다는 게 신기했다. 만약 내가 짐을 바로 찾았다면, 버스를 빨리 탔다면 친구와의 우연한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겠지. 애초에 10초만 빠르거나 늦었어도 우리는 서로를 마주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적같이, 우린 조우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래, 너무 짜증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세상 일은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 취준생 시절, 막학기에 난 딱 한 개의 회사에만 지원서를 냈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였다. 신입 채용이 없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열린 것이었고, 나는 나름 '운명'인가 싶었다. 첫번째 지원한 건데 운 좋게 1차 면접까지 붙고 최종 면접을 했는데 거기서 떨어지고 말았다.

 

한동안은 그 상처가 꽤 컸다. 일상을 보내며 문득문득 '그 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후회하곤 했다. 그 회사에서 좋은 소식이 들리면 '그 때 내가 거길 들어갔더라면' 생각하곤 했다. 그게 아쉬웠던 이유는, 내 실수가 명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게으른 취준생이었던 나는 취업준비를 열심히 한 적도 없었고, 처음으로 넣었던 곳인 만큼 면접 준비도 그렇게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뻔히 나올 예상 질문에 대한 준비도 하지 못했고, 당황해서 회사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 답변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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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때 떨어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떨어진 이후 나는 한 차례 인턴을 한 번 더했고, 거기에서 운 좋게 취업이 되었다. 그 과정을 통해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정하게 됐고, 좋은 동기들도 만나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당시 탈락의 상처는 게으른 취준생이었던 내게도 꽤나 컸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때 떨어지고 교훈을 얻은 일, 이후에 다른 인턴을 거쳐 회사에 들어간 일이 내 인생에는 더 나은 방향이라고 느껴졌다.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그런 식이다. 20대 중반에 첫번째 인턴을 끝내고 목디스크가 찾아왔을 때, 나는 세상을 원망하곤 했다. 내 또래 중에 목디스크에 대해 접해본 이도 별로 없을 텐데 왜 내가? 라면서 억울해 했다. 당시 증상은 어지럼증이었고, 나는 어지럼증이 너무나 괴로운 사람이라서 그랬다. 다행히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고, 재활을 하면서 괜찮아졌다. 그 이후로 약 8년 간 필라테스를 하게 됐다. 필라테스를 하지 않으면 다시 아프고, 꾸준히 관리를 해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난 번에는 '그래, 차라리 그 때 찾아온 게 다행일지도'라고 생각했다. 젊을 때 찾아왔기에 비교적 약하게 왔었고, 빠르게 회복도 할 수 있었다. 그 때 생활 습관이나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고 지금까지 실천할 수 있었다. 필라테스를 하며 여러모로 몸을 개선할 수도 있었다. 그 정도의 상처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망나니로 살고 있었겠지. 그러면 지금쯤이나 나중에 아예 디스크가 터져서 훨씬 심각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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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저 자기합리화일수도 있겠다. 실제로 그 회사에 들어갔다면, 그 때 목디스크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그냥 공항에서 빨리 나올 수 있었다면... 이런 가정들은 수도 없이 많고, 나는 실제로 어떤게 나은 건지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다만 가지 못한 길에 대해서 에이 저건 별로였을 거야라면서 '신 포도'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일 수도 있겠다. '저 포도를 먹지 못한 내가 차라리 더 낫다'라는 식으로.

 

어쨌거나 그렇게 내 삶은 굴러가고, 나도 '행복 총량의 법칙'을 믿는 것일까 싶었다. 다만 나는 조금 다른 형태인 것 같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결과적으론 내게 더 좋은 일이 일어날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옹지마라거나 행복 총량과도 조금 다르다. 행복한 일이라면 그건 좋은 거고, 안 좋은 일이라면 사실 그건 지금 그럴 뿐 나중에 보면 그것도 좋은 일이었어하는 것이니 욕심이 그득그득한 '모든 게 다 나를 위해 좋은, 행복한 일이야'와 같은 식이니까.

 

어린 시절에 '사람들이 내 삶을 지켜보고 있는 거 아닐까' 의심을 품는 것처럼, 나는 여전히 '누군가가 내 삶을 위해 신경쓰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신이나 사후세계에 대해 큰 믿음이 없지만 그래도 나는 먼저 떠난 소중한 사람이 여전히 내 삶을 위해 앞길들을 미세조정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믿는다. 내게 닥친 시련도 사실 궁극적으론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 것도 거기에서 출발한다. 내 삶은 궁극적으로는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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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닥치는 시련들이 쉽지는 않다. 불안하고 우울한 일도 많고, 왜 하필 나에게만 이런 일들이 오는 거냐며 좌절하는 순간이 내 삶의 대부분인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자기를 지키는 방법을 '발명'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믿을 만큼 단단하지는 않아서, '어쨌거나 내게 일어나는 안 좋은 일들 모두 결과적으로는 나를 위한 것'이라고 믿기로 해버리는 식이다. 욕심인 걸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내게 벌어지는 일들에 짜증내고 지쳐버리고 포기하기보단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버스를 놓치고 차가 막혀 늦어도, 덕분에 나는 친구를 만났지 않았는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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