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 그 동네엔 꽤 괜찮은 칼국수집이 있어요

반찬 가게도, 소고기 무국집도 좋고요

2026.11.05 | 조회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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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바리스타 2급 국내 자격증을 배워서 땄고, 지금은 다른 학원에서 SCA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을 추가로 따고 있다. 둘 다 3주의 과정이었는데, 주 5일 평일 오전 9시에 시작해서 12시/13시에 끝나는 일정이다. 백수가 되고 나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아침 일정을 만들려고 시작한 것도 있었는데, 부가적으로 좋은 게 있다면 동네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첫번째 학원은 사실 집에서 도보로 6~7분이면 가는 곳에 있다. 이미 아는 곳이고, 그래서 새로움은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동네'의 관점에서 새로운 게 있다면 그 시간의 그 거리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겠다. 사실 그 학원이 있는 건물도 난 가본 적이 없었고, 가깝지만 그 쪽으로 건너갈 일은 더욱 없었다. 하지만 이젠 아침에는 도로를 청소하는 자원봉사자 분들이 그 거리를 지나고, 12시 즈음엔 교회인지 어디에서 나온 분들이 길거리에서 무언가를 나눠준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 집으로 향하는 사거리에서 다른 쪽으로 건너가면 있는 만둣국 집엔 사람들이 늘 줄을 선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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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학원은 우리 동네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전철로 4정거장 정도고, 그래도 나름 익숙한 동네라 엄청 새로울 건 없을 줄 알았는데 3주를 다녀보니 또 다름을 배운다. 이전에는 몇 번의 모임으로 와서 스쳐 지나가는 정도거나 거기에 있는 어떤 가게를 가기 위해서 간 정도였다. 3주간 매일 가니 시선이 또 새롭다. 예를 들어 반찬가게가 있다는 사실은 어떨까. 이곳은 반찬도 팔고 간단한 식사 대용도 파는데 김밥과 샌드위치부터 돈가스나 탕수육 같은 메뉴도 있어서 늘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도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그곳에서 양배추/케일 쌈밥을 사서 점심으로 먹었다.

 

가까운 곳엔 꽤 괜찮은 칼국수 집이 있다. 바지락칼국수를 파는데, 어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키는 건 닭칼국수다. 오랜만에 바지락칼국수가 먹고 싶어서 간 거라 바지락을 시키긴 했지만 닭칼국수가 인기인 이유는 알겠다. 닭 한마리가 통째로 담겨 있다. 점심시간 메인이 지난 1시에 혼자 들어간 내게 남사장님은 조금 툴툴대는 것 같았는데, 먼저 나온 보리밥을 고추장과 김치와 함께 먹은 나를 보고는 '참기름도 있는데 뿌려드시지 왜'라며 챙기기도 한다. 그저 츤데레 기질이 있는 선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칼국수는 맛있었고, 김치도 괜찮았다. 

 

지난 번에는 바로 다음 일정을 가야 해서, 소고기 무국을 파는 집에 갔다. 한옥 풍으로 현대화가 잘 된 깔끔한 가게(화장실조차도 너무 좋았다)에서는 내가 흔히 알고 있는 소고기 무국보다 훨씬 고퀄리티의 무국을 내놓았다. 반찬도 하나같이 맛있었고, 직원들은 친절했다. 무청 시래기밥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또 오기엔 이 동네에서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서 확신이 없다. 당장 내일이면 이 동네에서의 바리스타 수업도 끝이 나고 나는 한 동안 이 동네에 오지 못하게 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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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실 이번 주 동안은 나름의 궁리를 했다. '남은 기간 동안 뭘 더 체험해야 할까'라고. 예를 들어 주변의 유명한 라멘집은 원래 전에도 한 번 갔었는데, 오랜만에 한 번 더 가야지 하고 가보았다. 그 옆의 다른 일본식 중식집도 가보았다. 칼국수 집도 한 번 갔고, 반찬 가게에서 김밥도 여러 종류로 사봤고, 소고기 무국 집도 갔다. 오늘 반찬가게에서 쌈밥을 사면서 '내일은 여기서 꼭 탕수육을 사가야지' 싶었다. 7천원 정도인데 담음새가 맛있어 보여 늘 시선을 떼지 못했더랬다.

 

결론적으로는 칼국수 집에 가서 사람들이 많이 먹는 '닭칼국수'를 먹으면 어떨까 싶었다. 3주 동안 이 동네를 다니면서 알게 된 가게 중 가장 대표라고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닭칼국수는 먹어 보지 않으면 아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츤데레 아저씨의 안내를 받으면서, 내일은 꼭 참기름까지 알뜰살뜰 뿌려서 먹어야지. 그렇게 한 그릇을 먹고 가게를 나오면, '이 동네에서의 3주도 끝이구나'라고 실감이 날 것 같다. 여유가 있다면 늘 타던 버스 대신 따릉이를 타고 돌아온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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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새로운 동네를 알아가는게 좋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어느 날이나 중학교 2학년이던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조금 멀리 가보기도 했다. 이곳엔 편의점이 있네. 여기엔 뭐가 있네 하면서.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가자'고 하고는 다음에 더 멀리 탐방을 하곤 했다. 나이를 먹으며 그 범위는 커져서, 이제는 행정구역상 동 하나와 그 옆 동 두 세곳까지는 꽤나 익숙하다. 인생 내내 이 주변 동네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전히 동네들을 돌아다니며 '여기 가게가 없어졌네' 라거나 '새로운 가게가 들어왔네'하는 습성 덕분이기도 하다. 

 

가끔은 이렇게 조금 먼 동네인데도 친숙해지는 곳이 생겨서 좋다. 역에서 내려도 익숙하고, 나중에 또 가면 '여기 있던 채소 가게가 아직도 있네'라고 할 수도 있을테니까. 무엇보다 '한 때 커피를 배운다고 이곳에 매일 왔었지'라며 추억을 되살릴 수도 있다. 아침의 분주한 길거리와 수업을 마치고 조금 여유로워진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건너편의 은행 나무가 하루하루 노랗게 물들어가는 과정을 봐왔던 기억들. 그리고 무엇보다 믿고 갈만한 가게들 몇 군데도 알아두었고, 개중에는 꽤 괜찮은 칼국수 집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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