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특별히 추울 거예요. 수능이니까. 근데 예상과 다를 수도 있어요. 기후위기니까. 어쨌든 현재 기준으로 흐리고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습니다. 기후까지 변동이 큰데 요즘 입시제도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변동은 변동이고, 혁신은 혁신인데. 요즘은 변동이라는 단어가 입에 더 잘 붙는 느낌입니다. 분명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 미래도 어딘가엔 있겠죠. 그러길 바라며. 내일 시험 성적으로 인생을 비관하는 상황이 없길 바라며.
최근 냉장고를 바꿨습니다. 오래 쓴 가전 온전한지 묻는 엄마의 문자에 뭔가 싸한 기분이 들었어요. 늦은 야근 후에 들어왔는데도 뭔가 한 번은 끙끙대더라도 냉장고를 끌어내서 봐야겠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겨우 앞으로 끌어내 뒷면에 붙은 해묵은 먼지를 닦다가 드라이버를 들고 와 열이 많이 나는 판을 열었는데 검은 고무찰흙 같은 게 바닥에 있길래 뭐지 했습니다. 잔뜩 녹아내린 피복이었죠.
하마터면 불이 날 뻔했다니. 냉장고가 오기까지 몇 밤을 침대 주변에 소화기를 두고 잠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아 나 이토록 살고 싶나 하는 마음을요.
어제 낯익은 배우가 작고했다는 뉴스를 밤늦게 접하고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습니다. 드문드문 드라마에서도 보고 예능에서도 보고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는 공연도 하고 영화도 찍고 그랬다던데. 일하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던 무엇이 있었나 봅니다. 그 무엇을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각자 생에 따라오는 무언가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피복이 녹은 자리라고 할까요. 냉장고를 바꾸면서 묵힌 음식물을 몽땅 꺼내 버렸습니다. 휑한 새 냉장고 안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왜 이 간단한 정리도 하지 못했던 걸까.
머릿속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꽁꽁 얼려두려고만 했던 생각들이요. 그렇게 얼려놓기만 해도 상한 것은 아니다 여기며 잊고 지내는 마음.
어느 정도 벽과 떨어뜨려 놓은 냉장고처럼 삶도 너무 벽에 밀착시키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렇게만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지만, 일단은 그렇게라도 해두자고. 2024년 11월 13일 유서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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