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벌써부터 미래의 전쟁터로 만든다면, 어떻게 파헤쳐진 땅 위에 미래의 집을 짓겠습니까?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엮고 옮김, 『카프카의 아포리즘』, 문학과지성사, 2021
(밀레나에게 보낸 편지, 1920년 7월 8일)
어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룻밤 사이 정리된 해프닝이 아니고, 웃고 넘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조롱과 냉소로 비관하고 외면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곧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소추안 보고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도 마냥 안심할 수 없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하는 마음뿐입니다. 정치적 사안과 삶의 거리가 멀다고 느꼈던 어리고 막연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출퇴근길 여러 방면에서 생활을 꾸리고 있는 분들이 모여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읽고, 또 거리에 나온 분들의 표정과 몸짓과 함께 놓여 있던 긴 하루가 지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없어도 녹록할 수 없던 연말연시였을 텐데. 모쪼록 주변 모두가 무탈하길.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꼭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2024년 12월 5일 유서에 적어봅니다.
소음보다 무서운 정적을 극복하며 부디 무탈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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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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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제가 감사합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시 소중한 자유를 찾는, 무탈한 주말이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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